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학우는 최근 휴대전화에 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 앱을 모두 지웠다. SNS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힘들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SNS를 시작했을 때의 B 학우는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생겨 기뻤다. SNS에 친구들이 올리는 사진을 보고 안부를 묻는 댓글도 달았고 자신의 특별했던 경험이 담긴 사진을 올려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SNS를 하는 시간이 늘면서 SNS상의 친구 수에 집착하게 됐다. 친구 수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댓글을 얼마나 달아주는지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댓글이 많이 달리는 인기가 많은 사람을 보면 부럽고 자신이 가치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SNS를 하면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게 된 B 학우는 열등감에서 오는 우울함에 결국 SNS를 떠났다.
최근 B 학우처럼 SNS를 하며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사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연애를 하는 연인들의 사진을 보며 상대적으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SNS 틀 속에 갇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SNS에 할애하면서 우울해하는 학우들이 있다. 그들은 ‘카페인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카페인 우울증이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인 ‘카카오톡(Kakaotalk)’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am)’에 의해 우울감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SNS를 하며 보낸다는 오지현(중어중문 17) 학우는 SNS에 쏟는 시간을 아까워하면서도 멈출 수 없다. 외로움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학우는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을 때 큰 불안을 느껴 자기 자신의 카페인 우울증 점수를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평가했다. 오 학우는 “배터리가 부족해 충전하느라 강의시간에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 수업에 집중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SNS에 대한 자신의 심각한 집착에 대해 깨달은 것이다.

그럼에도 오 학우가 SNS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서다. 오 학우는 “SNS를 사용하면 평소 연락하기 힘든 지인들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며 “SNS를 통한 지인들과의 소통은 외로움을 달래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SNS 속에서 이뤄지는 인간관계에 몰두하다 보니 자신과 관련된 얘기가 아니더라도 단체 채팅방에서 오가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에도 과도하게 집중했다. 오 학우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심리가 심해지면 카페인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라며 씁쓸해했다.

SNS 사용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도 한몫을 한다. 오 학우는 “제 SNS 계정에 친구들과 간 여행 사진이나 맛있는 음식 사진을 주로 올리곤 해요”라며 “자기 과시용으로 SNS를 사용하는 셈이죠”라고 말했다.

한편 심한 카페인 우울증 탓에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지 않고 잃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따라 하게 된 학우도 있었다. 한유진(환경디자인 16) 학우는 대학 입시가 끝난 후부터 SNS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중요한 일을 할 때에도 SNS를 멈추지 못했을 정도다. 한 학우는 “자기 전에는 졸려도 꼭 1시간 이상은 SNS를 했죠”라며 “재수 기간 동안 SNS를 하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것이 지금의 과도한 사용으로 나타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SNS 사용은 그녀의 우울감을 부추겼다. SNS 속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 학우는 “SNS에서 멋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제 모습과 비교하게 돼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SNS 속 사람들이 부러웠던 한 학우는 SNS 속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 학우는 “다른 사람들처럼 여행도 많이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곧 그녀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만족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한 학우는 카페인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자고 다짐했다.

카페인 우울증, 
가짜 행복에 집착하다

이와 같은 카페인 우울증은 비단 오 학우와 한 학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카페인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SNS가 발전하자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더욱 쉽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 속의 행복한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생겨나는 카페인 우울증의 증상이 SNS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일상과 행복을 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인 것이다.

2014년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University of Pittsburgh) 의학 연구팀은 19세에서 32세의 1,787명을 대상으로 SNS의 사용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SNS에 접속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이 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의 즐거운 소식을 보며 즐겁지 않은 자신의 상황에 불만을 느끼기 때문이다. 본교 김영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SNS에 자신의 화려함과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따라서 SNS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고 말했다.

행복한 소식을 올리는 사람도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SNS에 항상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신의 일상을 SNS에 공유하며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얻으려는데 집중하느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에서는 SNS 사용 경험이 있는 19세에서 59세의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SNS 게시물의 성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자기과시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보는 시각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36.1%(722명)의 사람들이 SNS 게시물은 ‘자기 과시적’이라고 답한 것이다.

