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 속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팡이를 짚고 앞을 걸어가는 노인, 앞이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에 의지해서 걸어가는 사람,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까지. 우리는 이들과 다를 게 없는 똑같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모두 차별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불편함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사회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모두가 살기에 좋은 곳일까?

 

편견의 장벽을 허물어요

 

배리어프리(Barrier Free)는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배리어프리는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며 건축학 분야에서 유래된 용어로, 1974년에 등장했다. 고정희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담당자는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장애인고용공단이 설립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효되면서 장애인의 인권의식이 높아졌다”면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 교육과 취업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을 자주 볼 수 있는 복지관에서는 배리어프리가 필수적이다. 박윤미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 홍보팀 담당자는 “장애인의 이동권이 비장애인에 비해 제약사항이 많다”며 “장기적으로 사회에서 장애인의 이용 편의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담당자는 비장애인의 인식변화를 위해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을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안내하고 있다”며 “서로의 인식을 이해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무교육 또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학우의 교육 공간인 본교 또한 배리어프리가 필요한 장소다. 본교 김주영 장애학생지원센터 대리는 “2010년 본교에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한 이후 3회 연속 ‘교육부 장애대학생 복지지원 평가’에서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며 “본교가 배리어프리의 필요성을 알고 학생들과의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가 평가로 드러난 것이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와 관해 본교가 개선해야 할 사항에 대해 김 대리는 “과학관에서 도서관으로 가는 길목이 휠체어가 다닐 만큼 넓지 않다”며 “장애학생들에 대한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이를 개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계 없이 만나는 영화

 

배리어프리는 고령자나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실천되고 있다. 먼저, 문화생활에서 배리어프리의 실천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9회를 맞은 ‘장애인 영화제’가 해당 사례다. 심효은 장애인 영화제 담당자는 “지난 2000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문화적 접근이 어려웠던 장애인에게 한글자막, 화면해설이 첨가된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공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영화제를 통해 영화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영화제에서는 장애 관련 소재 영화나 장애인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가 상영된다. 지난달 7일(금)부터 10일(월)까지 총 3일에 걸쳐 진행된 장애인 영화제에서는 이미지 감독의 <터치>와 남소원 감독의 <유토피아> 등의 작품이 상영됐다.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된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기존의 영화와 달리 음성으로 영화 장면을 설명해주는 화면해설과 화자 및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한글자막을 넣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다. 배리어프리영화에 대해 심 담당자는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배리어프리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비장애인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심 담당자는 “장애인 영화제를 통해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성적인 ‘동감’을 넘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느끼는 ‘공감’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영화제는 서로의 구분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며 매해 가을에 개최되는 영화제에 대한 참여를 독려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한 배리어프리

 

배리어프리는 각종 사회적 단체, 복지관, 본교에 이르는 다양한 기관에서도 실천되고 있다.

장애인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장애인인권포럼에서는 지속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정책 연구와 사업을 수행해나가고 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의 고 담당자는 “2008년부터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웹 접근성 모니터링 사업을 수행해왔다”며 “「국가정보화기본법」에 따라 우수 사이트에 대한 품질을 인증하고 심사하는 웹와치사업단을 구성하고 발전시켜 이를 자회사형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2005년부터 도시개발에서의 무장애 도시개념의 도입을 위한 한·일 심포지엄을 주최하고 ‘장애물 없는 도시 구축을 위한 장애인 당사자 및 전문가 참여 프로세스’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유니버설 디자인에 관한 연구도 진행했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공공임대아파트에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실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를 함께 진행했으며, 연구결과가 적용된 건축물 착공을 준비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유니버설디자인 작품의 공모전 참여를 유도하고 학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마포복지목욕탕’이 운영 중에 있다. 박 홍보팀 담당자는 “일반 목욕탕과는 다르게 장애인목욕탕이 따로 설치돼 있어 위생관리가 어려운 장애인들이 가족과 함께 들어가 목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교 또한 배리어프리 정책을 시행 중에 있다. 장애학생지원에 대한 학칙 및 규정을 통해 장애학생 도우미 운영(수업 도우미와 속기사, 이동 도우미 등)과 장애학생을 위한 ‘매화 장학금’을 운영한다. 이 밖에도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점자 블록, 계단의 손잡이 부착 등 시설 면에서도 장애학생들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김 대리는 “장애학생특별지원위원회에서는 최근 장애급수6급 학생의 도우미 요청을 받고 이를 지원해주고 있다”며, “덕수궁 관람과 리더쉽워크숍 등과 같은 특성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

 

배리어프리의 영향은 문화생활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리어프리와 유사한 개념인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모든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디자인으로 배리어프리가 발전된 형태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인간의 활동과 보건, 건강, 사회 참여를 증진함으로써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배리어프리가 발전되며 등장했지만 배리어프리와는 차이점이 있다. 성기창 한국복지대학 유니버설 건축학과 교수는 “초기의 배리어프리는 특정계층만을 대상으로 했다”면서도 “이후 유니버설 디자인의 영향을 받아 기존의 배리어프리도 ‘모두를 위한 배리어프리’로 변했다”고 말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물리적인 생활환경 전체를 아우른다. 현재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되는 분야는 도시건축, 제품과 관련된 산업디자인, 정보전달에 관련된 시각디자인 총 세 분야다. 성 교수는 세 분야의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사례를 소개했다. 건축 분야에서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승강기와 화장실, 노인들도 손쉽게 문을 열 수 있는 레버(Lever)형 손잡이, 제품 분야에서는 필요에 따라 높이를 다르게 조절해 사용할 수 있는 세면대와 손에 힘이 없는 노인들을 위해 개발된 콘센트 플러그가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예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점자 안내도와 픽토그램(Pictogram)은 시각디자인 분야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결과다.

성 교수는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에서 ‘픽토그램’이 일상생활에 흔히 사용된다”며 “이외에도 바닥을 활용한 점자 안내도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돕는다”고 말했다. 한편 성 교수는 배리어프리로 인해 생긴 제도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현재 국토부와 보건복지부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인 ‘BF(Barrier Free)제도’을 운영한다”며 “이 제도 하에 인증을 줄 수 있는 기관을 7개로 설정해 이에 건축물 인증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는 위처럼 문화생활, 건축 환경에 이른 전반적인 일상 전체에 걸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장애인, 고령자 등의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나 복지 정책 등의 제도적인 측면 이외에도 진정한 배리어프리가 우리 사회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사회의 변화는 사회구성원의 인식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장벽 없는 사회,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물리적, 제도적인 장애물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고정관념과 부족한 공감 능력부터 허물어야 할 것이다.

 

▲ 배리어프리 영화는 기존의 영화에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해설과 화자 및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한글자막을 넣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다.<사진제공=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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