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전쟁 휴전 협정 이후 24,214일째(발간일 기준), 남한과 북한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대학생들은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며 통일을 위해 무슨 활동을 하고 있을까? 본지는 ‘제1회 전국대학생기자단 평화현장 취재’와 지난 4일(월)부터 6일(수)까지 숙명인 53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신뢰도 95%, 오차범위 ±4%p)를 통해 통일에 대한 대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었다.
 

"숙명인이 생각하는 통일은?"
학우들은 북한에 대해 상반된 인식이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우 531명 중 42.2%(224명)는 남한과 북한은 힘을 합쳐 협력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여기면서도 37.9%(201명)는 남한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경계의 대상이라고 답했다.

학우 532명 중 55.2%(293명)는 북한을 궁극적으로 통일의 대상으로 여긴다고 답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을 겸임하고 있는 본교 김진무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약 5000년 동안 남한과 북한이 한 민족으로 살아왔고, 비슷한 언어와 문화 그리고 역사를 공유하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

반면 학우 529명 중 25.1%(133명)는 ‘북한 주민은 한민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답했다. 한민족이라기엔 서로 떨어져 있던 시간이 너무나도 길어 생활과 사상 자체가 매우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통일을 위해선 지난 70년간 남북한 사람들의 변화된 모습과 남북한의 차이가 얼마나 심화 됐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미 두 세대가 지나면서 서로 다른 정치, 경제, 문화, 역사, 언어 등의 차이가 우리 사회 젊은 세대들이 가장 심각하게 인식될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 남북통일에 대한 본지 설문조사 결과 일부다. 통일에 대한 학우들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통일에 대한 입장은 다소 상이했다. 학우 532명 중 54.7%(291명)는 찬성, 41%(218명)는 반대 입장으로 팽팽히 대립했다. 이에 김 교수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많은 이점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통일을 바라보는 인식에도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학우들이 통일에 찬성하는 이유로 전쟁 위협 등의 불안감 해소(64.7%)와 소모적 비용 지출 방지(63.7%)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국력 강화를 위해(52%)’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33.3%)’ ‘한민족이기 때문에(29.7%)’ 등의 의견도 존재했다. 이에스더 (중어중문 17) 학우는 “인도적 차원에서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남북한 주민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화합의 장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통일 비용과 통일 후 사회 혼란이 우려된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학우 225명 중 65.8%(148명)는 통일 비용 등 막대한 경제적 비용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56%(126명)는 남남갈등 등 통일 이후 사회 혼란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사랑(생명시스템 18) 학우는 “독일 통일 당시 경제, 문화적 차이가 남북관계보다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심각했다”며 “통일 이후 북한 사람들과 화합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해 통일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통일이 남한 여성의 인권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학우 225명 중 41.3%(93명)는 통일이 남한의 여성 인권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통일에 반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가부장제가 견고한 북한과 통일하게 되면 그동안 논의가 발전돼 왔던 남한 여성 인권이 다소 후퇴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영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통일이 되면 여성이 통일 논의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도 통일을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통일 현장을 밟다
실제 통일 현장은 어떨까? 지난달 11일(금), 12일(토) 양일간 본지 기자단은 북한과 인접한 통일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자 ‘제1회 전국대학생기자단 평화현장 취재’에 참가했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오두산 통일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개성시의 송악산과 북한 주민들이 농사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다현(단국대) 씨는 “망원경을 통해 처음 본 북한 주민의 모습은 신선했지만, 이질감이 없었다”며 “북한 주민 한명 한명을 보며 남북한이 통일된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지난달 11일(금),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오두산 통일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이다.


본지 기자단은 전망대 근처 납북자기념관에도 방문했다. 납북자기념관은 남북 전쟁 중에 북한으로 강제로 끌려간 피해자와 관련된 자료들이 복구돼 있다. 피해자들이 당시 가지고 있었던 성경책, 운전면허증, 신분증 등과 함께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도 전시돼 있다.

