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남성의 자궁경부암 백신 비용이 ‘60만 원’이라고 한다. 여성의 경우 만 12세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으나 남성은 무조건 비용을 치러야만 한다. 예상보다 비싼 비용에 남성들은 당혹감을 드러냈고, 여성들은 그런 남성들을 이기적이라 비난했다. 그렇다면 ‘여자들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이냐’고 묻는 것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우선 이름부터 틀렸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효과는 자궁경부암 발병을 불러오는 HPV 바이러스(인유두종바이러스)의 제거다. 99%의 확률로 HPV 바이러스는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다. HPV 바이러스를 보유한 남성과 성관계를 한 여성은 HPV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자궁경부암에 걸릴 위험에 놓인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체내의 HPV 바이러스를 사멸시켜 자궁경부 암의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자궁경부암 백신’보다는 ‘HPV 바이러스 제거 백신’이 역할에 훨씬 걸맞은 이름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남성과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들린다. 실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자궁경부암 백신에 관한 인식 연구 결과, 남성은 ‘자궁’이란 수식어 탓에 자궁경부암 백신이 본인과는 관련이 없는 접종이라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HPV 바이러스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숙주로 삼기에 남성 역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여성의 자궁경부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인지한 여성들은 남성 역시 자궁경부암 백신의 필수 접종 대상임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지원을 남성에게 적용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남성보다 여성에 대한 접종이 보다 비용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한 기사는 여성들이 이런 근거 있는 정책에도 불만이 있다면 “은폐된 공간의 익명성 댓글에 기대 다른 성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된다”고 권고한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성관계를 맺은 양측에게 있지만 뒤따르는 책임은 오롯한 여성의 몫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이름부터 실제 사회의 인식까지, 모든 정황이 여성에게 모든 예방의 책임을 묻는 듯하다. 이젠 그 책임을 나눌 때가 온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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