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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성(姓) 인식, 솔직한 소통으로 색안경 벗길래요”

기사승인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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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5일(수), 23세 산모가 화장실에서 낳은 신생아를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비정한‘母’라고 세간은 입을 모았지만, 같이 성관계한 남성, 즉 ‘父’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걸까? 지난 1일(수) 산모는 영아살해 혐의로 구속됐지만 “마음대로 하라”고 방치한 친부의 살인 방조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이처럼 함께하는 사랑임에도 사회는 성별에 따라 책임의 무게를 구분 짓는다. 너와 나, 서로를 지키는 완전한 사랑을 위해 세상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 지난 2018년 7월 3일(화) 류지원 원장의 강연 ‘완전한 사랑을 위해 알아야 할 것들’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11일(화), 본지 기자단은 여성에게만 비난과 책임을 전가하는 우리 사회에 변화의 필요성을 외치는 산부인과 의사, 류 원장을 만났다.


'여성의 공간'을 바라보는 사회의 왜곡된 시선
류지원 원장에게 산부인과는 환자와 행복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종합병원 (MBC)>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새하얀 가운을 입고 병원을 누비는 의사라는 직업에 매료됐죠”, 류지원 원장이 의사를 꿈꾸게 된 계기다. 그는 높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비인기과였던 산부인과를 택했다. 당시 산부인과는 응급 상황의 높은 빈도와 저출생으로 인해 지원자가 적은 과였다. 주변의 만류에도 산부인과를 선택한 류 원장은 “제가 잘 웃어요”라며 “아파서 오는 환자에게 의사의 웃음은 불편하게 다가오지만 새 생명의 탄생을 맞이하는 산부인과는 비교적 환자를 반갑게 맞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산부인과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류 원장은 이어  “다른 과와 달리 산부인과는 임신을 축복하며 산모와 의사가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믿었죠”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회는 산부인과를 마냥 행복한 공간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여자 연예인이 산부인과를 숨어다니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가수 가인은 지난 2017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임신은 축복할 일이다’라며 ‘모든 여자 연예인이 당당하게 병원을 갔으면 좋겠다’라고 산부인과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류 원장은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은 20대에게 산부인과를 부담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지게 하죠”라고 말하며 산부인과 방문이 두려워 병을 키웠던 대학생의 안타까운 일화를 들려줬다. 빈혈 증상이 있던 한 대학생은 산부인과 내원을 권하는 내과 전문의의 소견을 거부했다. 해당 대학생은 배가 나오고 방광염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야 뒤늦게 산부인과를 찾았고, 결국 자궁에서 큰 근종이 발견됐다. 류 원장은 “의대생이었던 저조차도 산부인과 진료가 막연히 불쾌했던 기억이 있어요”라고 입을 뗐다. 그는 이어 “당시 진료가 필요한 이유조차 몰랐던 스스로가 안타까워요”라며 “산부인과에 정기적으로 내원하면 신체의 문제를 간단하게 알 수 있지만, 그 중요성을 잘 모르죠”라고 몸에 변화가 생긴다면 산부인과에 방문해 진료받으라고 당부했다.


산부인과 내원, 왜 숨겨야 할까?
류 원장은 산부인과가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게 된 원인으로 여성에게 순결을 강조하는 문화를 꼽았다. 류 원장은 “여성의 생식기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만 들어도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시선이 만연해요”라며 “사회적 편견은 여성이 산부인과 방문을 부담스러워하게 만들죠”라고 말했다. 그는 고정관념의 원인에 대해 “대부분의 ‘야한 동영상’이 남성의 시각으로 만들어지는 것 역시 문제라고 생각해요”라며 “영상에선 여성의 표정과 신체만을 부각해 여성에게 수치심이 들도록 만들어요”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성은 순결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통념은 실제 성관계에도 적용된다. 어린 나이에 하는 성관계에 관해 사회는 남녀에게 각각 다른 잣대를 들이민다. 남녀가 함께하는 성행위임에도 남성에게 ‘어린 나이의 첫 성관계’는 자랑거리가 되지만 여성에게는 감춰야 할 수치스러운 경험에 불과하다. 류 원장은 “젊은 여성이 산부인과에 방문하면 사회는 ‘문란한 여성’이라고 막연하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요”라며 사회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나이와 무관하게 여성도 호감이 상승하면 관계를 할 수 있죠”라며 “스스로 가치 있는 성생활은 남녀 모두에게 ‘문란하다’가 아닌 ‘활발하다’라고 표현해야 해요”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 진료 기구에 붙은 ‘굴욕 의자’라는 별명 등도 산부인과 내원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류 원장은 “산부인과를 둘러싼 말은 편견에 불과해요”라며 “여성의 생식기가 흔하게 노출되는 부위가 아니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손이 아프면 손을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그는 “산부인과가 꺼림칙하다는 이유로 진료를 미룬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라고 산부인과 방문을 독려했다.

