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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켓, 매매의 공간을 넘어 소통하는 공간으로

기사승인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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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해지자 자신이 직접 만든 물품들을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가방을 맨 그들은 길목에 설치된 탁자 앞에 자리를 잡고, 가방 속에서 다양한 색상의 팔찌와 목걸이, 캐릭터 모양의 동전지갑 등의 공예품을 꺼내 탁자위에 올려둔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아기자기한 공예품에 이끌려 발길을 멈췄다. 이내 탁자는 공예품을 구경하고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처럼 공식적인 매장이 아닌 장소에서 자유롭게 새 상품이나 기존 제품을 파는 시장을 프리마켓이라고 한다.

지난 1일(화)부터 7일(월)까지 일주일간 서울과 경기도 시내 곳곳에서 진행된 ‘2018공예주간(크레프트 위크)’ 행사의 일환으로 프리마켓이 진행됐다. 본지의 기자는 공예주간을 맞아 더욱 많은 예술품과 프로그램들이 준비된 ‘홍대 앞 희망시장’과 ‘인사동 공예와 마켓’ 그리고 이색 프리마켓 ‘마르쉐(Marche) 농업 프리마켓’을 방문했다.


희망시장, 젊은 창작가들의 예술공간
희망시장은 2002년 3월 한국 최초로 개설된 수공예 문화예술 시장이다. 홍대 앞에 위치한 희망시장은 주로 젊은 작가와 기획자들이 중심이 돼 핸드메이드(Handmade) 소품 및 공예, 그리고 디자인 제품 등을 전시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홍대입구역에서 나와 홍대의 ‘걷고 싶은 거리’를 지나 홍익문화공원으로 가니 이것저것 구경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젊은 창작가들이 만든 공예작품과 일러스트, 도장, 가죽 등의 디자인 상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장용준 공방’의 장용준(남·50) 씨는 희망시장에서 국제 공용의 영수증 종이를 판매하고 있었다. 장 씨는 “스케치를 하다보면 긴 이야기를 풀어써야할 때가 많아요”라며 “이때 영수증처럼 긴 종이가 있다면 이야기를 쓰기에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해 제작했죠”라고 말했다. 과제를 하기 위해 주말에도 학교를 자주 나오는 권예진(여·22) 씨는 “건축학과 과제를 할 때면 도면과 관련된 이야기를 길게 서술할 종이가 필요할 때가 많아요”라며 “앞으로 영수증 용지를 자주 사용할 것 같아요”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프리마켓이 개최된 공간 옆에는 임시 벽이 세워져 있었다. 그 벽에는 파란색, 주황색 등 강렬한 색으로 그려진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학교를 가던 학생들, 쇼핑을 위해 홍대 앞 거리를 방문한 방문객들은 젊은 작가들의 이목을 끄는 작품에 잠시 발길을 멈추고 그림들을 바라봤다. 권 씨는 벽에 걸린 작품들을 바라보다 “가끔 임시 벽에 큰 도화지를 걸어두고 드로잉 퍼포먼스를 하기도 해요”라며 “어린 관람꾼들은 작가가 쥐어주는 붓으로 직접 작품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죠”라고 설명했다. 17년 전 전통성을 지닌 창작품과 직접 디자인한 공예작품을 판매하기 위한 프리마켓인 희망시장이지만, 오늘날엔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돼 있다. 홍대 앞 희망시장 운영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이 더욱 성장하고 있어요”라며 프리마켓에 놀러온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 '홍대 앞 희망시장'에 참여한 '장용준 공방'의 장용준(남·50) 씨가 손님에게 영수증 종이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공예와 마켓, 소비자와 소통하다
전통성이 느껴지는 공예와 마켓 프리마켓은 전통적인 공예품을 파는 거리로 유명한 인사동길 끝 북인사마당에서 진행됐다. 필자가 북인사마당에 도착했을 때 공예작가들이 물품을 한창 진열하고 있었다. 아직 공예품들이 채 진열도 되지 않았음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진열대 위의 공예품들을 쳐다봤다.

거센 바람이 부는 날이었지만 물품이 모두 진열되자 많은 사람들이 공예품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외국인 모녀의 모습도 보였다. 보라색 천연색소가 끝에 물든 스카프, 분홍색과 베이지색이 조화된 스카프. 진열대를 빼곡히 채우는 다양한 천연염색스카프들을 하나씩 자녀의 목에 둘러보며 자신의 딸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카프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었다. 천연염색스카프와 저고리의 원단 선택 및 염색까지 전부 직접 한다는 김유진 핸즈플러스(Handsplus) 협동조합 이사는 “프리마켓에서 물건을 판매하니 직접 만든 물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아요”라며 프리마켓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핸드메이드 스카프 옆엔 장난감이라고 착각할 만큼 작은 크기의 가야금이 전시돼있었다. 미니 가야금은 장난감이 아닌 정교하게 만들어진 진짜 가야금이었다. 미니 가야금 옆에는 더 작은 가야금 모형의 스피커가 있었다. KC인증 및 디자인 특허를 받은 가야금 블루투스 스피커에선 가야금 연주가 흘러나와 프리마켓이 진행되는 북인사마당에 흥겨움을 더해줬다. 블루투스 스피커 가야금을 제작한 '라온'의 김진구 작가는 “한국 전통음악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모형가야금에 블루투스 스피커 칩을 삽입했어요”라며 자신의 공예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평온한 느낌의 가야금 연주소리가 들리는 라온 부스엔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 공예품을 만드는 공간도 있었다. 공예와 마켓에 방문한 사람들은 ‘가야금 DIY 체험부스’에서 직접 가야금을 만들었다. 김 작가는 “*안족을 놓고 실을 감는 것을 체험하며 사람들이 가야금의 구조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했어요”라고 말했다. DIY 체험부스의 맞은편엔 나무에 전통문양 그림을 그리는 체험활동도 진행됐다. 부모님을 따라왔던 어린이들은 활동에 참여해 자신만의 전통문양을 만들었다.

