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선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 전형에 대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기까지의 과정에 문제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회는 그 결과물인 학벌로 누군가를 평가하곤 한다. 학벌의 배경엔 한 사람의 능력과 노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외부적인 요소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학벌만으로 타인의 능력을 단정 지어 버리는 시선이 아직 만연하다.

물론 ‘높은 학벌’을 가진 사람 중 성실하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학벌이 누군가를 평가하는 데 다소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문제가 된다. 당장 로스쿨만 봐도 그렇다. 과거엔 사법고시를 통해 자신의 배경이나 학벌과 무관하게 열심히 노력한다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로스쿨이 사법고시를 전면 대체한 현재, 학벌이 갖는 힘은 더욱 강력해졌다.

한 언론 보도에 의해 서울 소재 로스쿨의 입학 과정에서 응시자의 출신 대학 및 학부를 다섯 개의 등급으로 나눠 평가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학벌이 좋지 않으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마저 부족해진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법조계의 진입장벽이 점점 높아지면서 학연, 지연, 혈연으로 이뤄진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이런 사실을 고려했을 때, 현재 대한민국에서 학벌은 지위와 부를 세습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학벌을 완전히 배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학벌도 하나의 성취물로 볼 여지가 존재한다. 학벌은 성실함이나 노력과 같이 숫자로 표기할 수 없는 개인의 능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척도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서 학벌은 숫자로 표기된 시험성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학벌이 타인을 평가하는 데 주가 돼선 안 된다. 숫자는 숫자일 뿐, 개인의 전체를 나타낼 순 없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엔 전환점이 필요하다.

미디어 19 이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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