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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과 안전성 사이의 갈등, 임상시험

기사승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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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합니다’ 우리는 지하철 벽면에서 이런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임상시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임상시험을 검색하면, 임상시험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글이 존재하는 한편, 임상시험 참여로 쉽게 돈을 벌었다며 임상시험을 도모하는 글도 많다. 임상시험을 ‘꿀알바’라고 칭하는 글을 보면 ‘임상시험에 참여해볼까’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임상시험에 대한 부족한 인식으로 임상시험은 멀게만 느껴진다.

 

임상시험, 약품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임상시험은 새로운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개발을 위한 과정이다. 동물실험과 같은 비임상시험을 거친 후, 인체엔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를 검증하는 첫 단계가 바로 임상시험이다.

세포실험, 동물실험 등의 비임상시험을 마친 신약후보물질은 임상 1상, 임상 2상, 임상 3상의 과정을 거친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시판된다. 임상 1상에선 건강한 자원자에게 신약후보물질을 투여해 물질의 안전성과 효능, 투여량 등을 확인한다. 이후 임상 2상에서는 신약이 치료하고자 하는 해당 질환의 경증환자 200~300명을 대상으로 약물의 적정량과 그 효능을 시험한다. 임상 3상은 신약이 시판허가를 받기 전 단계로, 더 많은 환자에게 신약을 적용해 임상 2상에서 입증된 효과가 기존의 약품에 비해 얼마나 더 효과적인지를 평가한다.

지동현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KoNECT) 이사장은 임상시험 과정에 대해 “단순히 신약의 효과만을 알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기존 약물의 효능과 비교해 신약이 꼭 시판돼야 하는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약물은 임상 1상부터 3상까지의 절차를 모두 통과했을 때 비로소 식약처의 시판 허가를 받을 수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은 *다국가 임상시험이 267건, *국내 임상시험이 361건으로, 총 628건이다. 우리나라에선 2004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되는 등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임상시험이 활발해졌다. 임상시험이 활성화된 지 1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글로벌 임상시험 순위에서 6위를 차지하며 임상시험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를 다지고 있다. 이에 지 이사장은 “임상시험이 활성화된 초반에 우리나라의 글로벌 임상시험 순위는 20위권 밖이었다”며 “서구권 나라보다 임상시험을 늦게 시작한 편임에도 꾸준한 신약 개발과 우수한 임상시험 체계 덕분에 임상시험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는 전 세계 임상시험 도시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임상시험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임상시험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 위원으로 활동 중인 본교 박수헌 법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진과 의료시설은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으며, 서울시에 임상시험 실시기관이 많이 분포해 있다”며 서울시가 임상시험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식약처가 지정한 국내 임상시험 실시기관의 현황(2017년 기준)을 보면 총 184개의 기관 중 약 31%(57개)의 임상시험 실시기관이 서울시에 위치해 있다. 서울시 다음으로 임상시험 실시기관이 많은 경기도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수다.

 

체계화된 임상시험, 참여자를 보호하다
임상시험의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엔 임상시험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예방하고 임상시험대상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법적 보호 장치가 존재한다.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은 임상시험에 대해 가장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규정으로,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업무, 구성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연구 책임자의 의무와 역할, 임상시험대상자를 보호하는 절차들도 규정한다.

임상시험심사위원회는 임상시험의 계획, 대상자 선정, 연구 과정 등 임상시험의 전반적인 절차를 검토한다. 임상시험심사위원회엔 비과학계 위원들도 포함돼 있다. 의학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위원들은 임상시험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설명문과 임상시험 참여 동의서를 검토하며 윤리적인 결함이 없는지를 평가한다.

식약처도 임상시험대상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임상시험 및 대상자 보호프로그램(Human Research Protection Program, 이하 HRPP)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HRPP는 임상시험대상자가 임상시험 정보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헬프데스크(Help Desk)’를 운영하고, 연구가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승인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한다.

