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학우는 본교 졸업 후 바로 취업에 성공했지만 올해 초 퇴사했다. 회사 업무가 적성과 맞지 않았던 탓이다.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다시 일자리를 구할 계획이었지만 불합격 통지가 이어지자 이내 구직 활동도 관뒀다. A학우는 이 생활에 점차 무력감을 느낀다.
*허구로 작성된 예시입니다.

주요 노동층인 청년이 구직 활동에 지쳐 휴식을 선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학우와 같은 ‘쉬는 청년’은 일명 ‘니트(NEET)족’으로 불린다. 니트족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한다. 통계청의 ‘2023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경제 활동 상태에 ‘쉬었음’이라고 답한 15~29세 청년 비경제활동인구는 36만6000명이었다. 청년이 구직 대신 휴식을 택한 이유를 알아보자.


취업도, 구직도 안 한다
‘쉬었음’ 인구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음에도 구직 활동과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통계청의 ‘2023년 10월 고용동향’ 조사에선 비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응답 항목엔 ‘육아’ ‘가사’ ‘재학·수강’ ‘연로’ ‘심신장애’ ‘취업 준비’ 등 다양한 사유와 함께 ‘쉬었음’이 제시됐다. ‘쉬었음’을 선택한 이들은 특별한 사유 없이 직업을 갖지 않고 휴식기를 보낸다. 

쉬는 청년은 ‘직장 경험 여부’ ‘구직 의지’ 등의 기준에 따라 5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18~29세 청년 2826명을 대상으로 지난 7~10월 ‘쉬었음 이행 과정·전망과 정책수요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에선 부정적 경험, 질병·장애, 가족 돌봄 등으로 일자리 진입이 어려운 ‘취약형’을 제외한 4개의 쉬는 청년 유형을 조사했다. 57%로 가장 높은 비율이 나타난 ‘이직-적극형’은 직장을 다닌 경험이 있고 직업을 구하려는 의지가 높다. 21%를 차지한 ‘이직-소극형’은 직장 경험이 있지만 적성과 맞지 않아 퇴사했거나 상향 이직이 힘들어 의지를 상실한 청년이다. 14%인 ‘취준-소극형’은 지속적인 취업 실패로 휴식 기간이 길어져 구직 의지가 낮다. ‘취준-적극형’은 8%로 대학 졸업 후 쉬는 청년을 말한다. 이들은 구직하려는 의지와 계획은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감을 느낀다.

▲통계청이 조사한 ‘2023년 10월 고용동향’ 결과다. 지난 2020년엔 44만 8000명, 2021년엔 41만8000명, 지난해엔 39만 명으로 감소하다 올해 1~10월 평균 41만 명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조사한 ‘2023년 10월 고용동향’ 결과다. 지난 2020년엔 44만 8000명, 2021년엔 41만8000명, 지난해엔 39만 명으로 감소하다 올해 1~10월 평균 41만 명을 기록했다.

쉬는 청년은 지난해 대비 2만 명이 늘며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통계청의 ‘2023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6년 쉬는 청년은 26만9000명이었다. 코로나19를 겪은 2020년엔 44만8000명에 도달해 정점을 찍었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며 2021년 41만8000명, 2022년 39만 명으로 감소했지만 올해 1~10월 평균 41만 명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쉼’에 가려진 청년의 속사정
원하는 일자리가 축소되면 청년은 휴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15일(수)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쉬었음 청년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5%의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쉬었다고 답했다. 허예령(법 23) 학우는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다시 구직에 도전할 것이다”며 “목표치를 낮춰 입사한 회사엔 만족하지 못해 결국 이직을 준비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찾기 위한 재구직으로 첫 취업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기준 4년제 대졸자의 첫 취업 소요 기간은 8.2개월로 7.2개월이었던 2020년부터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허수진 기획재정부 청년정책과장은 “경력직 채용 증가로 사회 초년생의 일자리가 감소했다”며 “취업에 실패한 청년은 원하는 회사의 기준을 낮추지 않고 구직 활동을 유지하거나 휴식을 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 청년은 퇴사를 두려워하기보단 발전 계기로 인식한다. 1997년 외환위기로 반강제적 조기퇴직이 성행했던 시기와 달리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해졌다. 퇴직이나 이직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작년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기 퇴사 및 정년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답변자의 70%(700명)는 ‘평소에 퇴사를 고민한다’라고 응답했다. 유독 청년 세대에선 지인의 퇴사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20대 응답자 중 60.4%(151명)가 ‘지인의 퇴사에 부러움을 느낀다’라고 답했고 61.6%(154명)는 ‘현대 사회가 퇴사하는 사람들을 축하해 주는 분위기’라고 응답했다.

