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두고 적는 마지막 부장칼럼이다. 본지 웹사이트에 필자 이름을 검색해 그동안 보도한 기사를 뒤적여봤다. 시설물 교체부터 정책 수정까지, 구성원이 겪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소한 불편들로부터 작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학내보도부 기자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취재로 인해 변화가 일어날 때였다. 그것이 작은 변화일지라도.

 
솔루션 저널리즘(Solutions Journalism) 공동 창립자 데이비드 본스타인은 저널리즘의 역할을 ‘의사’에 비유했다. 즉 좋은 의사라면 진료 시 환자에게 병을 낫게 하고픈 동기와 희망 그리고 해결책을 알려주지만, 나쁜 의사는 이것저것 검사를 하며 좌절해 있는 환자 몸의 잘못된 점, 병의 악화와 심각성 등을 말해주면서도 결국 나아질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선 짤막히 언급하고 진찰을 끝내는 의사라는 것이다.
 
학보사 기자이자 동시에 여러 언론의 독자이기도 한 필자에게 해당 비유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 ‘N번방 사태’, ‘본교 트랜스젠더 입학’ 등 각종 기사를 접하면서 언론 보도에 실망한 적이 적지 않다. 다양한 담론들이 무시된 자극적인 보도, 양극단의 주장만을 취재하면서 발생한 부작용, 구조적 문제와 공감대의 문제에서 나타나는 한계들을 발견했다. 정작 사건의 본질을 주목해 다양한 맥락과 함께 기자 나름의 장기적인 해결책을 담은 기사는 적었다.  
 
독자의 무관심 속에 비리와 부정의는 심화된다.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원하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정보의 홍수 시대다. 언론은 정보 전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자기비판과 상호 비판을 통해 올바른 해결책을 강구하고 담론을 이끌어 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생산적인 논쟁을 넘어 구체적 본질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이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본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이 숙대신보 학내보도부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99기 수습기자를 모집했다. 먹고사니즘과 정보의 홍수 딜레마에서 대학 언론은 열악한 현실을 마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대신보는 독자의 알 권리와 성숙한 대학 사회를 위해 중심을 잡고 나아가길 바란다. 기자의 취재로 인한 사소한 변화들이 증거가 돼 학보사의 충분한 가치를 증명해 줄 것이다. 숙대신보에서 2년 반, 배울수록 부족함을 느낀 필자는 이제 반성과 포부를 가득 안고 이곳을 떠나려 한다. 숙명의 역사를 기록하며 나아갈 숙대신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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