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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간다고 여성혐오가 사라질까

기사승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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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선언이 있었다. 남자들은 징병제 폐지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한편, 여느 때처럼 그간의 억울함과 분노의 화살을 여자들에게 돌린다. 여성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 남자와 동등하게 군대에 가지 않기 때문에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주장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과연 여성들이 처한 불평등한 현실을 여자가 군복무를 하지 않아서라는 간단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여성 군복무를 시행하고 있는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고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들 근거로 제시하며 여자도 군복무를 해야 성평등을 이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선후관계가 뒤바뀐 주장이다. 이들은 UN 성평등 지표에서 매년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국가들이다. 네덜란드 국방부 장관은 “그동안 여성이 징집 대상이 아니었던 이유는 그들이 노동시장에서 받는 불평등 때문이었다”며 “이젠 남녀 모두 동등한 교육, 직업 훈련의 수준에 도달했으니 군복무에서의 동등한 대우가 여성의 불리한 점을 상쇄할 것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여성의 군복무가 성차별의 해결책이었던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성평등이 이뤄졌기 때문에 여성 징집제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성평등 118위인 한국에서 여성 군복무 의무화는 여성을 더 심각한 남성 중심적 사회구조의 희생자로 만들 뿐이다. 실제로 한국 여군은 5명 중 1명꼴로 성범죄 피해자가 된다. 하지만 실형을 선고받는 가해자는 고작 20명 중 1명꼴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여성 군복무가 여성 인권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다.
 

여성 인권은 천부인권이다. 권리 이행에 따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자연권이다. 우리가 누렸어야 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누구인가. 성적 대상화되지 않을 권리를, 불평등과 폭력에 저항할 권리를, ‘여성스러움’이라는 기준으로 평가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입사 시험에서 점수에 차이를 둬 수많은 여성 지원자들을 떨어뜨리는, 여성은 출산과 양육을 담당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배제하는, 여군을 군인이 아닌 여성으로 바라보기에 립스틱과 구두를 강요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나는 여성으로서 그들과 싸울 뿐이다. 우리의 행진과 목소리를 가로막는 자들은 누구인가.           
                                                                   
                                                                               박혜리 (응용물리 16)

숙대신보 shinbosa@sm.ac.kr

<저작권자 © 숙대신보 모바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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