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경제 85졸) 동문의 사무실 한쪽 벽엔 표창장과 특허증이 가득하다. 박 동문은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천연 성분 화장품 브랜드 ‘아세즈(Assez)’ 제품엔 환경에 대한 그의 진심이 듬뿍 묻어난다. 진정한 ESG 경영을 추구하는 화인코리아 코퍼레이션 대표 박 동문의 세계로 걸어들어가 보자. 

▲박성희(경제 85졸) 동문의 사무실 벽면엔 많은 표창장과 특허증이 자리를 빛내고 있다.
▲박성희(경제 85졸) 동문의 사무실 벽면엔 많은 표창장과 특허증이 자리를 빛내고 있다.

숙명에서 꽃피운 새싹
박성희(경제 85졸) 동문은 교과서 아니면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공부만 고집하던 고지식한 학생이었다. 본교 입학 후 학부 동기와 동아리원과 동고동락하며 너른 마음을 키울 수 있었다. 특히 한국유네스코학생회(KUSA) 활동은 박 동문에게 있어 보물 같은 기회였다. 해당 활동은 그가 새로운 세상을 배운 창구였다.

Q. 본교 경제학부를 졸업하셨어요. 경제학부를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적성이나 흥미보단 아버지의 영향이 컸어요. 그땐 경제학부가 최곤 줄 알았죠. 집에서 버스 한 번 타는 대학에 진학해야 한단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본교에 입학했어요. 서울대에 가고 싶었지만 경제학부 본고사에서 합격하지 못했죠.

Q. 학부 시절 가장 기억에 남은 활동으로 KUSA를 꼽으셨어요. KUSA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듣고 싶어요.
고3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전국을 돌아다니는 ‘조국순례 대행진’을 접했어요. 대학에 들어가면 무조건 국토순례부터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모든 동아리방의 문을 두드리며 국토순례를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KUSA에서 국토순례를 간단 말을 듣자마자 바로 가입했던 기억이 나요.

Q. KUSA에선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독서토론, 봉사, 국토순례까지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어요. 국토순례만을 위해 가입했는데 선배들이 흥미 없던 환경, 사회 공부까지 시켰어요. 농촌, 교육 봉사도 다녔죠. 덕분에 ‘나만 잘나면 된다’고 생각했던 제가 달라졌어요. 환경에도 관심갖게 됐죠. 기다리던 국토순례는 2학년 여름에 보름 정도 다녀왔어요. 안동에서 출발해 영남대로를 따라 유네스코 본부까지 쭉 걸었죠.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 과정을 함께한 동료와 끈끈한 관계를 다질 수 있었어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껴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에 감사했죠.


화인코리아, 수출업에서 향료업까지
박 동문은 수출업 경험을 발판 삼아 화인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수출업을 넘어 항료 수입부터 원료 개발까지 발을 넓혔다. 그 과정엔 학문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이 함께했다. 천연 성분 전문 기업이 되기까지 박 동문은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배움터로 나아갔다.

Q. 화인코리아 설립 이전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대학 졸업 후 외국계 회사에서 수출 업무를 맡았어요. 미국 본사에서 주문받아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보내는 걸 관리했죠. 어떤 이해관계 속에서 일하든 정직하려고 노력했어요. 저희 회사가 손해를 입더라도 제조업자에게 알려야 할 내용이 있으면 말씀드렸죠. 제 업무에 대한 사명감으로 주어진 자리에 최선을 다했어요.

Q. 화인코리아가 만들어진 계기가 궁금해요.
미국 본사에서 한국 지사를 철수하면서 지난 1992년 화인코리아를 설립했어요. 화인코리아의 시작은 화장품이 아닌 수출업이었죠. ‘제품을 수출해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냐’는 지인의 의뢰가 창업 계기였어요.

Q. 수출업 이후 향료업에 뛰어드셨어요. ‘화인향료’를 세우기까지 과정이 듣고 싶어요.
수출업에서 타국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다른 일을 시작해야 했어요. 향료 회사 연구원이던 남편을 계기로 향료 사업을 시작했죠. 처음엔 버려지는 향료를 모아 적은 양만 필요로 하는 기업을 상대로 거래를 시작했어요.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대기업에 납품되는 좋은 향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주변에도 소문이 난 거죠. 대기업에서 직접 향료를 제조해 달란 의뢰도 들어오던 차에 IMF가 터졌어요. 그때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며 향 제조를 부탁하게 됐죠. 그렇게 2001년 화인향료를 설립했어요.

Q. 2004년엔 향장미용전공 석사 과정으로 본교 원격대학원에 진학하셨어요.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타인이 아닌 제 손으로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배움이 필요했어요. 산양유를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소개받은 화장품 제작 업체가 요청대로 일하지 않았어요. 완성된 제품은 하나부터 열까지 제 의도와는 달랐죠. 크게 손해보고 나니 다신 화장품 개발에 손대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날 살충제 피해에 대한 뉴스를 접했어요. 피해 본 농민들을 보고 인체에 무해한 살충제를 만들고 싶었죠. 자연 친화적인 살충제를 만들기 위해선 화학을 제대로 알아야 하니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열심히 연구한 끝에 살균 효능을 지닌 천연 물질 아미즈(Amiz)-7를 발견할 수 있었죠.
 

