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기사는 우리 사회를 담고 있다. 기사 자체가 사회에서 일어난 일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각종 언론에서 양산되는 기사들은 우리 사회 속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 사회 속 만연한 성차별적 요소가 기사에서 드러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한 기사가 있다. 기사의 제목은 “끊이지 않는 스토킹 범죄, 짝사랑 여성 살해한 20대”이다.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자. “자신과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호감을 느끼던 김 씨(여·26)를 살해한 이 씨(25)가……” 기사의 제목만 봐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건 씩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사 속엔 수많은 가해자와 수많은 피해자가 등장하지만 누구나 기사의 제목 봐도 어떤 성별이 피해자인지 알 수 있다. 기사 속 여성은 늘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묘사되기 때문이다. 여성이 피해자든 가해자든 그들의 이름 옆엔 성별이 표시되고, 직책에는 ‘여(女)’라는 접두사가 붙곤 한다. 반면 남성의 경우 그저 이름만 표현되거나 A 씨 등 아무런 수식어 없이 표현된다.

각종 포털사이트 뉴스창만 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수많은 가정폭력, 데이트 폭행, 불법촬영물, 심지어 ‘묻지마 범죄’까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중은 이러한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지극히 일상처럼 돼버린, 너무나 비슷하고 익숙한 수많은 기사들. 이러한 기사들 속에서 대중은 새로운 사건에 주목하고, 분노한다. 남성이 피해자가 되거나 여성이 가해자가 되는 사건들이다. 언론은 이러한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이러한 사건은 쉽게 논란이 된다.

지난달 14일(일) 강서구에서 일어난 ‘PC방 살인사건’, 지난달 22일(일) 강서구에서 일어난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 지난 13일(화) 이수역 부근에서 일어난 폭행사건까지, 수많은 사건이 뉴스로 보도되고, 기사로 전달되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언론의 전달방식과 여론의 반응은 과연 같은 무게일까. 우리는 과연 같은 시선으로 사건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같은 마음으로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끼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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