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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토그램, 문자를 그려내다

기사승인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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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외국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표지판에 의존하곤 한다. 표지판 속 그림을 참고하면 외국어를 할 줄 모르더라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는 의사소통의 도구가 바로 ‘픽토그램(Pictogram)’이다. 만국 공통어로 기능하는 픽토그램은 무엇이며, 우리 사회에 픽토그램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 언어로 전하는 메시지
픽토그램은 사물이나 시설 등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그림문자다. 이는 그림을 뜻하는 ‘픽토(Picto)’와 전보를 뜻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다. 픽토그램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시각요소로만 표현하기 때문에 단순한 디자인으로 구성된다. 박인창 가천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는 “픽토그램은 시각적 표현만을 통해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픽토그램을 제작할 때는 시각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재현한 시각언어가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픽토그램의 전신은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오토 노이라트 박사가 1925년 개발한 ‘아이소타입(ISOTYPE)’이다. 아이소타입은 언어나 숫자 대신 도형이나 기호를 조합한 시각적인 설명 방식이다. 당시 박물관장이었던 노이라트 박사가 박물관 내 유물을 효율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고안한 아이소타입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픽토그램의 토대가 됐다. 
픽토그램은 올림픽(Olympic)과 만국박람회를 비롯한 국제 행사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 그림 표지를 활용한 픽토그램이 최초로 사용되면서 다양한 올림픽 픽토그램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발전을 거듭하며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오늘날과 유사한 픽토그램 체계가 완성됐다.
보편적인 의미를 담아야 하는 픽토그램은 제작 시 디자인이나 색을 엄격하게 규제하나 규격은 따로 제한하지 않는다. 평창 패럴림픽(Paralympics)의 픽토그램을 제작한 함영훈 스튜디오 니모닉(MNEMONIC) 대표의 저서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 픽토그램」에선 픽토그램의 조건을 소개하고 있다. 픽토그램은 주로 경고, 안내, 보호 등을 목적으로 설치되므로 오해 없이 정보의 핵심을 전달해야 한다. 문화와 인종, 언어를 뛰어넘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므로 제작 단계에서 엄격한 제재를 가한다. 박 교수는 “픽토그램 제작 시 될 수 있는 대로 단색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디자인이나 색과 달리 픽토그램의 규격은 규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종혁 광운대학교 시각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이어 “픽토그램의 핵심은 사회적 소통을 통한 의사전달이다”며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잘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픽토그램은 국제 기호체계의 기준이다. 국제표준규격(ISO, International Standardizing Organization)에선 전문가들이 표준 픽토그램의 규격을 지정한다. 공공시설에선 국제표준규격에서 표준화한 픽토그램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2013년을 기준으로 공공시설 안내그림 표지 79종과 안전표지 158종이 배포됐다. 국내에서도 한국산업규격(KS, Korea Industrial Standards)을 통해 공공시설용 픽토그램을 지정하고 있다. 이중 32종이 국제표준규격으로 선정됐다.

대학생, 픽토그램으로 말하다
픽토그램은 발표 수업이 많은 대학생에게도 매력적인 도구다. 장황한 설명을 픽토그램으로 대체하면 발표 내용을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전달 효과도 높아진다. 발표 자료 제작에 픽토그램을 활용한 경험이 있는 한성주(역사문화 15) 학우는 “같은 강의를 듣는 외국인 학우들의 경우 발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데 자료에 픽토그램을 활용하니 훨씬 이해하기 수월해 했다”고 말했다. 픽토그램이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 의사소통에 도움을 준 것이다.
픽토그램을 활용하면 전하고자 하는 정보만을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다. 차별과 편견의 시선이 드러나는 사진과 달리 픽토그램은 성별, 연령, 인종에 대한 정보를 담지 않고도 핵심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학우는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던 때 ‘군중’이라는 주제의 픽토그램을 찾아야 했다”며 “목발을 짚은 사람과 휠체어(Wheel Chair)를 탄 사람, 키가 크고 작은 사람이 모두 모여 있는 픽토그램이 있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편견을 꼬집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접근과 사용이 쉽다는 것 또한 대학생이 주목하는 픽토그램의 장점 중 하나다. 여러 사이트에서 쉽게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고 자료가 풍부해 선택의 폭도 넓다. 한 학우는 “검색을 통해 원하는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누구나 무료로 픽토그램 자료를 등록하고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덜하다”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픽토그램은 사회 곳곳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 교수가 활동하고 있는 광운대학교 산학협력단 소속 ‘LOUD 프로젝트’는 ‘Look over Our society, Upgrade Daily life’의 약자로 사회 곳곳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카페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는 ‘머그컵 전용석 프로젝트’, 불법 촬영 및 배포를 근절하기 위한 ‘빨간원 프로젝트’ 등 공공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픽토그램은 절대적인 소통 수단은 아니다”며 “사회의 쟁점까지도 함축하고 있는 픽토그램을 통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소통의 물꼬를 트는 것이 목적이다”고 말했다.
공익을 목적으로 제작된 표준 픽토그램은 언어를 초월한 소통의 매개체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해석돼야 하므로 제작 시 개성보다는 공공성과 보편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공공시설 및 도로 표지판에서 널리 이용되는 픽토그램은 본교 순헌관 1층에 위치한 자동심장 제세동기, 순헌관 2층에 설치된 비상샤워기, 각 건물의 화장실과 비상구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차하림(환경디자인 17) 학우는 “일본을 여행하던 도중 표준 픽토그램을 통해 수화물 찾는 장소를 알 수 있었다”며 표준 픽토그램의 장점에 관해 설명했다. 
표준 픽토그램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국가에서는 픽토그램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도 한다. 박 교수는 “문명과 교육 수준, 기술 발달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픽토그램이 만국공통어로 통용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보완해야 한다”며 “전기자동차의 충전별 플러그(Plug)와 같이 국가별로 그 형태가 모두 다른 대상의 경우 공통 시각정보를 찾아 적절한 픽토그램을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인종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인지능력과 해석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공통적인 정보요소를 잃지 않도록 시각적 표현을 최대한 단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디자인이 픽토그램의 대표적인 특징이지만, 작품에 따라 작가만의 개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해석에 차이나 오류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점은 표준 픽토그램과 같지만, 픽토그램 작가들은 개성이 드러나도록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평소 픽토그램을 휴대전화 아이콘으로 사용하는 한 학우는 “기본 아이콘은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 작가의 예술성이 드러나는 픽토그램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학우는 이어 “발표 자료를 제작할 때는 심미적 요소와 개성을 살리고자 다양한 디자인의 픽토그램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정보의 핵심만을 전달하는 픽토그램은 절제된 소통에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이 교수는 “픽토그램은 핵심 주제를 효과적으로 강조한다”며 “확산성도 뛰어나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픽토그램은 특유의 보편성으로 정보의 격차를 줄이고, 표준화된 정보를 통해 대담의 장을 열어주는 동시에 개성도 잃지 않는다. 픽토그램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소통의 부재와 공생, 그리고 사회적 합의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돼줄 것이다.

   
 

한예진 기자 smphyj95@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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