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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논란 속 사라지는 총여학생회

기사승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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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Feminist)인 미국의 시인 오드르 로드는 “나는 모든 여성이 해방되기 전까진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받는 여성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여성 인권 운동을 멈춰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대학가에선 총여학생회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대학가에선 총여학생회 존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 인권과 관련한 문제인 만큼, 여자대학인 본교의 학우들 역시 해당 사안에 관심을 갖고 총여학생회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캠퍼스 안 여성과 소수자를 대변하다
총여학생회는 1984년 고려대와 서울대로부터 시작됐다.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학생 운동권을 강하게 비판하는 ‘*영 페미니스트(Young Feminist)’의 등장으로 총여학생회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후 각 대학교에 총여학생회가 등장했고 1999년 전국에서 30여 개의 총여학생회와 10여 개의 여성 운동 단위가 활동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총여학생회는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흡수되거나 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됐다.

총여학생회는 학내 성범죄 해결, 학내 문화 개선, 학내 소수자 및 약자와의 연대에서 큰 역할을 한다. 윤김진서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이하 성성어디가)’ 활동가는 “총여학생회는 학내 성범죄 피해자의 일상 복귀를 도와 이들을 보호한다”고 말했다. 정연보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실천여성학전공 교수는 “총여학생회의 존재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총여학생회는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는 대학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의 총여학생회는 폐지되는 추세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총여학생회를 총학생회 산하 특별기구로 대체했고, 연세대는 총여학생회 재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한양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의 총여학생회는 장기간 공석인 상태로 유지돼 사실상 폐지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월) 성균관대 총투표를 통해 성균관대 총여학생회가 폐지됐다. 윤김 활동가는 “총여학생회는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와 연대하는 단체다”며 “민주주의적 수단인 다수결 원칙에 의해 폐지를 결정했다고 해서 그 결과가 민주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윤김 활동가는 “민주주의란 사회적 약자도 각자의 의견을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인데 그러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총여학생회를 없애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총여학생회의 위기, 연대의 물결 이어져
동국대는 서울 소재 대학 중 유일하게 총여학생회가 활동하는 대학이었다. 그러나 최근 동국대에서도 총여학생회의 존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19일(월)부터 21일(수)까지 3일간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를 폐지하고, 관련 회칙을 모두 삭제한다’는 안건의 학생총투표가 시행됐다.

학생총투표 마지막 날인 21일 동국대 경영관에선 ‘2018년 제1회 여학생총회(이하 여학생총회)’가 이뤄졌다. 여학생총회에서 다룬 주요 안건은 ▶총여학생회의 자주성에 관한 의결안 ▶총여학생회의 회칙을 개정하기 위한 TF팀 발족 ▶TF팀 구성에 대한 논의를 기타 안건으로 회의에 올릴지에 관한 의결안이었다. 총여학생회 폐지를 찬성한다고 밝힌 동국대 학생 이준(남·25) 씨는 “대학 내 여성은 수적으로 더는 소수자가 아니므로 총여학생회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동국대학교에 소속된 모든 학생이 학생회비를 내지만 총여학생회에 대한 투표권은 여학생만 갖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원정 동국대학교 제31대 총여학생회장은 “총여학생회는 단순히 여학생만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기보다는 성평등을 위해 존재한다”며 “이러한 공익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학생회비를 이유로 총여학생회의 폐지를 논하는 것은 총여학생회에 대한 부족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윤 회장은 여학생만 총여학생회 투표권을 갖는 것에 대해 “회칙상으로도 총여학생회는 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총여학생회의 최소한의 당사자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여학생총회가 진행된 같은 시각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를 지지하는 비회원 연대 집회(이하 비회원 연대 집회)’가 진행됐다. 비회원 연대 집회에는 재학 중인 동국대학교 여학생을 제외한 휴학 중인 여학생, 남학생, 외부인 등이 참여할 수 있었다.

