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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에서 청년의 열정을 만나다

기사승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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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인문학기행]

   
주인공이 묵은 호텔 앞 정경 (70년대 포르투갈의 모습을 지닌 리스본의 알파마지구)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제목만 봐도 리스본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영화는 우연한 계기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게 된 주인공 그레고리우스가 방문한 리스본의 매력에 빠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원작 소설의 저자 파스칼 메르시어(Pascal Mercier)는 주인공처럼 스위스 베른에서 고전문헌학을 공부해서인지 작품 속에 철학적이면서도 고문화에 대한 애착이 드러난다. 그레고리우스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던 작품이 마커스 아우렐리우스의 수상록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영화는 그레고리우스에게 묘령의 여성이 남기고 간 책이 계기가 돼 전개된다. 고등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그레고리우스는 삶의 열정이 사라지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터였다. 그는 등굣길에서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그녀를 구해준다. 그를 따라와 교실에 앉아 있던 그녀는 책과 기차표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그녀가 남긴 책은 포르투갈의 독재정권에 반해 일어났던 1974년 혁명에 참여했던 지식인 청년 의사 아마데우가 쓴 일기 형식의 수상록이다. 그녀에게 기차표를 전해주려고 베른 기차역으로 달려간 그레고리우스는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떠나려하자,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기차를 타게 된다.

리스본에 도착한 그는 책 속에 등장한 사람들의 삶을 추적하며 뜨겁게 살았던 과거 사람들의 삶을 확인한다. 베른에서 만났던 여자는 바로 독재정권시기 경찰간부였던 자의 손녀다. 그녀는 아마데우의 책을 읽고 할아버지의 과거 악행을 알게 됐고, 부끄러워 자살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아마데우를 통해 ‘삶의 고난과 시련에 굴복하지 말고 계속해서 삶의 주체성과 자유를 갈망하라’라고 말한다.

영화의 감독 빌 어거스트는 「정복자 펠레」(1987)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고, 「레 미제라블」(1998)로 잘 알려져 있다. 70년대와 현대를 오가면서 포르투갈 사람들의 70년대 저항정신을 그린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주로 리스본의 과거 모습이 잘 남아 있는 알파마 지구에서 촬영했다. 알파마 지구에서는 수없이 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좁은 언덕길에는 푸니쿨라라고 불리는 전차가 오르내리고, 그 사이로 사람들과 자동차가 지나다니기에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영화 속 장면을 저장한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물어물어 어렵사리 아마데우의 집 촬영지를 찾아갔지만, 필자가 방문했던 2016년 연말 시기에 그 집은 호텔로 개조 중이어서 들어가 볼 수도 없었다. 아쉬움으로 근처를 배회하던 차, 날이 어두워지자 새해를 기원하는 민속악기 연주자들과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길을 지나갔다. 잠깐 사이 흥겹게 모여 춤추는 사람들로 길이 가득 메워졌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농악대들이 새해를 기원하는 퍼레이드를 하며 동네 한 바퀴를 돌곤 했는데, 포르투갈에서 보게 된 새해맞이 퍼레이드도 무척 흥겨워 포르투갈 사람들의 신명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포스터의 그레고리우스가 책을 보던 공원의 벤치를 찾아 포스터와 똑같이 사진을 찍어보는 재미, 시내에서 그레고리우스가 옷을 갈아입었던 양복점과 아마데우의 친구인 약사의 약국을 찾는 재미는 영화인문학기행을 떠나는 또 다른 맛이다.

이 영화는 낭만적인 리스본 풍광, 열정적인 저항집단의 삶을 훔쳐보던 관객의 시선이 어느새 자신을 향하게 돼 잃어버린 열정이 회복되는 묘한 영화다.

황영미 shinbosa@sm.ac.kr

<저작권자 © 숙대신보 모바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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