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TV를 봐?” 2030세대는 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선호한다. 최근 모바일 환경을 이용한 짧은 영상이 보편화되면서 TV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방송사들은 자체 콘텐츠 채널을 만들어 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그중 ‘소비더머니’ ‘팝파라치’ 등 재치 있는 콘텐츠가 눈에 띄는 유튜브(Youtube) 채널이 있다. *MZ세대 공략을 선언한 MBC의 뉴미디어 브랜드 ‘14F’다. 본지 기자단은 MBC 뉴미디어 브랜드 14F의 총괄자 손재일 팀장을 만났다.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의 지휘자, 손 팀장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자.

▲손재일 MBC 뉴미디어 브랜드 14F 팀장이 본지 기자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손재일 MBC 뉴미디어 브랜드 14F 팀장이 본지 기자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영상으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
손재일 14F 팀장은 대학 시절부터 방송사 입사를 꿈꿨다. 손 팀장은 경희대 신문방송학과에서 공부하며 자연스레 방송 영상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대학 방송국에서 엔지니어부장으로 활동하며 3년간 방송 제작과 송출을 담당했다. 손 팀장은 “교내 방송국 활동이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했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교내 언론고시반을 거쳐 지난 2002년, 영상기자로 MBC에 처음 발을 디뎠다. 

영상기자로 활동할 당시 손 팀장은 수많은 재난과 전쟁 현장 취재를 자원했다. 재난 현장을 보도하기 위해선 영상기자 동행이 필수였다. 그는 “가만히 앉아 있기보단 도전을 추구하는 편이에요”라며 “낯설지만 값진 경험이었죠”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손 팀장은 역사상 최악의 쓰나미로 불리는 인도양 쓰나미 대참사를 취재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약 100일 뒤 방문한 현장은 처참했다. 그는 “취재하며 시체를 목격하기도 했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2003년엔 이라크 전쟁, 2006년엔 레바논⋅이스라엘 전쟁 현장을 다녀왔다. 그는 “이라크 전쟁 직후엔 취재 도중 사망한 언론인을 추모하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손 팀장은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시장분석 기업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유튜브(Youtube) 구독자 규모는 2017년 2억4천명에서 2021년 36억5천명으로 매우 증가했다. 손 팀장은 “당시 유튜브를 중심으로 플랫폼이 변화하면서 브이로그(V-log), 뷰티 등 새로운 콘텐츠가 주목받았어요”라며 “트렌드에 맞춰 SBS의 ‘스브스뉴스’, MBC의 ‘엠빅뉴스’ 등 방송사 뉴미디어 채널이 등장했죠”라고 설명했다. 손 팀장은 MBC의 뉴미디어 브랜드 ‘엠빅뉴스’에서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다. 그는 엠빅뉴스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현장을 취재하며 스포츠 위주의 영상을 제작했다. 이어 지난 2018년 11월엔 사내 조직 개편에 따라 14F 팀장으로 합류했다.


손 팀장이 말하는 14F 성장 공식
14F 탄생 초기, 손 팀장은 2030세대를 위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채널 초기인 지난 2018년엔 넘치는 콘텐츠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당시 미디어엔 젊은 세대를 위한 콘텐츠가 부족했어요”라며 “사회 초년생이 공감할 수 있도록 일상과 밀접한 소재에 집중했죠”라고 설명했다. 14F 초기엔 **큐레이팅(Curating) 뉴스가 주력 콘텐츠였다. 그러나 일상적인 소재가 연달아 호응을 얻으면서 콘텐츠 범위가 더욱 다양화됐다. 현재 14F엔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이슈픽’뿐만 아니라 ‘킹받는 연애과학’ ‘원두쓰리’ 등 연애, 커피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있다. 

손 팀장은 매주 업로드되는 콘텐츠들의 기나긴 제작 과정을 총괄한다. 14F 채널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다른 콘텐츠가 올라간다. 콘텐츠를 완성하기 위해선 기획회의, 출연진 섭외, 대본 작성, 촬영, 편집, 검수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영상 한 편을 제작하기까지는 한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손 팀장은 “콘텐츠 하나를 운영하려면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디지털 콘텐츠는 TV 프로그램과 달리 각종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손 팀장은 “디지털 콘텐츠는 TV 프로그램과 달리 즉각적인 수정이 가능해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어요”라며 “지속적인 실험이 가능한 이유죠”라고 설명했다. 

