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성 혐오적’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SNS를 비롯해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도 여성 혐오 인식이 담긴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사용률이 높은 20대 남녀는 여성 혐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달 30일(화)부터 10월 2일(목)까지 본교 학우 335명과 20대 남성 2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논란의 중심에 선 ‘김치녀’ ‘된장녀’
‘김치녀 된장녀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여성의 99%(332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고 있나’라는 질문을 한 결과, 69%(238명)의 여성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31%의 여성들은 단어를 알고는 있지만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남성(97%)도 ‘김치녀 된장녀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 중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답한 남성은 82%(238명)였다. 여성에 비해 더 많은 수의 남성이 단어의 뜻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 혐오적 단어에 대해 절반이 넘는 남성과 여성은 같은 의견을 보였다. 89%의 여성(298명)과 59%의 남성(172명)이 ‘김치녀’와 ‘된장녀’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10명 중 1명만이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여성 혐오 사상
온라인이 아닌 현실에서는 어떨까? 18%(61명)의 여성은 ‘주변에 여성 혐오적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9%(143명)가 ‘있다’고 답해 남녀 간의 차이를 보였다.

주변에 여성 혐오적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답한 여성 중 그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여성은 전무했다. 한편 여성들은 ‘부정적이다(63%)’라는 반응을 가장 많이 보였다. 정이슬(한국어문 14) 학우는 “여성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일부 여성들의 잘못된 행동을 여성 전체로 일반화 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다”라고 말했다. 한편 남성의 경우, ‘관심 없다’는 답변이 2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부정적이다(20%)’ ‘긍정적이다(9%)’ ‘기타(4%)’의 의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 사회 전반에 퍼진 여성 혐오 사상
‘한국 사회에 여성 혐오 인식이 팽배한가’라는 질문에는 여성들의 의견이 두 가지로 나뉘었다. 그러한 인식이 팽배하다고 답한 이들은 44%(148명)였고 나머지 56%(187명)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권수진(법 12) 학우는 “인터넷에서 여성 혐오 발언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남성들이 여성의 권리 신장에 상대적 박탈감과 역차별을 느껴 이러한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최진경(한국어문 14) 학우는 “일부의 여성 혐오 인식이 인터넷으로 크게 확산된 것일 뿐 사회 전체적으로 보편화 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성들의 경우 70%(203명)가 한국 사회에 여성 혐오 인식이 팽배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김수용(남·21) 씨는 “온라인상에서 여성 혐오적 발언을 할 경우 논쟁이 벌어진다”며 “이는 하나의 의견이 우세하기 보다는 여성 혐오적 인식이 아직은 소수의 의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면, 나머지 30%(89명)는 이러한 인식이 팽배하다고 답했다. 황의동(남·20) 씨는 “남녀 역차별, 여성 혐오 사이트의 운영, 더치페이에 대한 논쟁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이러한 인식이 만연해졌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커뮤니티 및 SNS, 여성 혐오 확산의 촉매제
이러한 여성 혐오 사상이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된 경로로 커뮤니티와 SNS를 꼽을 수 있다. ‘일간베스트’나 ‘페이스북’과 같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가 여성 혐오 인식을 조장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5명 중 4명의 여성(81%)이 ‘그렇다’고 답했다. 익명의 한 학우는 “일부 여성 혐오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일부러 자극적이고 거북한 표현을 사용해 온라인에 글을 게재한다”며 “게시된 글이 SNS를 통해 널리 퍼지게 돼 마치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동일한 질문에 남성의 64%(186명)는 ‘커뮤니티 및 SNS가 여성 혐오 인식을 조장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영제(남·20) 씨는 “사람들이 날조된 진실이나 왜곡된 사실에 너무 쉽게 선동된다”며 “폐쇄적인 사이트 내에서 과도한 소속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 속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들을 분별없이 사실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게시글이 편견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용현(남·20) 씨는 “여성 혐오에 관한 각종 글들이 자극적인 형태로 각색돼 그것이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커뮤니티 및 SNS가 여성 혐오 인식을 조장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도 있다. 임승건(남·20) 씨는 “여성 혐오적 인식이라는 것은 그 범위가 넓기 때문에 SNS의 파급력이 아무리 크다 해도 이러한 인식을 널리 퍼뜨릴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김은성(남·26) 씨는 “SNS를 통한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사례를 접할 순 있어도, 이것이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여성 혐오 사상을 정당한 근거가 있는 비판이라고 표현하고, 혹자는 이를 근거 없는 마녀사냥이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여성 혐오 사상에 대한 시각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채 오늘도 온라인상에서는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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