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영화 <웡카>를 개봉 당일에 감상했다. 이 영화는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세 번째 리메이크작이다. 영화를 본 뒤 기억에 남은 것은 영화의 구체적인 줄거리도, 이전 리메이크작과의 비교도 아니다. 주인공 웡카가 노래 ‘Pure Imagination(2023)’을 부르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노래는 지난 1971년 쓰인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첫 번째 리메이크 영화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에서 처음 등장했다. 필자는 이 노래를 이미 알고 있었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 마칭밴드(Marching Band)가 해당 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접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 노래에 매료돼 다른 마칭밴드가 연주한 것을 함께 찾아 듣기도 했다. 그래서 이 곡을 들을 때면 넓은 운동장에서 트럼펫을 들고 연주하는 수많은 ‘미국’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이 노래는 단순한 OST가 아니다. 미국이 자국의 자부심을 유발하는 장치다.

영화 <웡카>는 원작 소설의 주인공인 웡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가 웡카 역을 맡았다. 영화 <웡카>에선 젊은 ‘미국’ 배우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가 반 세기나 지난 옛 노래인 ‘Pure Imagination(1971)’의 리메이크 버전을 부른다. 티모시 샬라메가 이 노래를 부르자 필자가 시청한 영상 속 마칭밴드가 모인 광활한 운동장과 미국의 거대한 힘이 겹쳐보였다. 

우리는 미국의 패권을 얼마나 받아들이며 인정하고 있을까. 웡카가 미국의 통치가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Pure Imagination’을 가창하는 순간, 우리는 얼마나 감격을 느끼고 복종하고 있을까. 웡카의 노래가 관객이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답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곱씹어 생각해 봐야 한다. 소위 말하는 ‘미국 부심’이 주입되는 순간엔 노래가 전해주는 고양된 감정에 도취되면서도 한편으론 찝찝했다. 미국을 선전하려는 영화의 숨은 의도대로 놀아나고 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웡카>에 미국의 이데올로기가 숨어있다고 생각해 느낀 불쾌감이 과잉 반응은 아닌지 궁금했다. 

<웡카>는 단순히 초콜릿 이야기가 가득 채워진 어린이 영화가 아니다. 순진한 등장인물과 어린이 영화 이미지는 필자의 경계심을 강화했다. 영화의 기대 효과이자 감춰진 기능인 ‘미국의 사상’을 경계하게 만들었다. 정치적이지 않은 영화는 없다. 모든 영화는 각국의 선전 도구다. 영화는 해당 장치를 이용해 관객들이 미국의 주권을 내면화도록 유도했다. 

우리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해야한다. 이 시대에 흔하게 거론되는 주제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인 것엔 이유가 있다. 미디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단 다짐을 넘어, 미디어의 이면과 체계를 능동적으로 고민해보고 알아보길 바란다.

정치외교 22 김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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