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씨는 소소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휴대폰 케이스 뒷면에 신용카드 수납공간을 직접 만들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방향제를 만들어 방 안에 비치해두기도 했다. 자신의 편리에 따라 제품을 제작해 생활이 용이해진 것도 만족스럽지만, A씨에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이란 점이 가장 특별하다.

주변에서 “어디서 산 거냐”는 질문을 들을 땐 뿌듯함을 감출 수 없다. A씨는 이제 집 안의 벽지부터 가구까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볼 생각이다. A씨처럼 DIY(Do It Yourself)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제품 제작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자신의 취향이 반영돼 탄생한 결과물은 일상에서 재미를 발견하게 한다.


내 마음대로 만드는 나만의 소품
DIY 활동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DIY란 ‘Do It Yourself’의 약어로 ‘스스로 한다’는 뜻을 가진다. 전문가나 업체에 제품 제작 의뢰를 하지 않고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취향에 맞게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황진주(산업디자인 16) 학우는 개량 한복, 손목 가방, 청바지 등을 제작해왔다. 황 학우는 “내 손으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자체가 만족스럽다”며 “특히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유일무이한 제품을 제작할 수 있어 선물하기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DIY 활동은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가 있다. 본교 최지연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DIY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 유발 요인에 집중해있던 본인의 주의가 DIY 활동으로 이동한다”며 “그 순간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죽 가방과 지갑을 직접 제작해온 양성은(문헌정보 18) 학우는 본교 입학 전 다니던 회사에서 반복되는 업무에 지루함을 느끼곤 했다. 이에 양 학우는 “제품을 완성했을 때의 만족감이 컸다”며 “제품을 만들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죽공예나 액세서리뿐 아니라 가구제작도 DIY 영역에 포함된다. 직접 책상, 의자, 서랍장 등을 조립해 사용하고 있는 권민지(미디어 18) 학우는 DIY 가구의 가장 큰 장점으로 필요에 따라 가구의 부품을 더하거나 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권 학우는 “높이 조절을 위해 바퀴가 포함된 서랍장에서 바퀴를 빼고 조립을 시도했다”며 “체형에 맞게 가구를 직접 조립하니 더욱 편리하다”고 말했다.

직접 제작한 제품의 경우 실용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양 학우는 “시중에 판매하는 가죽 가방이나 지갑은 구조가 단순하고 질이 떨어진다”며 “원하는 질감과 디자인에 따라 가죽을 선정해 직접 제품의 구성을 짜면 활용성이 높은 제품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취미로 DIY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DIY 활동을 나누는 공간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황 학우는 “이전까지는 DIY 소재나 제작방법을 공유하는 공간이 없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며 “오늘날엔 유튜브(YouTube)와 블로그(Blog) 등에 원하는 제품의 제작방법을 검색하면 상세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본교 류연주(공예 11) 동문은 유튜브에서 나무 간판, 머리띠, 방향제 등을 직접 제작하는 과정을 영상에 담고 있다. ‘Yeonju’s DIY Handmade’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류 동문은 현재 9만7천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류 동문은 “DIY는 제작자가 개인의 필요와 취향을 반영해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이를 통해 자신감을 향상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시작을 망설일 수 있지만 단순한 제품부터 제작해 나간다면 어느덧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관람을 넘어 체험으로
지난 7일(목)부터 10일(일)까지 서울특별시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2019 DIY 리폼 박람회(DIY Reform Show 2019, 이하 DIY 박람회)’가 진행됐다. 사흘간의 박람회 동안 약 3만 6천여 명의 참관객이 관람했다. ‘DIY 놀이동산’을 테마로 개최된 DIY 박람회엔 186개 회사가 참가했고 총 363개의 부스가 입점했다. 본지 기자단은 지난 9일(토) 박람회에 직접 방문했다.

박람회장에 들어서니 ▶홈스타일링 랜드 ▶핸드메이드 랜드 ▶DIY어드벤쳐 랜드 ▶‘곳장(곳간을 채우는 장터)’ 등 테마별로 꾸며진 부스를 볼 수 있었다. 곳곳에서 진행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DIY 박람회는 국내 유일의 DIY 전시회로 현재까지 총 9번의 박람회가 진행됐다. DIY 박람회를 기획, 주최한 김선영 (주)메쎄이상 리빙전시사업부 리빙 2팀 주임은 “실생활에서 접근성이 높은 DIY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었다”며 “최근 사회적 관심사가 높은 재생을 토대로 박람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김 주임은 “DIY 박람회의 차별화된 특성은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보고 체험하면서 DIY 리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며 주최 목적에 대해선 “DIY 산업 종사자들의 판로 개척과 시장 활성화를 위함이다”고 밝혔다.