   
▲ 산부인과 진료 의자(왼쪽)와 산부인과용 초음파 진단기기(오른쪽)다.

류 원장은 정기적인 산부인과 진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이라면 여성의 몸을 보는 산부인과에 성행위를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지 않아도 내원해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류 원장은 “남성과 달리 여성은 우리 몸 전반과 관련이 깊은 생리를 하므로 산부인과에 내원해서 생리와 관련한 문제는 없는지 점검해야 해요”라며 “신체 내부에 있는 생식기인 질은 염증이 쉽게 생길 수 있어 정기적인 진료를 받아야 하죠”라고 산부인과에 자주 내원해야 함을 강조했다.

어느덧 9년 차 산부인과 전문의가 된 류 원장은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20대 여성의 태도에도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는 “진료 초반엔 비보험 처리를 요구하며 ‘엄마에겐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하는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았죠”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내원하거나 진료 시 피임에 관한 질문을 스스럼없이 하는 환자들이 늘어났어요”라고 덧붙였다.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여성이 산부인과에 방문하기 위해선 여성의 성생활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류 원장은 성생활 또한 자연스러운 사랑의 형태로 인식하도록 어린 시절부터 교육하는 것이 사회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북유럽에선 부모가 청소년 시기부터 교제와 성관계에 관한 이야기, 더불어 콘돔, 피임, 성병 관련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알려줘요”라며 “성관계를 하고 나서도 자연스럽게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려면 성에 관해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어요”라고 열린 시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 시기에 생식기의 구조와 역할에 관한 이해는 월경뿐 아니라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서도 필요해요”라고 덧붙였다.


"끊임없이 노력하면 달라지겠죠"
류 원장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 주도권을 가진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원치 않은 임신에 아이를 화장실에서 던진 여성에게 살인죄가 적용된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류 원장은 “상대 남성의 부도덕함은 지우고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사회에 화가 나요”라고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어 그는 “자기 몸을 비롯해 성생활에서도 여성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여성의 성에 관한 발화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사회 분위기도 조금씩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제 아이가 성장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성생활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담론을 이끌고 싶어요”라고 사회 분위기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류 원장은 진료 과정에서 접한 안타까운 사연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청소년 성폭행 사건에서 가해자는 버젓이 학교에 다니지만, 피해자는 전학을 가고 나서도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는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어요”라며 “아직 남성이 주류인 사회에서 여성은 피해자임에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 세상의 시각에 변화를 끌어내고 싶다는 류 원장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라며 “‘나를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은 만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20대에게 항상 전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큰 목소리를 내는 누군가에 의해 사회가 조금씩 변화해요”라며 “끊임없이 말하면 그런 얘기를 듣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이 개선돼 사회 분위기도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류 원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성의 성생활에 관한 오해를 풀어갈 예정이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임신부와 초보 엄마를 대상으로 임신과 출산,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팟캐스트(Podcast) <맘맘맘>을 운영했고, 각종 방송에 출연과 두 권의 책 집필을 통해 지식을 전달했다. 류 원장이 출연한 유튜브(Youtube) 강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완전한 사랑을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은 약 30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류 원장은 “시대가 변화했지만, 여전히 성관계 시 콘돔 사용을 요구하지 못하는 여성이 많아요”라며 성관계에 있어 여성이 주도권을 갖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올바른 성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는 이어 “자궁경부와 난소의 위치가 다른데도 자궁경부암 검사 이후 ‘난소가 괜찮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라며 “기회가 된다면 강연과 책을 통해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접했던 안타깝고 답답했던 사연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류지원 원장이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CBS TV)>에서 ‘완전한 사랑을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과거보다 산부인과에 대한 인식은 개선됐지만, 산부인과에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 편견 어린 시선에 고통받는 여성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여성에게 있어 성생활은 문란한 행위도, 엄마에게 숨겨야 할 일도 아니다. 성생활에 있어 여성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여성의 성’을 언급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들을 때 더 와닿는다. 산부인과에 드리워진 편견을 지우고 20대의 성생활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그의 행보에 20대의 산부인과 방문이 당당해질 그 날을 기대한다.
 

   
▲ 류 원장이 환자의 초음파 사진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 류 원장이 집필한 「내 친구가 산부인과 의사라면 이렇게 물어볼 텐데」다. 20대를 주요 독자로 설정한 만큼 문답 형식으로 읽기 쉽게 구성됐다.

 

   
 

김연수 기자 smpkys98@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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