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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문화생활의 판도를 바꾸다

기사승인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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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없이 방문한 전시회에서 유독 마음을 끄는 작품을 마주한 적 있는가. 눈부신 공연장 조명 아래 가슴 벅차게 설렌 적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운동 경기장에서 이름 모르는 사람들과 하나 돼 힘껏 소리친 적도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 누려왔던 생활이 어느새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변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자리를 비켜주지 않자 일어난 결과다. 그 대신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새로운 방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초대된 관객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만남이 어려워지자 ‘온택트(On-tact)’ 문화생활이 이뤄지고 있다. 온택트는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상에서의 연결을 뜻하는 ‘온(On)’이 결합한 개념이다.

최근 공연계는 온택트 공연 방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여주세종문화재단은 지난 4월 11일(토)부터 ‘랜선국악당’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랜선국악당은 뮤지컬, 음악극, 재즈 밴드 등의 다양한 공연을 온라인 생중계로 감상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다. 이종금 여주세종문화재단 문화예술팀 차장은 “비대면 공연에선 카메라의 앵글이 곧 관객의 시야다”며 “카메라가 무대 동선을 잘 담을 수 있도록 예행연습을 반복하며 무대 공연팀과 공연 중계팀의 합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네이버(Naver) TV 여주세종문화재단 채널에선 지난 회차의 공연 영상도 제공된다. 이 차장은 “출연자 동의와 저작권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협의해 앞으로도 좋은 온택트 공연을 보여줄 계획이다”고 말했다.

일부 K-POP 콘서트도 온택트로 진행됐다. SM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월부터 소속 가수들의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운영했다. 해당 콘서트를 관람한 문정현(화학 16) 학우는 “기존 콘서트와 달리 공연장의 열기나 조명 효과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면서도 “일부 관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무대 뒤에 띄워주는 장치가 있어 같은 공연을 본다는 소속감을 느꼈다”고 관람 경험을 회상했다.

뮤지컬 분야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가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주최한 ‘케이뮤지컬온에어(K-MUSICAL ON AIR)’는 지난달 31일(월)부터 지난 3일(목)까지 4편의 유명 뮤지컬 <팬레터(Fan Letter)>,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적벽>, <더 픽션(The Fiction)>을 네이버 TV와 ‘브이라이브(V Live)’에서 무료로 녹화 중계했다. 케이뮤지컬온에어는 각 녹화 중계 플랫폼에서 총 26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코로나19로 공연장 방문이 부담스러워 뮤지컬을 관람하지 못한 지 꽤 됐다”며 “케이뮤지컬온에어를 통해 대면 접촉의 위험 없이 뮤지컬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온택트로 진행하는 행사도 개최됐다. 지난 4일(금)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최한 첫 영화 기획 행사 ‘벡델데이 2020(BECHDEL DAY 2020)’이 네이버 TV에서 생중계됐다. 해당 행사는 양성평등 지향을 위한 한국영화계의 과제를 모색하는 집단 토론과 감독들의 현장 경험담을 들어보는 회의로 구성됐다. 이는 온라인 행사로 전환되며 개별 영화보다 담론 형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벡델데이 2020 행사를 기획한 박아녜스 코디네이터(Coordinator)는 “콘텐츠를 중계할 플랫폼과 집단 토론 주제를 선정하는 데 주력했다”며 “온라인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JTBC 방송 프로그램 <방구석1열>에 특집 방송을 편성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여주세종문화재단의 '랜선국악당' 온라인 생중계가 진행되고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주최한 '케이뮤지컬온에어(K-MUSICAL ON AIR)'의 포스터.


‘관객’을 위한 ‘간격’
대면 방식을 유지하되 일부 관람 방식에 제한을 둔 문화생활의 모습도 보인다. 이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정부가 모임이나 행사 등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권고한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에 따른 조치다.

언택트 전시회는 관객 간의 거리를 제한하는 현장 관람 형태의 전시회다. 지난 6월 1일(월)부터 개최 중인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견생작품전’에선 130여 점의 조각 작품들이 2.1km가량의 도로변을 따라 전시되고 있다. 관객들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개최자인 크라운해태제과 관계자는 “티켓 발권과 안내서 지급하는 절차도 모두 드라이브 스루로 진행하고 있다”며 “대면 접촉 없이도 전시회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방식이다”고 말했다.

