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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버려지는 책임의식

기사승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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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로 뒤덮인 강아지 한 마리는 두 달간 도로를 떠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눈과 코는 수북한 털에 파묻혀 혀로 털을 핥아야 간신히 앞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강아지는 지난달 4일(일) SBS의 「TV동물농장」에서 방송된 유기견 ‘도로를 떠나지 못하는 누더기견’이다. 연이은 한파 속에서도 자신을 버린 주인을 기다리던 유기견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런 유기동물의 모습은 텔레비전 속에만 존재하는 모습이 아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유기견과 길고양이다. 유기동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포인핸드(Pawinhand)’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특별시에서 발생한 유기동물 8,581마리 중 안락사된 동물은 25.7%(2,211마리)에 달한다. 많은 동물들이 안타까운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책임의식, 길거리로 내몰린 유기동물
동물이 유기되고 안락사 당하는 가장 큰 원인은 허술한 ‘동물보호제도’다. 동물보호제도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동물생산업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는 점과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정아 한국동물보호협회 협회장은 동물생산업에 대한 규제가 미비한 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간단한 등록만 하면 동물생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신고제’였다. 개를 전문적으로 길러 분양하는 브리더(Breeder)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외국과 달리 동물생산업에 별다른 제한이 없었다. 신고제는 ‘강아지 공장’과 같이 동물을 매매하는 사업으로 이어져 윤리적인 문제를 발생시켰다. 지난해 비윤리적인 과정을 거쳐 강아지를 생산하는 강아지 공장이 대중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이후 동물생산업은 ‘허가제’로 전환됐다.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입양절차에 대한 법규는 존재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 대한 규제는 엄격하지 않다. 최 협회장은 “누구나 간단한 신고만 하면 손쉽게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다”며 “이런 문화가 반려동물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무책임한 행동을 예방하고자 이번 달부터 동물 학대, 유기 등에 대한 동물 소유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적용됐다. 기존엔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에 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됐지만, 3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강화된 것이다. 최 협회장은 “이전엔 동물을 유기했을 때 받는 처벌이 가벼워 사람들이 쉽게 동물을 분양받고 버렸다”며 처벌강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동물 유기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여전히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남았다. 이운오 서울특별시청 시민건강국 동물관리팀 팀장은 “처벌이 강화됐지만 실질적으로 처벌조치가 내려지는 경우는 적다”며 “동물 유기 행위를 적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꾸준히 시민들의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보호소를 가득 채운 유기동물, 부족한 도움의 손길
유기동물 신고가 접수되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동물을 구조해 10일간 보호한다. 10일은 공고 기간으로, 그 안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동물의 소유권은 지자체에 귀속된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유기동물은 이후 입양절차를 밟게 되지만, 모든 유기동물이 입양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 협회장은 “입양되지 못한 동물들을 계속 보호하기엔 보호시설 수용에 한계가 있다”며 “결국 인도적인 차원에서 안락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유기동물이 늘어날수록 안락사도 많이 진행된다”며 “생명 문제를 넘어 비용 문제도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입양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유기동물을 입양하기보다는 펫 숍(Pet Shop)에서 분양받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펫 숍에서 강아지를 구매한 박아름(여·21) 씨는 “유기동물 문제의 심각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면서도 “보호소에서 유기동물을 입양 받는 절차와 관련된 정보가 적어 펫 숍을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기동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기동물 보호소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입양을 꺼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동물을 소유물로 여기는 심리도 유기동물 보호소에서의 입양을 피하게 만든다. 더 예쁘고 좋은 ‘상품’을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의 구매 심리가 펫 숍으로 발길을 돌리게 한다는 것이다. 박봉기(남·25) 동물보호연합동아리 ‘애니메이트(AniMate)’ 회장은 “사람들은 유기동물보다 펫 숍에서 관리 받은 어린 동물을 분양받고자 한다”며 “물건을 고를 때 새롭고 예쁜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은 심리다”고 말했다.

또한, 반려동물이 어리고 예쁘기 때문에 분양받는 심리는 특정 동물의 종을 선호하는 유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본교 길고양이 동아리 숙묘지교의 회장 김소정(영어영문 17) 학우는 “유행하는 고양이 종이 시기별로 다르다”며 “3년 전 유행했던 품종의 고양이를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그 증거다”고 설명했다.

유기동물을 입양하지 않는 데에는 사람들의 편견도 큰 역할을 한다. 유기묘 입양에 대해 김 학우는 “성묘이기 때문에 주인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입양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분양자들은 유기동물이 버려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 역시 “주변 사람들이 유기동물은 정신적 혹은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싫다는 말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의 손을 잡아주세요
다수가 유기동물 입양을 꺼리기 때문에 입양되지 못하는 유기동물은 해마다 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 유실·유기동물 수는 2014년 8만 1,147마리, 2015년 8만 2,082마리, 2016년 8만 8,859마리로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10만 715마리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러한 유기동물의 수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시민단체, 개인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28일(토) 서울특별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를 개장했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선 긴급 구호 동물에 대한 치료 보호, 동물 입양, 동물 보호 교육과 상담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또한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를 위해 시민을 대상으로 ‘유기견과 함께하는 행복한 산책’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할 시 시민들은 자원봉사자와 동행하며 유기견과 산책을 할 수 있다. 이 팀장은 “유기견과 직접 산책하며 유기견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실제로 참가자가 유기견과 정이 들어 입양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의 동물 입양센터는 입양절차를 통해 입양하려는 사람이 입양동물의 동물권을 보장하고 지속적으로 보살필 능력이 있는지 확인한다. 지원자들은 ‘모든 가족 구성원이 동물의 입양을 동의하셨나요?’ ‘관리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갖고 계신가요?’ 등의 질문이 기재된 입양 전 고려사항을 필독한 뒤, 입양설문지를 작성해 입양지원을 한다. 입양설문지에는 ‘입양한 동물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복지를 충족시켜주며 끝까지 책임져 줄 수 있나요?’ ‘과거 동거했던 반려동물은 어떻게 되었나요?’ 등의 문항들이 있다. 이러한 입양절차는 파양 방지를 위해 엄격히 시행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도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물권 단체 ‘케어(Care)’는 ‘사지 말고 입양하자’ 캠페인으로 입양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케어의 캠페인으로 입양이 완료된 동물은 2012년 7월부터 올해까지 6년간 총 631마리다.

본교에도 유기동물의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있다. 애니메이트는 신촌에서 캠페인을 열어 동물권 보호와 관련된 엽서를 배부하고 사진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유기동물들이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보호소에서 고통받고 있다”며 “동물보호캠페인을 개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유기동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의 시대, 우리와 함께하는 동물이 많아질수록 유기·유실되는 동물도 늘고 있다. 반려동물 증가 속도에 맞춰 성장하지 못한 인간의 책임의식은 길거리에 수많은 유기동물을 발생시키고 있다. 좁은 골목길에 웅크려 배고픔을 견디는 강아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는 고양이. 한때 우리의 가족이었던 그들은 차가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동물 보호에 힘쓰고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회만이 진정으로 약자를 위하고, 사람을 위하는 사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그들에게, 이제는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한가람·이지수 기자 smphgr9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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