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디저트는 남녀노소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디저트 카페 ‘마망갸또(Maman Gateau)’를 운영하는 피윤정(법 97졸) 동문은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으로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맛을 선사하고 있다. 본지 기자단은 지난 2월 16일(목) 피 동문과의 인터뷰를 위해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마망갸또 매장을 방문했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빼곡히 붙여진 맛집 인증 ‘블루리본’이 눈에 띄었다. 한 자리에서 10년 넘게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단 피 동문의 설명에서 제과제빵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퇴사로 만난 제과제빵의 길
학부 시절 피 동문은 전공 공부 대신 취업 준비에 집중했다. 대부분의 법학부 학생이 법조계 진출을 꿈꿀 때 피 동문은 다른 분야로의 취업을 준비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회사에 취직하고자 했던 그는 학점 관리, 자격증 취득에 힘썼다. 졸업 후 한화 종합금융에 입사한 그는 “졸업할 때가 되니 취직을 준비해 둔 동기들이 많지 않았어요”라며 “학부 시절 내내 취업을 준비해 졸업 후 바로 취직할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997년 IMF로 인해 직장을 그만뒀다. 피 동문은 “취직 자체가 목표였기 때문에 회사 생활이 즐겁지 않았어요”라며 “퇴사 후에도 명확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죠”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피 동문은 퇴사 이후 제과제빵을 처음 접했다. 퇴사는 그가 제과제빵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당시 정부는 실업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는 직접 간식을 만들어 먹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제과제빵 교육을 선택했다. 피 동문은 “재취업 계획이 없어 좋아하는 걸 배워보고자 교육을 신청했죠”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 과정에서 취득한 제과 자격증을 시작으로 해당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학원 수업을 들은 후 집으로 돌아와 배운 내용을 매일 연습했다. 피 동문은 “배운 레시피에 여러 가지 재료를 추가하면서 저만의 메뉴를 만들어보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수업을 들은 지 2년이 지나자 제과제빵 강사는 피 동문에게 직접 간단한 수업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는 자택을 개조한 강의실에서 제과제빵 수업을 열었다. 피 동문은 “취미로 시작한 일로 수입을 얻을 수 있어 뿌듯했죠”라고 회상했다.

그는 본교 르 꼬르동 블루 아카데미에서 배움을 이어가며 제과제빵 기술을 발전시켜나갔다. 피 동문은 2006년 프랑스 제과제빵 전문학교 르 꼬르동 블루가 본교에 한국 분교를 낸다는 소식을 듣고 진학을 결심했다. 그는 “더욱 전문적인 제과제빵 기술을 배워보고 싶었어요”라며 “르 꼬르동 블루에서 제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죠”라고 말했다. 피 동문은 제과제빵 수업을 하며 얻은 수입을 아카데미 등록금으로 활용했다. 당시 어린 두 딸이 있던 그에게 가사와 학업을 병행하는 일은 마냥 쉽진 않았다. 그는 “가사를 마친 후에야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연습해볼 수 있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휴학을 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기도 했다. 한차례 휴학하며 9개월 과정을 마치는 데 1년 반이 걸렸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는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피 동문은 “수년간 혼자 연습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수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라며 “가사와 학업을 병행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간절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해 수석 졸업을 할 수 있었죠”라고 미소 지었다.


