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여성스럽다’는 말을 들었을 때 스쳐지나가는 형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여성에게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다. 여성성 프레임은 성역할의 사회화를 통해 성립된 개념으로 사회가 여성에게 씌우는 ‘어떤’ 성질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온순하다’ ‘여성은 감정적이다’ ‘여성은 머리가 길어야 한다’ 등이 그 예다. 필자 역시 여성성 프레임에 갇혀 있던 시절이 있었다.

“너 왜 남자 머리 했어?” 필자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다니던 고등학생 시절 마주치는 사람마다 필자에게 건넸던 말이다. “응, 그냥 편해서” 필자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짧은 머리가 왜 ‘남자’ 머리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았다. 머리를 자르고 난 뒤에는 교복 치마를 입을 수 없었다. 짧은 머리에 교복 치마를 입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필자는 자연스럽게 교복 바지를 입었고 누구도 필자에게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모두가 그것이 당연하다는 눈빛이었다. 필자의 부모님 역시 “이제 여성스럽게 머리를 기르는 게 어떻겠니?”라며 여성성 프레임을 강요했다. 이러한 주위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필자는 스스로 그 시절을 ‘남자 같던 때’라고 기억했다.

짧은 머리를 남자 머리라 칭하고 교복 치마를 입을 수 없다는 생각. 치마는 ‘여성스러운’ 옷이니까 긴 머리에 어울린다는 생각과 여자는 머리가 길어야 한다는 생각. 그것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 깨닫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번 1344호 여성부 기사인 여성성 프레임 기사를 준비하며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억압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필자가 그것을 인식하기 시작하자 우리 사회의 수많은 여성들이 그 프레임 속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필자가 해당 기사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필자를 비롯한 여성에게 씌워진 여성성 프레임을 자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필자처럼 아직 여성성 프레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속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이 있다. 이것이 여성 개인의 문제일까. 우리에게 여성성 프레임이라는 색안경을 끼운 것은 사회다.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 그리고 틀에 갇힌 아름다움. 그것들이 모여 현재의 ‘여성’의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여성성 프레임을 인식하고 깨어나야 할 때다. ‘여성스럽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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