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됐다가 수다스러운 매니저가 되고, 열정적인 형사가 됐다가 조선 최고의 개혁가가 되기도 하는 남자가 있다. 바로 배우 임지규(남·40) 씨다. 「은하해방전선」 「최고의 사랑」 「유령」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린 임 배우는 최근 종영한 일일연속극 「빛나라 은수」에도 출연해 남녀노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임 배우는 본교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임 배우는 배우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교 근처 카페에서 근무했다. 이미 영화를 통해 얼굴이 알려진 후에도 근무하던 임 배우를 학우들 또한 친근하게 기억하고 있다.

본지는 KBS 별관 앞 앙카라 공원에서 새로운 작품의 대본 리딩(Reading)을 마친 임 배우를 만날 수 있었다. 임 배우는 본교와의 추억을 기억하며 본지의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독립영화를 통해 배우의 꿈을 키우다
임 배우가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후회 없이 해보자는 생각에 임 배우는 모델이 되기로 결심했지만 모델로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한 계기로 독립영화 「핑거프린트(Fingerprint)」의 오디션을 봤고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이 영화를 통해 아시아나 단편 영화제 폐막식에 초대받은 임 배우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배우 안성기에게 연기를 인정받았다. 임 배우는 “많은 관객과 배우들 앞에서 제가 ‘배우 임지규’라고 소개됐어요”라며 “그 순간 더 큰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을 꿨죠”라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순간을 회상했다. 이후 임 배우는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임 배우는 그의 작품들 중 독립영화 은하해방전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출연했던 작품에서 대사가 적은 역할만을 맡았던 임 배우는 은하해방전선에서 처음으로 대사가 많은 역할을 맡았다. 임 배우는 “대사가 많은 역할은 처음이어서 잘하지 못 할까봐 걱정이 많았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감독의 계속된 제의로 작품에 출연을 결심한 임 배우는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 이후 임 배우에게 다양한 역할에 대한 제의가 들어왔고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맡은 수다스러운 매니저 역할도 성공적이었다. 임씨는 “은하해방전선을 통해 대사가 많은 배역의 재미를 느끼게 됐죠”라며 웃어보였다.

임 배우가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작품의 주인공 이름은 은하해방전선의 주인공의 이름인 ‘영재’와 같다. 새로운 작품의 작가는 은하해방전선의 영재를 보고 임 배우에게 매력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를 가상의 주인공으로 설정한 후 작품을 만들었다. 임 배우는 “은하해방전선의 영재가 지금 준비하는 작품의 영재를 만들어 줬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임 배우는 지금의 ‘배우 임지규’를 만들어준 독립영화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임 배우는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영화는 저예산으로 제작돼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독립영화엔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죠”라며 “수익이 적고 촬영 현장도 열악하지만 모두가 즐겁게 촬영에 임해요”라고 말했다.

독립영화의 출연 경험은 임 배우가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는 “독립영화에서 ‘연기를 위해 꾸며진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라며 “제가 맡은 역할과 저를 동일시하며 배역에 몰두했죠”라고 말했다. 임 배우는 독립영화를 촬영하며 속옷만 입고 빙판 위를 걷기도 하고 피로 흥건하게 젖은 바지를 입고 지하철을 타기도 했다. 그는 “촬영 당시엔 힘들었지만 관객들에게 제 연기를 숨김없이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불만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임 배우는 ‘현실이 아닌 이상을 꿈꾸는 영화’를 제작하는 독립영화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보인다. 그는 “‘독립영화계의 강동원’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을 수 있어 감사해요”라며 “독립영화는 제 고향 같은 존재죠”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평범함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다
임 배우는 독립영화 외에도 단편 드라마, 연속극 등 다양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그가 가장 최근에 출연한 드라마 빛나라 은수는 그에게 이전과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다. 임 씨는 빛나라 은수에서 쌍둥이 아이를 혼자 키우는 아빠 역할을 맡았다. 이전에도 아빠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으나 아이들과 직접 호흡을 맞춘 것은 처음이었기에 임 배우는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컸다. 그는 “아이들에게 단지 연기 선배로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라며 “촬영하는 동안만큼은 아이들에게 친아빠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죠”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 임 배우는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임 배우는 “촬영할 때도 아이들이 저를 믿고 의지한 덕분에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임 배우는 그동안 매니저, 비서, 농부, 웹툰(Webtoon) 작가 등 다양한 배역을 해왔다. 그는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다 ‘내가 그 사람의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임 배우는 “제가 가진 개성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을 흉내 내고 싶지 않았어요”라며 “그 상황에 처한 게 ‘임지규’라면 어땠을지 상상하며 연기에 임하죠”라고 말했다. 

임 배우의 회사 대표는 ‘평범한’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회사 대표는 임 배우가 평범하기 때문에 여러 색깔의 배역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임 배우는 주위로부터 배우로서는 개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는 “제가 배우로서 존재감이 강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라며 자신이 ‘특별하진 않지만 필요한 배우’라고 말한다. 임 배우는 “대중들에게 ‘나의 삶을 이야기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라며 배우로서의 소망을 말했다.


아빠가 된 임지규, 책임감있는 배우가 되다
“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대)는 제 모교 같은 느낌이 들어요” 본교에 입학할 수 없는 임 배우가 한 뜻밖의 말이었다. 데뷔 초,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던 임 배우는 본교 근처의 카페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임 배우는 “카페에서 숙대로 배달도 했어요”라며 “순헌관, 명신관, 진리관 모두 제겐 익숙한 곳이죠”라고 말했다. 본교가 임 배우에게 특별한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임 배우는 본교 근처 교회를 다니며 본교를 졸업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임 배우는 아내와 연애할 때 본교 주변에서 자주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로 얼굴을 알렸던 임 배우를 알아보는 학우들이 있어 본교 커뮤니티에 ‘학교에 배우 임지규 왔다’ 등의 글이 작성되기도 했다. 임 배우는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이 있다는 게 감사했죠”라고 말했다.

본교와의 인연으로 아내와 결혼한 임 배우는 최근 돌이 지난 아들의 육아에 열중하고 있다. 임 배우는 “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 시간적 여유가 생겨 아들과 자주 놀아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과 휴가가 정해진 직장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육아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임 배우는 육아의 즐거움에 대해 설명했다. 임 배우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해요”라며 “아이의 어린 시절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 시간이기에 더욱 소중하죠”라고 말했다. 임 배우는 아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배우 활동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빠가 되기 전엔 배역을 선택할 때 ‘하고 싶은 역할’ ‘잘하는 역할’이 우선 순위였다면 지금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폭넓게 도전한다. 임 배우는 “아이가 태어나니 책임감이 생겼어요”라며 “마음에 드는 배역을 할 수 있는 행운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죠”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임 배우가 청춘으로 열병을 앓고 있는 본교 학우들에게 전한 말이다. 임 배우는 “당장은 힘들더라도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그 순간이 인생을 완성시키는 일부였음을 깨달을 거예요”라며 “하고 있는 일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길 바라요”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오늘도 배우 임지규 씨는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임지규(남·40) 배우가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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