공예와 마켓을 운영하는 이준석 소이플리협동조합(Social Economy Flea Market) 이사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공예품들을 시민들이 체험함으로써 공예품의 창작과정을 알리고 공예품을 대중화시키고자 해요”라며 “더불어 구매자와 소통함으로서 공예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지속적인 공예 발전에 기여하고자 해요”라고 말했다.

   
▲ 북인사마당에서 진행된 '공예와 마켓'을 방문한 여성이 머리띠를 고르고 있다.
   
▲ '공예와 마켓'애서 '라온'의 김진구 작가가 '가야금 DIY 체험부스'에서 방문객이 가야금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농업 프리마켓, 공예품이 농산물을 판매하다
이처럼 프리마켓에서는 주로 귀걸이나 손거울과 같은 공예품이나 예술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프리마켓은 판매하는 물품의 범위가 확장됐다. 공예품이나 예술품이 아닌 농산물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직접 기른 농산물과 그 농산물을 이용해 만든 요리를 주로 판매하는 마르쉐 농업 프리마켓이 기존의 프리마켓 틀에서 벗어난 대표적인 예다. 마르쉐는 농부 팀과 요리 팀, 수공예 팀, 이벤트 팀, 운영팀으로 구성돼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필자가 방문한 ‘마르쉐@성수 <소풍>’에선 농부와 요리사 등의 참여 셀러(Seller)가 편한 복장에 앞치마를 두르고 각각의 영역에서 각종 농산물과 음식을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농산물에 대한 설명이 적힌 나무판자를 옆에 세우고 바구니에 잘 씻긴 채소를 넣어 판매하는 농부들의 모습과 제조과정을 빼곡히 적은 메모지가 붙여진 과일 청을 판매하는 요리사의 모습이 있었다. 또한 선인장이 심긴 작은 화분을 손에 들고 뛰어다니는 이벤트 팀과 농산물을 실어 부스로 나르는 자원봉사 팀, 농부와 요리사들의 판매 상황을 확인하는 운영 팀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요리 팀이 준비한 생소한 음식들은 방문객이 직접 시식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됐다. 수제 올리브절임과 올리브 스프레드를 판매하는 아워올리브(Ourolive)의 한 대표는 “소비자가 처음 올리브절임을 접했을 때에는 생소해하지만 시식 후엔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했다. 시식을 통해 요리 팀 아부레이수나에서 민물새우튀김의 구매를 결정한 김규민(여·22) 씨는 “민물새우라는 재료로 요리했다는 점이 신선했어요”라며 “일반 농수산물시장은 위생적이지 않은 모습에 이용하기 꺼려지지만, 마르쉐는 넓은 공간에서 쾌적하게 운영된다는 점에 만족스러워요”라고 말했다.

운영팀 ‘마르쉐 친구들’의 박보현 운영자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질 좋은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해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시장운영 전과 후에 회의를 한다. 프리마켓을 운영하기 전에 진행되는 마르쉐 타임은 팀원 간의 운영정보를 공유하고 이전 프리마켓을 운영했을 때 부족했던 점을 보충하는 시간이다. 프리마켓 운영이 끝난 후에도 뒤풀이 시간을 갖는다. 둥글게 모여 앉은 농부들과 요리사들이 차례대로 일어나 당일 프리마켓에서의 개선사항이나 건의사항을 말한다. 그들은 형식적인 건의사항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재밌었던 에피소드 혹은 농산물을 빌려준 농부 팀에게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마르쉐 농부팀에 속한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농부는 “마르쉐의 농부들과 농산물을 키우는 법을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라며 마르쉐 타임의 효과를 설명했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공예품을 판매하던 시장에서 소비자와 소통을 하는 공간으로. 공예품에서 농산물로. 이처럼 프리마켓의 목적과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는 사회와 함께 변화하고 있다. 이번 주말엔 공예품을 판매하기만 하는 프리마켓이 아닌 다양한 체험공간이 마련된 프리마켓에 들려 나만의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안족: 거문고나 가야금 등의 악기의 줄을 떠받치는 ‘ㅅ’모양의 받침대

이지수 기자 smpljs94@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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