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를 비롯한 여자대학교(이하 여대)는 남성 중심의 교육제도에서 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하고자 설립됐다. 본교는 여성 교육을 통해 구국을 이룩하고자 대한제국 황실에 의해 세워졌다. 국내 여대 다수가 개교하던 20세기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여대는 구설수에 오르내린다. ‘여자가 무슨 공부냐’라는 말이 ‘여대의 존재가 역차별이다’라는 말로 변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여성 차별이 현존하는 한 여대의 존재는 역차별의 존재가 아니다. 여대는 여성이 남성과 같은 수준의 고등 교육을 받고 본인의 능력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본교를 포함한 여대에서는 여성학 강의를 개설해 여대의 설립 목표를 이루는 데 기여한다. 공학대학교 역시 여성학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여성학 강의를 진행 중이다. 여성학은 일반적으로 여겨져 왔던 현상에 의문을 갖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여성학은 사회의 문제로 여성 억압을 인식하면서 여성 억압의 근본적 원인을 이해한다. 본교에는 여성학 관련 과목으로 여성학을 비롯해 ‘법여성학’ ‘여성과 리더십’ ‘여성과 미디어’ 등이 있다. 본지에서는 여성학 강의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듣고자 지난 12일(화)부터 14일(목)까지 628명의 학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신뢰도 95%, 오차범위 ±3.82%p).


“우리에겐 여성학이 필요합니다”
83.1%(522명)의 학우들은 본교를 비롯한 여대에 여성학 정규 강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성학과 페미니즘(Feminism)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높은 편인 것이다. 이번 학기 기준 여성학 정규 강의는 재직자 전형 강의를 포함해 총 3개 과목이 개설됐다. 48.7%(303명)의 학우는 이번 학기에 개설된 여성학 정규 강의의 개수가 적은 편이라고 응답했다. 본교 이순영 기초교양대학 교학팀 과장은 “학생들의 수요를 정밀하게 파악해 여성학 관련 과목이 체계적으로 교육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며 “여성학에 대한 높은 관심에 따라 학생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교의 여성학 관련 강의를 개발하는 곳은 아시아여성연구원이고, 관리하는 곳은 기초교양대학 소속 교학팀이다. 여성학 정규 강의는 원칙적으로 매 1학기에만 개설될 수 있다. 여성학을 비롯한 모든 교과목은 개설할 수 있는 학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2018학년도 2학기엔 여성학 분야 초빙교원의 임용에 따라 예외적으로 개설됐다”고 말했다.

현재 여성학 정규 강의는 ‘여성과 가족’ 교양핵심 5영역에 해당한다. 40.8%(254명)의 학우들은 여성학이 포함됐으면 하는 영역으로 현재 해당 영역인 교양핵심 5영역을 선택했다. 이 과장은 “교양일반 영역은 폐강 기준이 다소 높아 교양핵심 영역에 여성학 과목을 편제하는 것이 수강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장은 “전공과 여성학 연계에 대한 요구가 있어 학부 과정에서의 여성학 연계전공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고 알렸다.

여성학이 교양필수 영역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존재했다. 33.4%(208명)의 학우들은 여성학이 포함됐으면 하는 영역으로 교양필수 영역을 꼽았다. 이수지(영어영문 18) 학우는 “학우들이 기본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양필수 영역에 여성학 강의를 편성해야 한다”며 여성학 정규 강의가 교양필수 영역에 포함돼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강의실에서 만나는 여성학
2019학년도 1학기 기준 본교에는 3개의 여성학 강의를 포함해 ‘법여성학’ ‘여성과 리더십’ 등 총 9개의 여성학 강의가 개설됐다. 동덕여대도 교양대학에서 11개의 여성학 관련 강의를 진행 중이다. 손승영 동덕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여성학 연계전공이 폐지되며 여성학 전공과목을 교양 영역에서 다루게 됐다”며 “여성학 관련 과목이 전체적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여성학 연계전공이 폐지돼 아쉽다”면서도 “여성학 동아리가 생기는 등 학생이 자발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져 득·과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동덕여대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은 교양 혹은 전공과목으로 여성학 관련 과목을 개설해 진행한다. 이화여대는 2019학년도 1학기 기준 여성학을 주관하는 여성학과를 비롯해 다양한 학과의 주관으로 총 13개의 여성학 관련 강의가 개설됐다. 공학대학교인 서강대는 여성학 연계전공의 주관으로 5개의 여성학 관련 강의를 진행 중이다.

