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다가올 때면 초등학교 교실의 칠판엔 ‘부모님 안마해드리기’ ‘색종이 카네이션 접기’ ‘부모님께 손 편지 쓰기’ 등의 숙제가 적혀있다. 숙제가 주어지면 아이들은 고사리같은 손으로 빨간색 종이 카네이션을 접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감사합니다’라는 편지를 쓴다.


대학생이 된 지금, 한 손엔 생활비를 줄여가며 구매한 선물을 다른 한 손엔 색종이 카네이션이 아닌 꽃다발을 든 이들은 선물을 준비해 뿌듯하면서도 부족할 생활비를 생각하면 발걸음이 무겁다. 어버이날은 어떠한 날이며, 사람들은 어버이날을 어떠한 방식으로 기념하고 있을까.


 

#1. 장한 어머니를 뽑던 어머니날, 어버이날이 되다

어버이날은 매년 5월 8일,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이다. 어버이날의 유래는 ‘어머니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날은 1955년 8월 국무회의를 통해 지정됐으며, 1956년 5월 8일에 제1회 어머니날 행사가 개최됐다. 어머니날 행사는 여성에게 자부심을 높여주는 동시에 ‘어머니가 돼 자식을 훌륭하게 길러야 한다’는 관념을 심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어머니날이 공식적인 기념일로 지정되기 전인 1950년대엔 한국전쟁으로 인한 전쟁고아와 전쟁미망인들이 많았다. 10만 명이 넘는 전쟁고아와 30만 명 이상의 전쟁미망인들은 대부분 국가의 복지에 의존했다. 하지만 전쟁의 피해자를 국가에서 모두 관리하는 것은 어려웠고, 도움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주로 여성들이 보살폈다. 이에 소년운동단체는 여성의 이런 희생을 기리기 위해 어머니날 행사를 열었다. 어머니날 행사의 핵심은 ‘장한 어머니 뽑기’였다. 주로 세쌍둥이를 낳고 기른 어머니, 전쟁 당시 아들 세 명 이상을 군에 보낸 어머니 등 고난의 시절 출산으로 국가에 크게 기여한 어머니가 장한 어머니로 선정됐다.


이후 어머니날은 어버이날로 변경돼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1956년부터 1972년까지 17회의 어머니날 행사를 끝으로 1973년 3월 30일에 어버이날로 개칭했다. 오서진 대한민국가족지킴이 이사장은 “여성의 자부심을 높이던 어머니날이 어버이날로 개정되면서 가정에서의 효를 강조하는 날로 변화했다”며 “변화의 목적은 유신정권 시기에 가정에서의 효가 나라에 대한 충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를 거친 어버이날의 초기에는 전통 예절을 강조하기 위해 가훈짓기운동, 국민예절운동, 경로운동 등이 진행됐다. 오 이사장은 “여성인 어머니들을 기리는 행사가 축소되고 가부장에 대한 섬김은 오히려 확대됐다”고 말했다.


근래에는 이러한 예절교육운동보다는 외식, 여행 등을 통해 가족과의 시간을 갖는 문화가 강조되고 있다. 오 이사장은 “현대의 어버이날은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활동적인 가족친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가족 영상을 제작하는 것과 같은 추억을 남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2. 독특한 어버이날 문화, 각 나라의 개성을 살리다