이선우(고려대) 씨는 “‘평화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등의 도덕적인 내용만 다뤘던 보통의 통일 교육과 달리 납북자기념관은 남북한의 전쟁 당시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를 요구하고 있었다”며 “통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납북자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찬수(서울대) 씨도 “납북 과정과 납북자에 대한 기록을 보며 간접적으로 감정이입이 돼 슬펐다”고 말했다.

본지 기자단은 예정된 모든 일정을 마친 후 비무장지대 내 남북 전쟁 당시 미군 숙소로 사용됐던 ‘캠프 그리브스(Camp Greaves)’로 향했다. 민간인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던 이전 장소들과는 달리 비무장지대에 입장하기 전 신분증을 확인하는 엄격한 신분 조회 절차가 이뤄졌다. 헌병이 버스에 올라타 모든 사람의 신원이 확인되고 나서야 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실제로 미군이 남북 전쟁 때 전쟁을 준비하고 주로 화약과 포탄의 저장 공간으로 사용했던 공간들이 희망과 평화를 상징하는 예술품들로 변화한 모습들이 뜻깊었다. 전쟁의 상처를 남긴 공간에서 70년이 흐른 후 완전히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 대학생기자단으로 활동했던 이에스더 학우는 “이전까지는 ‘분단 현장’으로 불렸던 곳들이 ‘평화통일 현장’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보며 달라진 남북관계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화통일 취재 행사를 주최한 서민규 통일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이 통일의 주역으로 자리 잡아 ‘젊은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조중접경지역이나 독일 베를린 장벽을 직접 가는 등 대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같이 고민하는 활동들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통일의 장을 연 대학생
통일대학생 동아리연합(이하 통대동연)은 대학 통일 운동을 전개하는 약 200여 명의 남·북한 출신 대학생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이다. 통대동연의 대표적인 활동은 ‘통일을 품다’ ‘소모임’ 등이 있다. 통일을 품다는 남북한 출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남북문화를 교류하며 통일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통대동연은 지난해 말부터 ‘유니콘즈(UniKoNS)’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매달 한 편 이상의 영상을 게시하고 있다.

본교 북한 인권 동아리인 하나(HANA, 이하 하나)도 현재 통대동연 소속이다. 하나는 현재 북한 인권과 통일에 대해 공부하며 이와 관련된 여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 회장 김현정 학우(정치외교 16)는 “통일과 관련된 활동을 하기 위해 하나에 들어오게 됐다”며 “통일이 이뤄진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북한 인권도 자연스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는 실질적으로 북한 인권 향상에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김 학우는 “현재 생리대를 제공 받지 못하는 북한 여성들에게 생리용품을 기부하기 위해 기금모금을 진행하고 있다”고 활동에 관해 설명했다.

한동대학교에선 지난 한 주 동안 ‘한동통일동행WEEK’가 개최됐다. 해당 행사는 2011년부터 학생들 스스로의 참여로 시작된 행사로 기존 ‘북한중보기도주간’의 이름이 바뀐 행사이다. 한동대 내 통일공동체의 연합과 학생들의 참여로 현재까지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동통일동행WEEK 행사를 총괄하는 김요환 한동대 통일 위원장은 “북한중보기도주간이 한동통일 ○○WEEK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며 “매년 ○○에는 새로운 주제어가 들어간다”고 행사 이름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행사의 주제어는 ‘동행’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 우리의 동행이 필요한 이들은 북한 주민이다”며 “통일이 나아감에 있어 동행해야 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동행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주간을 만들고자 동행을 주제어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행사에선 통일 하모니 공연, 오청성 JSA(Joint Security Area) 귀순 병사와 강나라 탈북 배우의 강연 등 통일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통일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며 “한동대학교에서 이뤄지는 통일에 대한 담론에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느냐에 상관없이 다 같이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 사무총장은 “흔히 ‘헬(Hell)조선’이라는 단어에서 ‘지옥’은 꿈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통일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남한 내 구조적 한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 사무총장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에 남한 대학생들뿐 아니라 북한 대학생들도 그러한 꿈을 꾸는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일은 위기이자 기회다. 통일의 주인공인 대학생들이 기회를 극대화하고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잘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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