극단에서도 거리두기 좌석제를 시행하고 관객에게 출입 대장을 작성하게 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힘쓰고 있다. 연극 <행오버(HANGOVER)>를 기획·운영한 고선주 엠컬쳐컴퍼니 대리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입장 시 발열 여부를 확인하도록 출입 절차를 강화했다”며 “시간은 많이 소요되지만 관객의 안전을 위해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행오버>는 비대면 상연도 앞두고 있다. 고 대리는 “올해 말 VR(가상 현실, Virtual Reality) 연극 관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며 “온라인을 통해 연극을 선보임으로써 공연 활동이 어려워진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스포츠 경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에 따라 중단 또는 재개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일 시 제한적 관중이 허용되고, 2단계일 시엔 무관중으로 시행된다. 3단계로 격상되면 경기가 전면 취소된다. 이에 국내외의 여러 스포츠 경기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에 따라 경기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지난 3월 3일 (화) 대구 지역에서의 급격한 확진자 수 증가에 따라 2019∼2020 KOVO(한국배구연맹, KOrea VOlleyball Federation) 리그가 조기 종료됐다. 이로부터 열흘 뒤인 지난 3월 13일(금)엔 2019∼2020 프리미어리그(Premier League)가 중단되기도 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Korea Baseball Organization)도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기간인 지난 7월 26일(일)부터 경기장 이용에 일부 제한을 두고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해당 제한엔 ▶마스크 미착용자 및 고열 증상자 입장 불가 ▶예약권 현장 판매 금지 ▶거리두기 좌석제 ▶물과 음료를 제외한 주류 및 음식물 섭취 불가 ▶ 단체 육성 응원 금지 등이 포함됐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고척스카이돔과 잠실야구장에서 야구를 관람했다”며 “관객 간 좌석이 최소 두 칸 이상 떨어져 있어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지난달 23일(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모든 구단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전환된 상태다.

   
▲ 관객이 차를 타고 해태크라운에서 주최한 언택트(Un-tact) 전시회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견생작품전'을 관람 중이다.


비대면 문화생활의 가능성을 그리다
현장과 같은 생생한 경험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비대면 문화생활이 극복해야 할 한계다. 온택트 공연인 비욘드 라이브를 관람한 문 학우는 “실시간으로 감상하는데도 현장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사실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케이뮤지컬온에어를 주최한 신혜인 한국관광공사 테마관광팀 차장은 “현장에 관객을 초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큰 고민이었다”며 “외국인 관객이 한국에 방문해 대면 공연을 관람하도록 돕는 것이 관광공사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신 차장은 “불법 복제와 같은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위험도 있어 모든 공연을 영상화하는 일은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온택트 문화생활에선 모든 사람이 동등한 인터넷 환경을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고려돼야 한다. 온라인을 통해 다수의 관객을 확보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 환경이 고르지 못한 사람들에겐 오히려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본교 김민정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문화 콘텐츠를 접하기 힘든 온라인 소외 계층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는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서울 연구원이 최근 정책리포트 ‘2/4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비대면 경제’에서 서울시민 1,200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소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4.7%인 896명은 비대면 소비 활동을 경험했다. 또 비대면 소비 활동 경험자의 80.1%인 718명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 소비 활동을 이어갈 의사가 있음으로 확인됐다.

비대면 문화생활에선 날짜나 장소의 제한이 없다는 사실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비대면 문화생활의 확대로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문화 격차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으로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모습이 익숙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비대면 문화생활은 감염병 위험 없이 안전하게 문화를 즐기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 차장은 “백신이 개발돼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다른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문화계에선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가 불가피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온택트 행사의 경우 대면 진행보다 비용이 절감되고 많은 관객을 확보할 수 있기에 보편화할 전망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코디네이터는 “영화 개봉 전 진행하는 제작보고회나 영화제 개·폐막식은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에도 온택트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서로 조금씩 거리를 둬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도 마음만은 멀어지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변화는 오로지 문화를 누리는 공간과 수단에만 나타났을 뿐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듯 작가의 진심을 헤아리고, 무용수의 손끝을 바라보며, 운동선수가 흘리는 땀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다만 어떤 이에겐 꿈이고, 어떤 이에겐 삶인 것들을 다시 누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바란다.

한보름·신유정 기자 smphbr99@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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