캐러멜 디저트의 새로운 세계를 열다
제과제빵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사업 확장으로 이어졌다.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해오던 그는 20007년 마포구에 ‘맘스컬러쿠키’란 이름으로 가게를 열었다. 그는 ‘엄마가 만들어주는 건강한 쿠키’를 목표로 유기농 쿠키를 만들었다. 그의 쿠키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피 동문은 “주문량이 늘며 온라인에서도 판매를 시작했어요”라며 “인기에 힘입어 6개월 만에 가게를 확장 이전하기도 했죠”라고 설명했다. 피 동문은 남편의 도움이 있었기에 짧은 기간에 발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케팅을 공부한 남편이 홈페이지를 만들고 홍보 활동을 기획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줬어요”라며 “제가 제과제빵 기술을, 남편이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며 빠르게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피 동문은 접근성을 높이고자 2009년 강남구로 가게를 이전해 ‘마망갸또’를 새로 열었다. 그는 더 많은 고객을 만나기 위해 마포구 대신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피 동문은 “당시 많은 사람이 카페를 방문하기 위해 강남 가로수길을 찾았어요”라며 “매장을 키워 강남으로 이전했죠”라고 말했다. 그는 '엄마가 만들어주는 건강한 쿠키'란 맘스컬러쿠키의 이념을 유지하고 음료와 카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피 동문은 고민 끝에 '엄마가 만든 과자'란 의미를 가진 디저트 카페 ‘마망갸또’를 열었다.

마망갸또는 캐러멜(Caramel)을 주재료로 만든 디저트를 판매한다. 피 동문은 메뉴 개발의 영감을 얻고자 방문했던 일본에서 1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캐러멜을 접했다. 이후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다양한 맛을 표현한 캐러멜을 개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설탕을 오랜 시간 태우며 공들인 캐러멜은 인공 향이 가미된 캐러멜과 많은 차이가 있죠”라며 “캐러멜 본질의 맛을 알리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화학첨가물이 가미되지 않은 캐러멜을 만들고자 노력한 그는 2010년 마망갸또의 대표상품인 캐러멜 10종을 완성했다. 그는 캐러멜을 주재료로 유행에 따라 케이크와 디저트를 만들었다. 와플팬에 크루아상 생지를 넣고 구운 크로플(Croffle)이 유행할 땐 캐러멜 크로플을 개발해 선보였다. 빙수 수요가 높아지는 여름엔 캐러멜 빙수를 출시하기도 했다. 피 동문은 “재료를 어떻게 접목하냐에 따라 수많은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라며 “캐러멜 덕분에 빠르게 변화하는 디저트 시장 속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죠”라고 설명했다.

▲ 피 동문이 개발해 판매·납품하고 있는 디저트 케이크다.
▲ 피 동문이 개발해 판매·납품하고 있는 디저트 케이크다.
▲피 동문이 마망갸또의 대표상품인 캐러멜을 진열하고 있다.
▲피 동문이 마망갸또의 대표상품인 캐러멜을 진열하고 있다.

 


당신을 위한 ‘디저트 국가대표’
현재 피 동문은 백석예대에서 호텔제과제빵과 교수로 재직하며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진로 목표를 심어주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피 동문은 “학생들에게 제과제빵 기술을 토대로 사업적 성공을 이루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죠”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메뉴로 마망갸또를 채워가는 게 피 동문의 목표다. 그는 건강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제공하고자 좋은 재료 사용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피 동문은 “제과제빵은 저 자신보단 다른 사람을 위한 활동이기 때문에 더 정성을 담아야 하죠”라며 “‘네가 만든 거 정말 맛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그는 마망갸또란 이름으로 지역 명물 디저트를 만들고자 한다. 피 동문은 “우리나라엔 관광객들이 만족할만한 디저트 상품이 부족해요”라며 “마망갸또란 이름으로 한국과 함께 언급되는 디저트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보고 공부하며 끊임없이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피 동문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피 동문은 “꼭 전공 분야로 진로를 정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꿈을 이뤄보고 싶다면 막연할지라도 일단 목표를 세워보라고 추천했다. 피 동문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라며 “꿈을 이루기 위한 목표를 하나씩 해내다 보면 목표에 가까운 결과를 얻어갈 수 있어요”라고 조언했다.


피윤정(법 97졸) 마망갸또 대표는 취미로 시작한 제과제빵 분야에서 전문가가 됐다. 그는 취미생활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고 이를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전문가의 자리까지 온 제 삶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죠”라며 “제 위치에 점점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지라도 그 익숙함에 무뎌질 때가 있다. 그럴 땐 피 동문처럼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어보자. 한 단계 한 단계 걸어가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흥미와 재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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