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우리가 취미로 할 수 있는 활동은 어디까지일까. 대학생이 되고 난 후 다양한 취미를 접한 필자가 늘 가져왔던 생각이다. 특히 필자는 공연 동아리에 본업 못지않은 노력을 들이기도 했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연습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고 때론 대관과 기획까지 담당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지인이 활동하는 ‘메리오케스트라’가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단 소식을 듣고 공연장을 찾았다. 롯데콘서트홀은 대규모 음악 전용 콘서트홀이다. 필자는 이곳에선 전문 오케스트라만이 공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부에 들어서자 익숙한 영화 음악 공연이 펼쳐졌다. 디즈니 영화의 OST와 <라라랜드>,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유명한 영화의 익숙한 주제곡이 흘러나왔다. 초반엔 웅장한 클래식 공연에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친숙한 멜로디를 들으며 점차 편안함을 느꼈다. 생동감 넘치는 지휘와 열정 가득한 단원들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2부에선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연주했다. 이 곡은 ‘합창’이란 부제로 유명하다. 4악장에 합창이 나오며 붙은 부제다. 잘 알려져있지만,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합창단까지 공연에 참여해야 해서 연주를 시도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메리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메리’는 음악으로 따뜻함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사단 법인이다. 메리오케스트라와 함께 합창단인 ‘메리콰이어’를 운영하고 있어 한 공연에서 두 단체의 연주를 함께 선보일 수 있었다. 2부 연주는 1부보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펼쳐지는 연주를 들으며 이들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아닌 ‘예술가’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빠르고 느린 악장을 오가며 관객에게 전달한 다채로운 감정은 연주회가 끝나도 필자의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오케스트라의 이름은 자신이 연주한 곡이 다른 사람의 행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행복이란 뜻의 ‘메리’로 지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함께 만들어 낸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은 큰 전율을 줬다. 지인의 멋진 퍼포먼스를 보며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고, 익숙한 영화 음악을 들으며 함께 흥얼거렸다. 한 주의 바쁜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 공연임에도 행복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 음악을 전공이나 직업으로 삼고 있는지는 관계없다. 타인에게 아름다움을 안겨줬단 사실 그 자체만으로 이미 그들은 ‘예술가’다. 취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한층 넓혀준 그들이야말로 경계 없는 예술을 만들어 나간 주인공이다. 

글로벌협력 20 김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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