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어린이가 열광한 「어린이 과학동아」를 읽어본 적 있는가. 과학교양지 「과학동아」 「어린이 과학동아」를 만드는 동아사이언스는 ‘모든 사람에게 즐거운 과학을 선물한다’란 목표를 가진 콘텐츠 미디어다.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대표는 지난 1997년 동아일보에 몸담은 이후 기자, 편집장으로서 알기 쉬운 과학 이야기로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27년째 과학 언론인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의 삶을 들여다보자.


정직한 질문으로 만든 기자의 보물섬
어린 시절부터 과학을 좋아했던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대표는 물리교육과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했다. 학부를 졸업한 후엔 대학원에서 과학을 매개로 대중과 교류할 수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과학을 주제로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어 기자가 됐다.

Q. 지난 1991년에 서울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셨어요. 물리교육과에 진학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다른 과목보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잘하고 싶었죠.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물리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물리학과에 가고 싶었지만 그만큼의 성적은 나오지 않았죠. 그래도 물리를 배우고 싶어 물리교육과에 진학했어요.

Q. 학부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셨어요. 대학원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셨나요?
매주 세미나에 참여하고 TV 프로그램 '과학탐험대'에 자문한 일이 기억에 남아요. 대학원 연구실에선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논문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세미나가 열렸어요. 그 시간엔 누구나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었죠. 당시 제가 제일 연차가 낮았음에도 질문이 허접하다며 질타하신 분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때 모르는 사실을 아는 척하지 않고 질문하는 것이 지적으로 겸손한 태도란 걸 깨달았어요. 토론대회에선 과학 전문가로 참가해 토론에 필요한 자문을 담당했어요. 아이디어가 실제 프로그램으로 실현되는 과정을 보며 과학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단 걸 처음 알게 됐어요. 

Q. 대학원 졸업 후 3년간 교사로 일하다 1997년 동아일보 기자로 이직하셨어요. 2000년 동아일보에서 동아사이언스가 분사할 때 해당 회사로 옮겨 활동을 계속하셨고요. 기자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기자 일이 늘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는 ‘보물섬’같다고 느꼈어요. 반면 교사는 박제된 개념만을 가르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죠. 상대적으로 저보다 아는 정보가 적은 학생들을 주로 만나기 때문이에요. 그러다보니 학교에선 제가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되어있더라고요. 그렇게 살다 보면 발전할 수 없을 것 같아 이직을 결심했죠.

Q. 과학 교사로 근무했던 경험이 기자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듣고 싶어요.
교사 시절 실험을 많이 했던 것이 도움이 됐어요. 기자가 돼 처음 맡은 코너가 여러 실험을 소개하는 ‘사이언스 파티’였어요. 실험이 번거로워 모두가 귀찮아했죠. 하지만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실험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었고, 문제가 생겼을 때도 잘 해결할 수 있었어요. 코너를 진행하며 알코올램프로 불꽃 색을 확인하는 실험을 한 게 기억에 남아요. 불꽃 색이 잘 찍히면 뒷 배경이 안 찍히고, 배경이 잘 찍히면 불꽃 색이 날아가서 고생이었죠. 그때 배경과 불꽃을 각각 찍어서 합성하자고 제안해 실험을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어요.


새로운 이야기는 순수한 호기심으로부터
그는 고정된 지식을 가르치기보단 대중과 생동하는 과학자가 되길 원했다. 장 대표는 교사에서 기자로 변신해 ‘정직’과 ‘호기심’을 신조로 세상의 변화를 좇는 매체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취재할 때 궁금한 게 있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려고 했던 그는 2008년 ‘이달의 과학문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집념은 그를 기자에서 편집장의 자리까지 데려다 놓았다. 

Q. 기자로 이직하셨을 때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글 쓰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대학원에서 논문도 쓰고 자료도 만들면서 글쓰기엔 자신감이 있었는데 기자가 되고선 그게 아니었죠. 처음 일 년은 칭찬 한 번 못 받고 작은 기사도 스무 번씩 고쳤어요. 그만두려고 결심했는데 지금 관두면 '못하니까 그만두는 일'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3년은 버텨보자고 생각했죠. 그렇게 1년이 지나니까 선배들에게 ‘잘했네, 재밌네’라며 칭찬받기 시작했어요. 점점 글을 고치는 횟수도 줄어들고 기자 상도 받았어요. 그러니까 기자를 그만두겠단 생각이 확 사라졌죠.