이 외에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3조엔 연구자가 지켜야 할 기본원칙 6가지가 명시돼 있다. 원칙은 연구대상자의 존엄과 가치, 자율성, 안전 보장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또한, 약사법은 임상시험 종사자 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지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임상시험 안전과 관련된 제도와 규정이 잘 갖춰져 있어 우리나라 임상시험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임상시험대상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안전한 임상시험을 위해선 임상시험대상자는 설명문을 꼼꼼하게 숙지하고 자발적으로 동의의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식약처의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은 임상시험의 책임자가 임상시험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임상시험대상자에게 알리고 대상자의 자발적인 서면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상시험대상자의 자발적인 동의는 임상시험에 관한 충분한 정보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임상시험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설명문은 양이 많고 전문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어 실제 임상시험대상자들이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자외선 차단제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윤정희(여·50) 씨는 “임상시험 담당자가 설명문을 나눠줄 뿐 별도의 설명은 하지 않았다”며 “설명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읽지 않고 동의서에 서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박 교수는 “설명문은 임상시험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많은 양이 담길 수밖에 없다”며 “시험대상자들이 더욱 쉽게 설명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문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명문엔 임상시험에 대한 모든 설명이 담겨 있기 때문에 꼼꼼히 숙지한 후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엔 임상시험 참여에 있어서 자발적인 동의가 곤란한 위치에 있는 의과대학의 학생, 의료기관 근무자, 미성년자, 노숙자, 난민 등 ‘취약한 환경에 있는 시험대상자’를 규정하고, 그들의 임상시험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박 교수는 “임상시험에 취약한 환경에 있는 시험대상자가 필요할 경우,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통해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에 대한 우려, 건전한 인식으로 개선하다
임상시험이 각종 제도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임상시험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가 2016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 50대의 경우 긍정의 대답을 한 비율이 53.2%에 달했지만 20대의 경우는 20.3%에 그쳤다. 임상시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윤 씨는 “몇 차례의 시험을 거친 제품이라기에 처음엔 임상시험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서도 “막상 직접 참여하려다 보니 부작용이 우려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장품 임상시험에 참여한 대수민(여·21) 씨는 “임상시험 부작용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며 “이 때문에 임상시험에 참여하기가 망설여졌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의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느낀 이도 있었다. 이병일 HBA한국스마트임상센터 대표는 자폐성 장애 2급을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많은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이 대표는 “임상시험이 연구자와 공급자 위주로 진행된다고 느꼈다”며 “임상시험 참여 후 시험 결과를 알 수 없어 불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 대표는 직접 해결책을 고안했다. 건전한 임상시험 참여를 돕기 위해 임상시험 중개 애플리케이션 ‘올리브씨(AllLiveC)’를 개발한 것이다.

올리브씨는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 임상시험대상자의 권리 등 식약처에서 승인한 모든 임상시험의 정보를 제공해 임상시험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한, 협약을 맺은 임상시험 실시기관에 사용자가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이 대표는 “임상시험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로 인식되는 현상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공익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상시험을 가볍게 여기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임상시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의 지 이사장은 “임상시험은 신약후보물질을 인체에 적용하는 첫 단계라 대중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임상시험의 안전장치를 통해 피험자의 권리와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식약처장은 잦은 임상시험의 참여로 인한 위험과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임상 1상에 참여하는 건강한 자원자의 임상시험 참여 횟수를 연 2회로 제한하도록 약사법을 개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임상 1상에 참여하는 건강한 자원자들의 안전을 위해 타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찬성했다.

안타깝게도 임상시험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안전장치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임상시험은 환자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유용성을 가져다줄 수 있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제는 임상시험의 가치를 인정하고 건전한 임상시험이 되도록 안전장치를 끊임없이 검토할 때다.

 

*다국가 임상시험: 의약품 개발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
*국내 임상시험: 의약품 개발을 위해 국내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

한가람 기자 smphgr9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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