가족과의 시간을 갖는 문화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어버이날 모습은 자녀가 부모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모습이다. 카네이션을 달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의 어버이날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오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어버이날에 선물, 꽃 전달 등 감사함을 물질적인 선물로 표현하려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외국은 국가의 개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매년 7월 15일에 우리나라의 어버이날과 비슷한 전통명절 ‘부란절’을 보낸다. 오 이사장은 “부란절에는 종이배를 물 위에 띄우며 부모님을 위해 기도를 올려 감사함을 전하고 정성껏 조상의 제사를 지낸다”며 “선물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감사함의 의미를 전하는 문화가 많다”고 말했다. 그리스에서도 1월 8일 어머니의 날이 되면 남자들은 어머니의 희생을 체험하는 행사를 한다. 남자들은 저녁이 될 때까지 집에서 빨래와 청소를 하고 아이들을 돌본다. 남자들이 저녁이 되기 전에 길거리로 나오면 여자들이 물을 퍼부어 다시 집 안으로 돌아가게 한다. 이는 저녁때까지 집안일을 해야만 했던 여성들의 삶을 온전히 체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각자만의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외국의 어버이날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추억할 만한 어버이날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선물을 사지 못했다던 김지현(법 17) 학우는 자신의 장기인 글쓰기를 활용해 봄에만 피는 꽃과 사계절 내내받는 부모님의 사랑을 대조한 시를 지어 부모님께 선물했다. 이주호(화학 17) 학우는 “부모님의 신혼시절과 나의 어린 시절이 담긴 포토북(Photo-book)을 드렸다”며 “부모님이 포토북을 보시고는 굉장히 기뻐하셨고 물질적인 것으로는 전하지 못하던 감사함을 전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답했다. 오 이사장은 “선물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레크레이션을 하는 등의 가족의 친밀감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특별한 추억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가족들과 함께할 기념일에 설레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몇몇 사람들은 오히려 근심이 커지곤 한다.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Incruit)’에서 5월 4일(금)에 발표한 성인남녀 총 3,2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가정의 달의 지출이 부담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9.1%가 ‘부담 된다’고 답했다. 또한, 어버이날의 예상 지출은 평균 25만 9,000원이었다. 5월의 다른 기념일인 어린이날에 평균 6만 9,000원, 성년의 날은 3만 4,000원을 지출한다는 것에 비하면 3배 이상의 수치다. 이렇듯 어버이날 선물에 지불되는 비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주고 있었다.


숙명인들이 어버이날 선물 구매비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본지는 지난 9일(수)과 10일(목) 이틀간 숙명인 600명을 대상으로 어버이날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신뢰도 95.0%, 오차범위 ±1.8%p) 숙명인 537명을 대상으로 ‘어버이날 선물로 얼마를 지출하는가’를 질문한 결과 8.0%(43명)의 학우가 어버이날의 선물로 10만 원 이상을 지출하며, 23.9%(121명)의 학우가 5만 원 이상 10만 원 미만을 선물 비용으로 지출한다고 답했다. 평균적으로 4만 8,000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출 비용에 대해 숙명인 499명 중 14.0%(70명)의 학우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송솔의(테슬 17) 학우는 “성인이 된 후로 높은 가격의 선물을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며 “아르바이트를 해 어버이날 선물을 구매할 돈을 마련한다”고 답했다. 항상 어버이날 되기 며칠 전부터 선물을 준비한다는 오유정(영어영문 14) 학우 역시 “어버이날 선물을 드리는 것은 자식으로서의 의무로 다가와 부담감을 느낀다”며 “매년 케이크, 옷 등의 선물을 드렸지만 항상 비슷한 선물이 반복될 뿐, 의미있는 어버이날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을 기념해 감사함을 전하고 싶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선물을 하지 못하는 학우도 일부 있었다. 어버이날을 기념하지 못했다는 131명의 학우 중 23.7%(31명)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어버이날을 기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 학우는 “4만 원 가량의 선물을 해드리려면 한 달 생활비의 약 10.0% 가량을 어버이날 선물구매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물 구매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지만 숙명인 499명 중 86.0%(429명)의 학우는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구매한 비용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숙명인들이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차승연(경제 18) 학우는 성인이 된 후 처음 맞이한 어버이날에 무언가를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해 직접 만든 레터링 케이크를 부모님께 드렸다. 차 학우는 “손수 ‘우리 엄마, 아빠여서 감사해요’라는 문구를 케이크 위에 적어 드렸다”며 “부모님께서 감동한 모습을 보고 다음에도 선물을 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힘들 때면 응원을 보내주시고,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냈을 때면 기쁨을 함께 나눠주시는 부모님. 어버이날은 평소에 하지 못했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낳아주시고 키워주심에 보답할 수 있는 기념일이다. 만약 그 감사의 마음을 아직 전달하지 못했다면 오늘이라도 따뜻한 포옹과 함께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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