Q. 「과학동아」 편집장으로 근무하실 때 일화를 듣고 싶어요.
광우병 관련 기사를 한 글자씩 뜯어보며 편집한 게 기억에 남아요. 후배 기자가 써온 기사엔 자료의 출처가 없었어요. 소위 말하는 ‘카더라’ 기사였죠. 과학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잡지인 만큼 광우병 사건을 중립적으로 잘 다루고 싶었어요. 그래서 후배 기자를 지도해가며 꼼꼼히 마감 작업을 했어요. 덕분에 ‘과학동아가 가장 정확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죠. 당시 잡지의 정체성을 만드는 편집장으로서 책임감을 크게 느꼈어요. 잡지에 바이라인이 실리진 않지만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매체를 만들어 나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전 잡지의 꽃이 편집장이라고 생각해요.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대표가 본지 기자에게 과학동아의 소개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대표가 본지 기자에게 과학동아의 소개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Q. 「과학동아」 소개말에 ‘변화의 가속도를 느낄 수 있는 잡지’라고 쓰여있어요. 그 의미가 궁금해요.
가속도는 속력뿐만 아니라 방향도 포함된 개념이에요. 세상의 변화에 마냥 빠르게 적응하기만 하는 잡지가 아닌,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지도 이야기하는 매체가 되려고 해요.  ‘가속도’라고 표현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죠. 

 Q. 과학 언론인으로서 중시하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직한 게 가장 겸손한 것이다’는 깨달음을 늘 생각해요. 과학 언론이다 보니 취재할 때 과학자를 많이 만나요. 물론 사전 조사를 많이 해가지만 그럼에도 전문가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죠. 그럴 때마다 모르는 걸 알고 넘어가지 않으면 나중에 기사 쓸 때 굉장히 힘들어지죠.

▲동아사이언스에서 발행하는 과학 잡지 「과학동아」와 「어린이 과학동아」표지다. (사진제공=동아사이언스)
▲동아사이언스에서 발행하는 과학 잡지 「과학동아」와 「어린이 과학동아」표지다. (사진제공=동아사이언스)
▲동아사이언스에서 발행하는 과학 잡지 「과학동아」와 「어린이 과학동아」표지다. (사진제공=동아사이언스)
▲동아사이언스에서 발행하는 과학 잡지 「과학동아」와 「어린이 과학동아」표지다. (사진제공=동아사이언스)

Q. 잡지를 만들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려요.
‘정직’을 기본으로 ‘호기심’을 덧댄 잡지를 만들려고 해요. 그래서 엉뚱한 호기심이란 뜻의 단어 ‘이노센트 와이(Innocent Why)’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죠. 가장 순수한 질문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두려움 없이 질문하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게 되거든요. 


중요한 건 몰입하는 마음
세상에 귀 기울이는 언론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현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장 대표는 잡지를 잘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의 목표는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언론을 만드는 것이다. 

Q. 한 가지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해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습관이 도움이 됐어요.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탐구하는 데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늘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죠. 그 덕분에 20년 넘게 한 곳에서 일하며 회사가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어요. 동아사이언스는 제가 기자일 때 직원 여덟 명의 작은 회사였어요. 대표가 된 지금은 어느새 백 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죠.

Q. 앞으로의 활동 목표가 궁금해요.
시민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언론을 만들고 싶어요. 지난 2002년부터 시민이 과학자가 돼 개미, 단풍, 도롱뇽, 매미와 같은 다양한 생물을 탐사하는 ‘지구사랑탐사대’ 프로젝트를 매년 진행하고 있어요. 전국에 있는 탐사대원 약 3500명이 데이터를 수집해 과학자에게 제공하고, 과학자는 그 데이터를 연구해 논문을 작성해요. 일종의 협업인 셈이죠. 그렇게 벌써 네 편의 논문이 세상에 나왔어요. 최근엔 「어린이 과학동아」를 오디오로 들을 수 있는 ‘듣는 과학’이란 사업도 시작했어요. 듣는 과학을 활용하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 부담을 덜 수 있어요. 또 과학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죠.

Q. 과학 언론인을 꿈꾸는 숙명인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무언가를 몰입해서 해 본 경험이 있나요?’라고 묻고 싶어요. 우리 회사에서 신입 사원 면접 볼 때 하는 질문인데요. 저는 몰입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직장을 갖기 위해 하는 활동보단 정말 재미를 느끼는 활동에 몰두해야 해요. 뭔가를 깊숙이 경험해 보면 실력도 남고 자기 자신도 성장하게 될 거예요.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대표는 모든 경험이 소중하단 말로 인터뷰를 끝마쳤다. 그의 수첩엔 현재와 선물이란 의미의 영어 단어 ‘Present’가 적혀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이 내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오늘 하루에 집중하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우리도 그처럼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 나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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