홈스타일링 랜드엔 자체적인 인테리어부터 가구와 소품을 활용한 공간 구성을 도와주는 기업이 입점했다. 던에드워드페인트(Dunn-EdwardsPaint)는 유독성 경화물질인 EG(에탈린글리콜) 대신 PG(프로필렌글리콜)을 사용한 친환경적인 소재로, 페인트 작업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핸드메이드 랜드에선 직접 수놓은 자수가 디자인 된 거울, 액세서리, 마크라메(macramé, 매듭실 레이스)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김현경 오도르(Odor) 대표는 “마크라메와 자수를 결합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며 “공장에서 똑같은 규격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닌, 만드는 사람의 개성을 담은 단 하나뿐인 제품이라는 게 DIY 제품의 특징이다”고 말했다.

콩에서 추출한 원재료로 만든 향초와 천연재료로 만든 비누도 DIY 상품으로 판매됐다. 온 전시장에 은은하고 부드러운 비누 향이 나서 참관객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김지영 착한 비누 더솝(The-Soap) 대표는 “피부에 맞는 식물성 오일, 아로마 오일, 천연 분말을 조합해서 만든다”며 “피부 트러블 및 문제성이 고민인 분께 도움이 됐으면 해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DIY 키트 제품도 있었다. ‘메이킷(Makit)’은 반려동물을 위한 키트 제품 ‘룸 니팅(Loom Knitting)’으로 특허를 받았다. 반려동물의 보호자는 대바늘 역할을 하는 룸 니팅에 실을 연결해 반려동물을 위한 옷, 목도리, 장난감을 만들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메이킷 관계자는 “공장제 제품과는 다르게 반려동물 보호자가 직접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물건에 주인의 체취가 묻는다”며 “이에 반려동물에게 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DIY어드벤쳐 랜드에선 ‘퇴근후두시간’을 주제로 ‘라돈(Radon)’에서 다양한 DIY 키트를 선보였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해 가족 단위로 온 참관객들이 많이 모여 함께 체험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 주임은 “과거 DIY는 낯설고 번거로웠다”며 “그러나 오늘날에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DIY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간단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DIY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DIY의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주끼믹싱에서 재봉틀로 직접 박음질을 해 본 정지우(여·24) 씨는 “처음으로 재봉틀을 경험해봤다”며 “평소 옷을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안 어려워서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핸드아티코리아 부스에선 ‘환소백 캠페인’을 진행해 참관객들을 대상으로 패브릭 마카(Fabric Marker)로 에코백(Eco Bag)을 꾸미는 체험 활동이 진행됐다.


완벽하지 않아도 '나만의 것'
DIY 활동은 경제적인 이점이 있다고 인식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권 학우는 “완제품 가구를 사면 제품 단가가 높아 학생에겐 부담스럽다”며 “DIY로 가구를 제작할 시 인건비가 제외돼 경제적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황 학우는 “DIY 초기비용이 적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며 “DIY의 수요가 늘면서 재료비용도 상승해 오히려 완제품이 저렴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취미와 재충전의 의미로 시작한 DIY 활동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생겼다. 양 학우는 “가죽 공예를 처음 배울 땐 어렵기도 했고, 생각했던 디자인이 아니어서 DIY를 포기하고 싶었다”면서도 “4달이 지나자 기술이 손에 익어 DIY에 대한 흥미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DIY 입문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DIY 키트(조립용품 세트)’가 만들어졌다. 재료와 도구, 사용 설명서가 모두 들어있어 DIY 입문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DIY 키트를 제공하는 오서빈 라돈(Radon), ‘퇴근후두시간’ 대표는 “즉석에서 두 시간 정도로 끝나는 간편한 취미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취미를 장시간 이어가는 것이 여건상 어려운 현대인들을 위한 안성맞춤인 것이다. 오 대표는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타인과 같은 제품을 가지는 것보단 ‘나만의 것’을 소유하고 싶어진다”며 “DIY 키트가 대안으로 널리 활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간단하고 일회성이 짙은 DIY는 전문 공방으로 발길을 향하게 한다. 조수민(화학 18) 학우는 자신의 이야기와 취향을 담은 향수를 만들기 위해 향수 공방을 찾았다. 조 학우는 “손재주가 없어 걱정했는데 원하는 향료와 베이스를 섞기만 하면 돼 향수를 쉽게 제조할 수 있었다”며 “친구와 함께 향을 공유하며 향수를 완성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만든 우수한 품질의 제품보다 자체 제작한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보인다. 조 학우는 “사실 품질로 따지면 시판되는 향수가 좋은 향료를 쓰기도 하고, 전문가가 조향해 섬세한 향을 표현할 수 있다”면서도 “나만을 위한 향수라는 특별함과 과정의 즐거움 때문에 앞으로도 향수를 직접 만들 생각이다”고 말했다.


만화영화 ‘빨강머리 앤’에서 주인공 앤은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날들이 아니라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만약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특별하고 큰 행복만 기다리는 것이 지쳤다면 평소 필요했던 물건들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소한 성취감과 뿌듯함이 이어져 지루한 일상에 소소한 재미가 될지도 모른다.
 

▲라돈(Radon)에서 '퇴근후두시간'을 컨셉으로 다양한 DIY키트를 전시하고 있다.

 

 

 

 

 

 

 

▲메이킷(Makit)에서 반려동물의 물건을 제작할 수 있는 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오도르(Odor)에서 직접 수를 놓은 장식품과 마크라메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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