그렇다면 숙명인들 중에도 카페인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있을까. 숙명인들이 SNS를 사용하며 카페인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본지는 지난 8일(월)과 10일(수) 이틀간 숙명인 5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정확도 95%, 오차범위 ±1.8%p)

오늘도 SNS를 사용하는 숙명인들
설문 결과, SNS를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숙명인은 없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학우는 응답자의 99.8%(592명)였으며 페이스북은 66.3%(393명)의 학우가, 인스타그램은 62.4%(370명)의 학우가 사용하고 있었다.

SNS는 숙명인들의 일상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295명의 숙명인이 SNS를 하느라 과제 등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던 경험을 했다. SNS를 하느라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숙명인 중 36.6%(108명)가 ‘자주 그런 경험을 했다’고 응답했다. 권유림(정치외교 14) 학우는 “SNS로 인해 친구 사이에 오해가 생긴 적이 있다”며 “계속 신경이 쓰여 과제를 시간 안에 작성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한 박수빈(한국어문 17) 학우는 “SNS를 하며 과제를 늦게까지 미루다가 밤을 새워 후회한 적이 있다”며 “항상 후회하지만 이런 생활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SNS를 하며 상대적인 박탈감에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학우도 있었다. ‘SNS 속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6.2%(35명)의 학우가 ‘항상 그렇다’를, 31.6%(179명)의 학우가 ‘그렇다’를, 35.8%(203명)의 학우가 ‘거의 그렇지 않다’를, 26.5%(150명)의 학우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카페인 우울증 탓에 SNS를 그만뒀다는 장하정(프랑스언어문화 16) 학우는 “SNS를 보면 다른 사람들은 여행을 다니며 즐겁게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집에 있을 때 우울함을 느낀 적이 있다”며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이서희(행정 17) 학우는 “최근에 SNS상의 친구 수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며 “SNS를 통해 타인과 자신을 자꾸 비교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우들이 가장 높은 사용률을 보인 카카오톡은 주로 연락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학우 중 90.7%(537명)의 학우가 사용 이유에 대해 ‘연락 온 것에 답하기 위해서’, 62.3%(369명)의 학우가 ‘전달해야 할 사항이 있어서’를 꼽았다. 이어 40.7%(241명)의 학우가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40.4%(239명)의 학우가 ‘습관적으로’ 카카오톡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카카오톡을 얼마나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에 58.8%(348명)의 학우가 ‘매우 자주 사용한다’를, 25.7%(152명)의 학우가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다.

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목적은 카카오톡과는 사뭇 달랐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66.3%(393명)의 숙명인에게 ‘페이스북을 주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가(복수 응답 가능)’를 묻자 절반이 넘는 75.3%(296명)의 학우가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라고 답한 것이다. 응답한 숙명인 중 62.5%(373명)의 학우가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의 경우에는 ‘친구들이 올리는 게시물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학우가 56.5%(209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 공감하고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자주 사용한다는 석수현(경영 16) 학우는 “인스타그램에 일과가 담긴 사진을 게시한다”며 “인스타그램은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장이다”고 말했다.

또한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학우 중 29.3%(115명)의 학우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학우 중 22.2%(82명)의 학우가 ‘습관적으로’ SNS를 사용하고 있었다. 특정한 목적이 없이도 무의식적으로 SNS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무의식중에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지저분한 식탁을 보이지 않게 찍은 맛있는 음식 사진, 지저분하고 사람들이 많은 해변에서 사람이 없을 곳을 찾아 급하게 찍은 여행 인증 사진까지. 그리고 찍은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사진만이 SNS에 올려진다. 우리는 행복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사진만이 있는 SNS의 이면에 속고 있일지도 모른다. 휴대전화로 보는 화려한 SNS 속 모습이 아닌 현실의 삶에 만족하도록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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