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사를 바쁘게 준비하던 날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일상’이 사라진 필자의 생활에선 여유로움을 찾을 수 없었다. 기사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마감할 때까지 한 순간도 마음을 편히 놓지 못했다. 기사 작성을 위한 일련의 업무들은 필자에겐 ‘버겁고 힘든 일’로서 다가왔다. 높은 파도가 한 순간에 필자를 덮치는 듯했다. 한동안 큰 슬럼프를 겪었다. 막중한 책임감과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될 땐 이러한 고민도 한층 더해졌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간절히 필요했다.

우연히 보기 시작한 드라마에서 답을 찾았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드라마 작가와 PD가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PD는 부정적인 소문을 이유로 자신을 피하는 작가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막 살 떨리게 무섭긴 한데 그 대단한 일이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설레지 않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죠’ . 이 대사는 필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줬다. ‘버겁게만 느껴졌던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들이 드라마 하나를 제작해본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러한 마음가짐은 곧 기사를 쓰는 일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켰다. ‘컨택리스트’를 ‘배우 캐스팅’에, ‘기사 작성’을 ‘대본 작성’에 대입하자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한결 재밌어졌다. 물론 드라마는 허구의 이야기이고 기사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어려운 일들을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게 설레지 않냐’는 주인공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를 두려움에 불만으로 가득했던 감정이 곧 설렘과 즐거움으로 탈바꿈했다.

기사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설레고 즐거울 수는 없다. 오히려 기사의 모든 내용을 필자와 동료 기자들의 힘만으로 완성해간다는 창작해야 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도 많다. 그러나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일이라는 것에 설렌다. 이번 발간부터 필자는 선배들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홀로서기 역시 고단한 날들의 연속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느껴질 달콤한 설렘이 기대된다. 이맘때쯤엔 모든 게 새로웠던 수습기자 시절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때이다. 두렵지만 설레는 홀로서기의 과정을 보내며 마지막 취재수첩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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