▲나뭇잎이 ‘아세즈(Assez)’의 A부터 Z까지 감싼 로고는 자연과 함께 하면 충분하단 브랜드 가치를 전달한다.
▲나뭇잎이 ‘아세즈(Assez)’의 A부터 Z까지 감싼 로고는 자연과 함께 하면 충분하단 브랜드 가치를 전달한다.

자연과 더불어, 아세즈(Assez)
박 동문은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간단 신념으로 ‘아세즈(Assez)’를 세상에 선보였다. 그는 환경을 진심으로 생각하며 물질주의와 타협하는 대신 천연 성분에 매달렸다. 끊임없이 공부한 결과 자사 제품에 유럽 대표 친환경 인증까지 받아냈다. 아세즈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남겨두려는 그의 철학이 녹아 있다.

Q. 2013년 화인코리아가 내놓은 천연 성분 화장품 브랜드 ‘아세즈’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가훈을 활용한 이름이에요. 제가 대학 시절부터 지녀온 가치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을 ‘아세(Asse)’로 줄이고 ‘사람들’이란 의미로 z를 붙여 만들었어요. A부터 Z까지 자연과 함께면 ‘오케이(Okay)’란 의미를 담아 만들어진 브랜드예요.

Q. 2016년엔 본교 대학원에서 생명시스템학과 박사 과정을 시작하셨어요. 박사까지 공부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화장품이나 세제를 개발하기 위해선 화학을 제대로 알아야 했어요. 아세즈 제품이 친환경이란 사실을 당당히 인정받고 싶단 목표가 생겼죠. 문과 출신이다 보니 겸손한 자세로 화학식부터 공부했어요. 처음엔 교수님도 입학을 반대했지만 실험도 수십 번 반복하며 성실히 임했죠. 2022년엔 61세의 나이로 생명시스템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그때 쓴 박사 논문은 지금 아세즈의 제품에도 활용되고 있죠.

Q. 아세즈의 주방세제와 샴푸로 유럽의 대표 친환경 인증인 ‘에코서트(Eco Cert)’와 독일의 친환경 인증 ‘블루엔젤(Blue Angel)’을 받으셨어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유럽에서 최고로 높은 환경 인증이 바로 ‘블루엔젤’이에요. 독일에만 있는 블루엔젤 인증이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에코서트’도 만들어졌죠. 에코서트는 95% 이상 천연 성분을 함유하거나 5~10% 이상 유기농 성분을 함유해야 받을 수 있는 인증이에요. 검증 과정이 엄격하다 보니 저희 제품에 무조건 인증을 받아야겠단 오기가 생겼죠. 샴푸는 에코서트 인증을, 주방 세제는 에코서트와 블루엔젤 인증을 모두 받았어요. 성분이 좋다 보니 주방 세제로 젖병도 씻을 수 있고, 심지어 세제로 샤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자연 유래 성분의 생활용품 브랜드 ‘아세즈(Assez)’의 제품들이다.
▲자연 유래 성분의 생활용품 브랜드 ‘아세즈(Assez)’의 제품들이다.

Q. ‘제3회 2023 대한민국 33인 인물대상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수상하셨어요. 대표님만의 경영 철학이 있으신가요?
‘속이지 말고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정직하게 만들자’란 신념이 있어요. 자신과 타협하며 자본을 좇기보단 환경 오염에 기여하지 않는 천연 원료로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거죠.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은 유한양행 창업주이신 유일한 박사예요. 그분의 책을 읽으며 환경을 배웠고 나무 심기 캠페인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도 따라다녔죠. 비록 유한양행처럼 큰 규모의 활동을 주관하진 못해도 지금 우리가 가진 자연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화인코리아의 목표와 추후 사업 계획이 궁금해요.
아세즈가 더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이 저희 제품의 진가를 알아주셨으면 해요. 이젠 아세즈로 전하고 싶은 가치와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는 다 갖춰졌어요. 올해부턴 마케팅에 더 투자해 앞서나갈 일만 남았죠. 아세즈의 손익분기점이 넘는 그날 판매가를 더 낮출 거예요. 많은 사람이 좋은 성분으로 만든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길 바라요.


박성희(경제 85졸) 동문은 환경에 대한 뚝심으로 자연에 무해한 생활용품을 만들겠단 목표를 이뤄냈다. 그는 “‘아니 온 듯 다녀가세요’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에요”라며 “아무도 왔다 가지 않은 것처럼 자연은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단 마음은 그의 브랜드인 아세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화인코리아를 가꿔온 그는 숙명인을 향해 “일단 한 가지에 미쳐야 해요”라고 조언한다. 한국유네스코학생회(KUSA)를 계기로 환경에 푹 빠진 그처럼 몰두하고 싶은 무언가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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