▲첫 회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던 콘텐츠 ‘아이돈케어’의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다.
▲첫 회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던 콘텐츠 ‘아이돈케어’의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다.

손 팀장에 따르면 참신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선 타인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각 콘텐츠가 지닌 독특한 콘셉트는 기획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음식의 역사를 소개하는 ‘돈슐랭’, 팝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다루는 ‘팝파라치’ 등 14F의 신선한 콘텐츠는 모두 기획회의를 거쳐 탄생했다. 첫 회부터 50만 조회수를 기록한 ‘아이돈케어’도 마찬가지다. 아이돈케어에선 유수진 자산관리사가 반말을 사용하며 재테크 방법을 소개한다. 손 팀장은 “친한 언니가 알려주듯 반말하는 콘셉트도 기획회의에서 제안됐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콘텐츠를 만들기에 앞서 출연자 개인의 특성에 맞게 콘셉트를 정해요”라며 “같은 콘텐츠라도 출연자에 캐릭터를 부여하면 이를 즐기는 시청자들이 많아지죠”라고 덧붙였다.

영상에 달린 댓글은 손 팀장을 울고 웃게 한다. 그는 모든 댓글을 챙겨볼 정도로 시청자의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잠을 못 자거나 설치는 날도 있다. 손 팀장은 "공들여 만든 콘텐츠에 재밌거나 유익하단 댓글이 달리면 뿌듯해요"라면서도 "열심히 만든 콘텐츠에 이유 없는 악플이 달리면 마음이 아프죠"라고 토로했다.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메일을 통해 항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그는 “시청자들이 많아질수록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어나요”라며 “시청자분들이 제기하는 대부분의 의견을 존중해요”라 얘기했다. 


짧고 똑똑한 뉴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손 팀장은 14F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길 바란다. 그는 14F의 콘텐츠를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지길 소망한다. 14F는 더 많은 시청자와 만나고자 유튜브 외에도 뉴스레터와 어플을 운영하고 있다. 뉴스레터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버려지는 정보들을 재활용하고자 시작됐다. 손 팀장은 “영상은 시간제한이 있다 보니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없어 아쉬웠어요”라며 “정부 정책, 경제 동향 등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주제는 뉴스레터를 활용해요”라고 설명했다. 14F 어플엔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14F가 제작한 콘텐츠가 모두 보관돼 있다. 그는 “14F엔 아직 시청자에게 알려지지 않은 콘텐츠가 많아요”라며 “어플을 통해 콘텐츠를 필요에 따라 골라봤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손 팀장이 이끄는 14F는 앞으로도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콘텐츠를 시도할 예정이다. 그는 단기적으론 뉴스레터와 어플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길 바란다. 그의 최종 목표는 14F가 뉴스와 예능을 넘나드는 종합 디지털 콘텐츠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이다. 손 팀장은 “지금처럼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에게 콘텐츠 제작은 힘들지만 뿌듯한 일이다. 그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적⋅정신적 노력이 필요하죠”라면서도 “그 과정을 인내하며 보람을 느끼고 싶어요”라고 얘기했다.

▲구독자 100만 명 달성을 기념해 14F팀이 촬영한 단체사진이다. (사진제공=14F)
▲구독자 100만 명 달성을 기념해 14F팀이 촬영한 단체사진이다. (사진제공=14F)

사회초년생을 위한 조언으로 손 팀장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이야기는 어떤 분야에서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직종에 종사하든 결국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요”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풀어내는 능력을 지녔으면 해요”라고 강조했다. 전공에 국한되지 않는 사고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손 팀장은 “콘텐츠 제작엔 다양한 전공자가 참여해요”라며 “전공으로 인해 자신의 미래를 한정 짓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손 팀장은 ‘실험’을 재차 언급했다. 14F의 성장엔 매 순간 실험의 과정이 함께했다. 지난 3년 동안 손 팀장은 콘텐츠의 장르를 넘나드는 변화를 이끌며 채널을 성장시켰다. 그 결과 초기 약 20명이었던 14F는 현재 약 70명이 함께하고 있다. 무엇을 하든 첫 시작은 언제나 어렵다. 그러나 끊임없는 시행착오는 결국 쌓이고 쌓여 나만의 것이 된다. 14F는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우리도 이들처럼 수많은 시행착오에 자신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


*MZ세대: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임. 
**큐레이팅 뉴스: 뉴스를 재가공해 보여주는 짧은 영상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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