‘타 학교의 여성학 정규 강의를 수강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64.1%(381명)의 학우들은 없다고 답했다. 반면 29.1%(173명)의 학우는 타 대학의 여성학 정규 강의를 수강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민경(응용물리 18) 학우는 “많은 여성학 강의가 개설된 여대와 달리 공학대학교는 그렇지 못하다”며 “공학 대학교 여성학 강의를 수강하며 공학 대학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본교와 타 대학을 막론하고 여성학 강의계획서에서는 토론 수업이라는 말을 종종 볼 수 있다. 본교 이화영 기초교양학부 초빙교수는 “페미니즘 이론을 토대로 여성 억압 현상을 설명하고 분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토론을 한다”며 “이를 통해 자신의 관점과 생각을 정립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본교 김영옥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학생들의 의견이 하나로 수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여성학 강의에 토론을 이용하는 것은 본교뿐만이 아니다. 손 교수는 “각 조에 구체적인 토론 주제를 제시한 뒤 토론을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가도록 한다”고 말했다. 토론을 이용한 여성학 강의에 대한 본교 학우들의 만족도와 수요 역시 높은 편이다. 임유비(정치외교 19) 학우는 “토론 수업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학이 전반적인 페미니즘 이론과 여성 억압적 현상을 분석하는 학문인 만큼, 여성 운동이 확산되며 여성학의 내용 역시 살을 붙여나갔다. 손 교수는 “2015년 이후 메갈리아와 불법촬영·편파수사 및 편파판결 시위 등을 통해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학생들이 관심 있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하니 참여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성학은 변화하는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고민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계속 변화한다”고 말했다.


강의실 넘어 확산되는 여성학
재직자 전형 강의를 제외한 이번 학기 여성학 강의 수강생은 총 96명으로, 해당 강의의 수강 정원인 115명 중 약 83.5%를 차지한다. 재직자 전형 강의가 개설되지 않았던 2018학년도 2학기 여성학 강의 수강생은 총 83명으로, 수강 정원 120명 중 약 69.2%를 차지한다. 수강 정원이 감소했음에도 오히려 여성학 강의 수강생이 늘어난 것을 통해 여성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여성학 강의 수강 경험이 없는 529명 중 362명(68.4%)의 학우는 여성학 강의를 수강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과장은 “매 학기 2개 정도의 분반이 개설돼 평균 95명의 학생이 수강한다”며 “여성학 수업이 없는 타 대학 학생이 학점교류를 통해 수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성학에 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은 본교뿐만이 아니다. 손 교수는 “여성학과 페미니즘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태도 등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교수는 “2년 전부터 여성학 동아리의 지도교수를 맡고 있는데 이번 학기에 또 다른 동아리가 지도교수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며 “학내 여성학 동아리와 연합 동아리가 생기는 등 여성학에 대한 학생들의 개별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교를 비롯한 여대에 여성학 강의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만큼, 여성학 강의에 대한 건의사항도 많았다. 이 학우는 “여성학에서 다루는 여러 주제를 세분화시켜 다양한 강의를 신설했으면 한다”며 “여러 강의를 통해 많은 사람이 여성학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어 이 학우는 “본교 여성학 연계전공 폐지 등이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본교 여성학 연계전공은 2007년에 폐지됐다.

여성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현재, 여성학 강의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여성학 강의 수강 경험이 있는 학우 81명 중 77.8%(63명)의 학우는 해당 과목의 만족도를 묻는 말에 ‘매우 만족’ 또는 ‘만족’이라고 답했다. 수강생 대부분이 만족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 학우는 “페미니즘의 기본 의제를 알고 페미니즘과 관련된 글을 써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면서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아 조금 아쉬웠다”고 여성학 강의 수강 경험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은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가 열악하다는 것을 몰랐는데 이제라도 이에 대해 대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학생들이 독자적으로 글을 읽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훈련을 받은 것 같다고 한다”며 “힘을 얻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학우들의 반응을 설명했다.

여대는 여성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설립됐으나, 설립 당시 여대가 추구하는 여성 교육은 주로 가사노동에 대한 교육이었다.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 교수는 “설립 당시의 목표인 교양 함양과 바느질 교육이 여성 교육의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을 보조적 존재가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시키기 위해 여성학 정규 강의를 포함한 여성학 강의 분반과 시간대의 확대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