‘번아웃(Burnout) 증후군’으로 휴식을 선택한 청년도 있다. 번아웃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정신적·신체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번아웃의 주요 원인은 만성 스트레스다. 2019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 증후군’을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정의해 다른 스트레스 장애와 별도로 구분했다. 서울대병원에선 ‘정서적으로 지친 상태로 일한다’ ‘짜증과 불안이 가득하다’ ‘여유가 없다’ ‘업무시 부담감과 긴장감을 과도하게 느낀다’ 등의 항목으로 번아웃 자가진단법을 구성했다. 2021년 인크루트 설문에서 국내 직장인 750명을 조사한 결과 64.1%(480명)가 번아웃을 경험했다. 해당 증후군을 겪는 청년은 오랜 취업 준비로 지쳤거나 직무가 버거워 퇴직 후 휴식을 선택한다. 


맞춤 전략에도 원인 해결이 먼저
쉬는 청년을 줄이기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취업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15일(수) 정부서울청사에서 쉬는 청년을 위한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인 ‘일경험’ 프로그램에선 취업 전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며 자신의 적성을 알아볼 수 있다. 정부는 올해 민간 기업과 공기업의 일경험을 7만4000명까지 확대한다. 진로 결정이나 이직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겐 ‘청년 이직자 대상 경력 재설계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로 이직을 원하는 청년의 진로 설계를 도울 수 있다.

번아웃으로 구직 의지가 사라진 청년의 자존감을 높이는 사업도 필요하다. ‘청년도전지원사업’은 반복된 실패로 구직을 단념한 청년이 의욕을 되찾도록 돕는다. 사업 대상자에겐 심층 상담, 진로 탐색, 자신감 회복 및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최대 300만 원의 이수 수당을 지급한다. 허 과장은 “해당 사업 참여 인원을 올해 8000명에서 내년 90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며 “기존 5주나 5개월 프로그램 외에 3개월 프로그램을 신설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쉬는 청년의 구직 단념을 예방하기 위한 ‘청년성장프로젝트’는 내년에 개설된다. 해당 프로젝트에선 10개 지자체에 가칭 청년카페를 설치해 집단모임과 심리상담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허 과장은 “쉬는 동안 사회 활동을 하지 않으면 자신감이 사라지고 구직 의욕을 잃는다”며 “청년이 지역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전시 서구에서 공백기 청년을 대상으로 추진한 ‘청년도전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포스터다. (사진출처=청춘스럽)
▲지난해 대전시 서구에서 공백기 청년을 대상으로 추진한 ‘청년도전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포스터다. (사진출처=청춘스럽)

정부는 쉬는 청년의 유형에 따라 맞춤형 대응을 제안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방안’은 청년들의 현 구직 상황만 해결할 뿐 근본적 원인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회사 규모와 정규직 여부에 따라 임금, 복지 등의 격차가 나타난다. 해당 현상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 청년층의 기회비용 증가, 높은 청년 실업률 등의 문제점을 초래한다. 청년을 노동시장에 일시적으로 유입시키는 정책보단 균형 잡힌 노동시장을 위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일본에선 노동시장을 개혁하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일본 정부는 노동 생산성 증가를 목표로 비정규직 대우와 장시간 노동 문제를 개선해 나갔다. 2016년 12월엔 비정규직자에게 제공할 임금, 복리후생, 교육 훈련 등을 제시하는 지침서를 발표했다. 지침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더 나은 노동 환경을 제공받았다.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고자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초과근무를 제재하기도 했다.


청년 취업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 3224명을 대상으로 취업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대학 졸업자의 예상 취업률은 49.7%로 반토막에 그쳤다. 허수진 기획재정부 청년정책과장은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년들의 귀중한 잠재력이 방치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대두되는 ‘쉬는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을 넘어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절실하다.

참고문헌
신나윤, 박순애, 이영범. (2023). 공무원의 이직 의도를 촉발하는 요인에 관한 연구: 자부심과 조직시민행동을 중심으로. 한국인사행정학회보, 22권1호 65-90.
장민. (2019).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현황과 시사점. 주간금융브리프, 28권9호 13-15.
임진. (2020). 일본의 노동시장 개혁과 시사점. KIF금융분석리포트, 2020권6호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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