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당신은 고래와 하나 돼 자유롭게 바다를 유영하는 삶을 꿈꾼 적 있는가? 필자는 굉장한 ‘바다 덕후’로 이러한 삶을 꿈꾸곤 한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은 필자의 취향을 정확히 조준했다가 살짝 빗나간 영화다. 이를 본교 학우들에게 보여줄 기회를 준 숙대신보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시작한다.

<아바타: 물의 길>은 <아바타>의 후속작이다. ‘제이크 설리’ 가족은 지구에서 온 사람들로부터 ‘오마티카야 부족’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살던 정글을 떠나 ‘멧카이나 부족’에게 가게 된다. 가족 구성원은 그 부족이 사는 ‘아와아틀루 마을’에서 각자의 문제점을 마주한다. 영화는 이를 ‘자연과의 교감’이란 키워드를 통해 풀어낸다.

해당 영화는 엄청난 기술력으로 CG(Computer Graphics)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의 자연스러움을 구현했다. 관객들은 3시간 12분이란 상영시간을 잊고 몰입했다. 필자 또한 영화 속 많은 부분에 마음을 빼앗겼다. 멧카이나 부족과 외계 종족인 ‘툴쿤’의 상호작용 장면과 자연과의 교감으로 과학 기술을 이겨내는 장면이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네테이얌’의 장례식 장면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자 한다. 멧카이나 부족은 구성원이 죽었을 때 그 시체를 바다 중앙으로 옮긴다. 시체는 부족이 성스럽게 여기는 여신인 ‘에이와’의 품에 안긴다. 그 장면은 필자에게 너무나도 신성하게 느껴졌다. 가라앉는 구성원의 얼굴에 평온함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지인들에게 ‘내가 죽으면 유골을 바다에 뿌려달라’고 말할 만큼 필자에게 바다는 큰 의미를 가진다. 전쟁이 모두 끝나고 평화로워진 <아바타: 물의 길>의 세계는 마치 이데아와도 같다. 멧카이나 부족의 장례식 장면을 보며 필자의 사후도 저렇길 온 마음으로 바랐다. 

영화의 주제가 ‘자연과의 교감’이라고 미리 언급한 바 있다. 필자는 해당 주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인물이 ‘키리’라 생각한다. 키리는 아바타 세계인 판도라 행성의 여신이다. 또한 ‘만물의 어머니’라 불리는 에이와와 누구보다 깊게 교감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키리는 에이와와의 교감으로 바다에서 위기에 처한 제이크 설리 가족을 구해낸다. 그러나 그녀가 본인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부분이 길어진 탓인지 영화에선 에이와의 교감에 대해선 자세히 표현되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마지막 격투 장면을 줄이고 주제를 관통하는 인물을 자세히 묘사했다면 영화의 주제 의식이 더욱 잘 드러났으리란 아쉬움이 남는다.

전쟁이 끝난 후 평화로운 <아바타: 물의 길>의 세계는 마치 이데아 같다. 그러나 이데아는 기술과 공존하지 못한다. 잘못된 방향을 향한 과학은 파괴적인 기술을 만든다. 이익에 매몰돼 시야가 좁아진 사람들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다. 숨을 잃은 것들에 매몰돼 숨을 쉬는 것들을 한순간에 파괴하곤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 들으면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무자비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이와 무관한 사람들인가?

우리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상태일지도 모른다. 바로 자연과의 교감이며 우리의 본질이다. 자연과 깊게 상호 교감할 수 있는 생명체를 부러워하며 이만 마친다. 당신에게도 이 글과 영화가 오랜 여운으로 남기를 염원한다.

양어진(한국어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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