비회원 연대 집회에 참여한 본교 박혜리(나노물리 16) 학우는 자유발언에서 “본교 중앙여성학동아리 ‘SFA’의 회원으로서 총여학생회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낭독했다. 박 학우는 “총여학생회는 대학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자치 기구다”며 “대학사회 전반의 성평등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이뤄진 다음에 총여학생회 존폐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학우는 “비회원 연대 집회에서 그동안 본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시선과 욕설을 경험해 두렵기도 했다”면서도 “연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집회에 참여한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본교 여성주의 소모임 ‘페미파워프로젝트(FEMI-POWER PROJECT)’는 ‘남성 권력은 총여학생회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제목의 연대 성명을 발표하며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를 지지했다. 페미파워프로젝트 측은 “지난해 4월 본교에서 발생한 ‘동국대학교 성추행 사건’ 공론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학 내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여성으로서 총여학생회를 지지하고 연대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도 22일(목) 발표된 학생총투표 결과에 따르면 실투표수 7,036표 중 찬성 5,343표(75.94%), 반대 1,574표(22.37%), 무효 119표(1.69%)로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 폐지가 가결됐다. 이에 지난 23일(금) 학생 총투표 결과에 대한 이의가 제기됐다.


존폐라는 두 개의 갈림길에 서다
총여학생회가 존폐위기에 놓인 주된 이유는 대학 내 여학생의 비율이 높아져 더는 여학생이 수적으로 소수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종태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실천여성학전공 석사 논문에선 총여학생회가 존폐위기에 놓인 이유를 ▶학내와 사회 전반에서의 불평등하고 왜곡된 성 의식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 부족 ▶학생들과의 소통 방안의 부재 ▶지속적인 유지 방편의 미흡함 탓인 위기 등으로 꼽는다.

실제 총여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성균관대의 총여학생회는 2009년을 마지막으로 총여학생회 이후 입후보 희망자가 나오지 않아 지난해까지 공석 상태를 유지했다. 이에 윤김 활동가는 “대부분 학교에서 총여학생회가 공석인 상태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학우들이 총여학생회의 역할을 잘 알지 못한다”며 “총여학생회의 존재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총여학생회의 존폐를 결정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광운대에 재학 중인 박소은(여·21) 씨도 “최근에서야 학교에 총여학생회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 학생들이 많다”며 “총여학생회의 활동이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광운대의 경우 지난 6일(화) ‘총여학생회 폐지 및 총학생 회칙상 삭제’의 안건이 가결돼 오는 27일(화)부터 29일(목)까지 총여학생회 폐지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대학에서는 일부 여성 운동 단위가 총여학생회 역할을 하고 있다.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성균관대에선 현재 문과대 여학생위원회(이하 문여위)만 여학생 자치기구의 기능을 하고 있다. 윤김 활동가는 “문여위에 지금도 계속해서 학내 성폭력 관련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며 “문여위는 문과대 자치기구에 불과해 전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의 윤 회장 또한 “총여학생회가 폐지된다면 소수자의 목소리가 묻히게 될 것이다”며 “누군가는 결국 소외당하는 대학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총여학생회 폐지를 계기로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심이 심화하고 있다. 윤김 활동가는 “총여학생회 폐지 때문에 여성 학우와 학내 페미니스트를 향한 혐오 발언들이 정당화됐다”며 “이는 총여학생회 폐지의 가장 큰 부작용이다”고 말했다.

총여학생회의 폐지는 자연스럽게 학내 여성정책과 여성의 입장을 대표하는 기구가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총여학생회의 존폐는 앞으로의 여성 인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 서울 소재 대학에 활동 중인 총여학생회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무조건 총여학생회 폐지에 적극 찬성하기보단 총여학생회에 귀를 기울여보고 건강한 비판을 할 필요가 있다.

*영 페미니스트(Young Feminist):1990년 중반에 등장해 2000년대까지 두각을 나타낸 대한민국 페미니스트들

   
 

강수연·한가람 기자 smpksy9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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