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공중파 방송보다 유튜브(Youtube) 예능을 즐겨보는 시대다. 대중은 왜 유튜브를 선호할까. 다수는 ‘공중파에서 다루지 못한 소재가 등장해서’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볼 수 있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유튜브 콘텐츠 시장은 자극만을 두고 경쟁한 지 오래다. 그 중 ‘핑계고’는 그만의 ‘순한 맛’을 지키며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다.

어느덧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한 핑계고는 구독자 100만 증표인 ‘골드 버튼(Gold Button)’을 받았다. 핑계고를 만든 채널 ‘뜬뜬’은 진행자 유재석이 게스트와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방송을 선보인다. 녹화는 특별한 컨셉이나 세트장 없이 진행된다. 핑계고는 특유의 편안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람의 ‘밥 동무’로 자리 잡았다. 여기서 ‘밥 동무’란 밥 먹으며 보기 좋은 콘텐츠란 뜻이다. 과하게 집중할 필요가 없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방송은 식사할 때 체하지 않을 정도의 편안함을 준다.

독특한 주제나 게임 없이 대화만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단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출연자와 진행자는 약 한 시간에 걸쳐 끊임없는 대화를 나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출연자는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 가치관, 속마음 등을 사석에서 이야기하듯 털어놓는다. 핑계고가 대화만으로 구독자 100만의 인기를 누리게 된 이유는 대중이 내심 대화를 원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 속 시간에 쫓겨 피상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세상. 자신의 우월함을 내세우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하는 대화. 핑계고는 진솔한 대화를 향한 우리의 그리움과 소망을 건드린다. 

핑계고는 어느덧 40회를 넘어가고 있다. 최근 본 것 중엔 영화감독 장항준과 방송인 송은이가 출연한 회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필자는 유재석과 친분이 있는 출연자가 등장하는 회차를 좋아한다. 출연자가 느끼는 편안함과 행복이 화면을 넘어 필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핑계고를 시청하다 보면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가 그리워진다.

잔잔함 속에서도 특유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 핑계고의 웃음엔 상대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다. 남을 비난하거나 깎아내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다. 이는 시청자에게 편안한 웃음을 선사한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성행하는 세상에서도 핑계고는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콘텐츠를 시청하다 보면 남들이 만든 유행을 따라가느라 애쓸 필요 없단 생각이 든다. ‘심심한 맛’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핑계고처럼 자신이 가진 매력을 찾아 펼쳐보는 건 어떨까.

생명시스템 23 윤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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