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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불안한 취업 시장에 서다

기사승인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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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공사)는 연봉 및 고용 안정성이 높아 청년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직장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2020년 공기업 신입사원 연봉 순위’에서 인천공항공사는 4589만원의 연봉으로 공기업 연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의 일반직 신입직원 공채는 156: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인천공항공사가 기존 공채 외에도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노력하면 성공하나요?”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지난 6월 23일(화)부터 7월 23일(목)까지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3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인천공항공사에 앞서 한국도로공사, 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다른 공기업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인천공항공사의 보안 검색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업무인 만큼 보안검색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지난 2017년에 결정했던 것이라고 답변했으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채용 과정에선 인천공항공사 공채의 정식 절차가 적용되지 않아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공채를 통해 인천공항공사에 입사하기 위해선 ▶서류전형 ▶필기전형 ▶AI면접 ▶1차 면접 ▶2차 면접 ▶신체검사 총 6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지난 6월 정규직 전환 채용 방침이 발표되기 이전 입사한 보안검색원들은 적격심사와 면접 절차만을 거쳐 전환 채용됐다. 가톨릭대 이명호(행정 14) 씨는 “업무 경력이 있더라도 정규직 전환 채용 시에 공채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근무 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비정규직 보안 요원검색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사태는 최근 지속된 청년취업난 속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보안검색원들이 취업 준비생들의 노력에 대해 조소하는 내용의 익명 대화방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됐기 때문이다. 이원재 경제평론가는 “안정적 일자리가 희소한 자원이 되면서 정규직 취업은 일종의 특권이 됐다”며 “정규직이라는 특권을 얻기 위한 청년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천공항공사 채용 과정에 대한 논란이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민재(화공생명공학 16) 학우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엔 동의한다”면서도 “공정한 절차가 배제된 채용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취업난 속 갈 곳 잃은 청년들
한국이 경제 저성장 시기에 접어들면서 일자리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했다. 매년 새로운 대학 졸업자 40만 명가량이 새로 취업 시장에 유입되는 것에 비해 일자리는 부족하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하향 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8년 중 대학 졸업자 수는 연평균 4.3%씩 늘어났으나, 대학 졸업자 수준의 적정 일자리는 연평균 2.8%만 증가했다. 대학 졸업자 수에 비해 고학력을 요구하는 직무의 수가 부족해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산업 구조의 변화로 안정적인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의 3분의 1이 비정규직이며, 특히 전체 청년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40%가 넘는다. 이 경제평론가는 “근본적인 생산체제가 바뀌고 있다”며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의 자동화로 신규 채용이 축소됐으며 비교적 고용이 불안정하고 처우가 낮은 서비스직 일자리는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터넷 플랫폼의 발달로 *플랫폼  노동 역시 늘고 있다. 배달대행업, 대리운전을 포함하는 플랫폼 노동은 자영업으로 분류되는 불안정한 일자리다. 이 민간경제전문가는 “안전성이 높은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로 인식되면서 정규직만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정규직을 특권 계층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신분제에서 계급을 나누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고용 형태가 불안정할 뿐 아니라 평균 소득도 더 낮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을 100만원이라고 했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63만원이었다. 중소기업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정규직의 경우 월평균 56만원,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월평균 41만원이었다. 손 컨설턴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직하는 것은 어렵다”며 “이를 알고 있는 청년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주연(법 17) 학우는 “한 공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처우 격차를 실감했다”며 “회사의 창립기념일에 정규직 직원에게는 고위 직원이 찾아와 기념품을 증정하는 반면 비정규직 직원은 안내데스크에서 스스로 지급받도록 하는 등 사소한 일에서부터 차별을 느꼈다”고 말했다.

경력직 시장은 커지고 신규 채용은 줄면서 청년 취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경력 직원은 재교육·훈련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즉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선호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상장사 530곳을 대상으로 하반기 4년제 대학졸업자 신입 사원 채용 규모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1%가 1∼9명을 뽑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작년 대비 신입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도 40.1%에 달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신입 채용 예상 인원은 작년보다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끝나지 않는 경쟁 사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취업 시장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청년 취업자가 지난해보다 6개월 연속 감소했고, **고용보조지표3도 7월 말 기준 126만 명에 달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매출액 500대 기업의 ‘2020년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의 74.2%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한경연에서 지난 2월 실시했던 ‘2020년 상반기 신규 채용 조사’에서는 채용 계획 미수립 기업이 32.5%, 신규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은 8.8%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 계획을 축소해 하반기 신규 채용 시장은 상반기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 고용 지원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 심화를 극복하고자 지난 7월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청년들이 가고 싶은 양질의 일자리를 꾸준히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강조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통한 공공 일자리 확대만으론 청년층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한국판 뉴딜이란 정부가 취업난 해결을 위해 일자리 창조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 평론가는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취업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며 “기본소득제를 비롯한 생계보장 정책을 도입하고 프리랜서와 같은 정규직 외의 고용 형태에 대한 사회 보장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암울한 고용 상황에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지난 1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구직단념자가 68만 2천 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후 최대를 기록했다. 구직단념자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의사와 가능성이 있으나 노동 시장적 사유로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1년 안에 구직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구직단념자 중 20대가 24만 9천 명(36.5%)으로 가장 많았다. 20대와 30대를 합한 비중은 52.6%로 특히 일반적으로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나이대인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구직단념자가 많았다. 손 컨설턴트는 “달라진 현실을 인식하고 그에 맞게 취업 목표와 진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며 “안타깝게도 취업 시장은 취업 준비생이 각자의 길을 찾아야만 하는 ‘각자도생’ 처지다”고 말했다.


‘50-3-1의 법칙’, 취업 준비 과정에서 50곳의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넣으면, 평균 3개의 서류를 합격하고, 한 곳에 면접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뜻의 신조어다. 이제는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일어나는 것만으론 부족한 시대다. 청년들이 계속되는 취업 실패와 기회의 불공정에 좌절하지 않도록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탄생한 앱,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력이 거래되는 근로 형태를 말함
** 실업자 +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 잠재경제활동인구 / 확장경제활동인구 (경제활동인구 + 잠재경제활동인구) 임

서혜원 기자 smpshw98@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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