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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불편한 진실, 여성 혐오

기사승인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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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란 여성에 대한 증오심이나 여성, 혹은 여성성에 대한 강한 편견을 말한다. 더러는 남성우월주의를 수반하기도 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여성 혐오 현상은 생각보다 깊고 넓게 퍼져있다. 일부 여성의 잘못을 전체 여성에게 일반화하기도 한다. 가끔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다. 도대체 한국사회의 여성 혐오는 언제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이토록 심각해진 것일까?

◆ 개똥녀부터 김치녀까지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여성 혐오 사례를 생각해 보자. 여러 단어들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된장녀’ ‘김치녀’처럼 자주 들어본 단어도 있을 것이고, ‘삼일한(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때려야 한다)’ ‘보슬아치(여자인 것이 벼슬인 양 행동하는 것을 여성의 성기에 빗댄 말)’처럼 조금 생소하지만 그 뜻이 매우 불손한 단어도 있다.

여성 혐오적 단어가 한국사회에 퍼지게 된 시초로 2005년 6월 발생한 ‘개똥녀’ 사건을 들 수 있다. 지하철에 반려견을 데리고 탄 한 여성은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사라져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는 한국사회에 최초로 등장한 온라인 마녀사냥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또, 그동안 유명인에 한정됐던 여성 혐오의 표적에 일반 여성들이 포함될 수 있음을 알린 사건이다.

뒤이어 분수에 맞지 않게 허영에 휩싸인 여자들을 비하하는 단어인 ‘된장녀’가 등장했다. 된장녀가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일자, 능력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마음 편히 소비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소비성향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개똥녀로 시작돼 된장녀로 발전된 여성 혐오적 단어는 ‘김치녀’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회원들은 무책임하고 이성적이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진 한국 여성들을 김치녀라고 부르며 비난한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에 여성을 뜻하는 ‘녀(女)’를 붙여 일부 여성들의 사례를 한국의 모든 여성들로 범위를 확대시키고 여성 혐오를 조장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 여성혐오, 수면위로 떠오르다
사실 여성혐오는 최근에 와서 새로 생긴 개념이 아니다. 본교 정치외교학 전공 이화영 교수는 “여자가 아주 옛날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여성혐오도 원래부터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강해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이며 남성의 소유물처럼 취급받았다. 일부다처제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여성의 인권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그 당시의 여성혐오는 아주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여권신장이 실현되며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높은 학력을 가지는 경우도 많아졌고, 그에 따른 사회진출이 더 활발해졌다. 수동적이었던 여성의 활동이 능동적으로 바뀌었다. 이 교수는 “과거 남성 중심적이었던 문화에서 여성들의 유입으로 변한 사회문화를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변화에 따른 여성 혐오의 원인을 설명했다. 오늘날에 이르러 여성 혐오라는 단어가 새롭게 생긴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있었던 현상이지만 여권신장으로 인해 이제야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 온라인 커뮤니티 담장을 넘어서
현재 여성 혐오는 한국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일베에서 시작한 여성 혐오 담론이 SNS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한국여성을 뜻하는 김치녀를 주제로 다룬 노래까지 등장했다. 가수 Bro는 첫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그런 남자>를 발표했다. <그런 남자>의 가사(그림1)를 살펴보면 ‘키 180은 되면서 연봉 6,000인 남자’를 선호하는 여성들에게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너도 양심이 있을 것 아니냐, 뭔가 애매한 남자들이 자꾸 꼬인다는 건 너도 애매하다는 얘기야’라며 비난한다.

   
▲ 가수 Bro의 <그런 남자> 가사 중 일부 발췌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들으며 ‘참신하다’ ‘재미있다’ ‘속이 후련하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너는 공격적인 얼굴이야’ ‘그냥 넌 별로야’라는 가사에서 볼 수 있듯이 정당한 비판이 아닌 맹목적인 비난으로 일부 여성들이 불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 내가 여자를 혐오하는 이유
유독 한국 사회에서 여성 혐오가 심각하게 나타나는 이유와 그 논리는 무엇일까. 일베 사이트 내에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글이 모인 ‘일간베스트’ 카테고리에서 여성 혐오의 이유를 담은 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역차별 담론이다. 여성들은 활발한 사회진출과 더불어 여대, 군 면제, 각종 여성정책 등 많은 혜택을 받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이 역차별이라기보다는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여성차별론으로 몰고 가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둘째, 성역할과 가부장제에 대한 시각에 모순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은 어머니 세대처럼 살기 싫어하지만 자신의 애인이나 남편은 아버지 세대처럼 헌신적이고 희생적이길 바란다. 데이트 상대가 여성의 독립성을 인정해주는 현대 남성이길 바라는 동시에 계산서를 앞장서 챙기는 전통적 남성이길 바란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여성들은 자신보다 사회적 계급이 높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남성과의 연애와 결혼을 바란다고 비판했다.

본교 법학 전공 홍성수 교수는 여성 혐오가 나타나는 이유를 “전반적인 소수자 혐오 현상의 연장선상”으로 봤다. “경제도 어렵고 취업도 잘 안 되는, 사회적으로 불만을 가진 상황에서는 특히 사회적 소수자들의 우대가 정당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홍 교수는 “대상이 사회적 강자들을 희롱하는 형태라면 나름대로 풍자와 해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소수자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혜택에 대한 공격은 단순한 재미와 놀이문화로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 여성의 여성 혐오
여성 혐오는 남성에게만 나타나지 않는다. 일본의 여성학 학자이자 도쿄대 교수인 우에노 치즈코는 그녀의 책에서 ‘여성 혐오증은 남성에게는 여성멸시, 여성에게는 자기 혐오적 성향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여성 혐오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남자들은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라는 생각을 한 번 쯤은 하고, 반대로 여자들은 ‘여자로 태어나서 손해’라는 생각을 한다. 이는 남자든 여자든 여성성 자체를 혐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때로는 여성이 일부 여성이나 자신을 제외한 전반적인 여성을 비판하며 여성 혐오적 성향을 띠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여자마초’라고 불리는 그녀들은 남초 커뮤니티 내에서 활동하며 스스로를 남성화 시킨다. 다른 남자 회원들을 ‘형’이라 부르고 일부 한국 여성들을 비판하며 자신을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여자마초들의 행동은 커뮤니티 내 남성들에게 ‘개념녀’로 인정받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 앞서간 제도, 뒤떨어진 인식
한국사회에 넓고 깊게 침투한 여성 혐오 사상을 뿌리 뽑을 방법은 없는 걸까. 본교 정치외교학 전공 이화영 교수는 “한 사회의 지배적인 관행과 관습은 그 사회의 교육시스템과 언론을 통해 재생산 된다”며 “평등한 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도덕책 속 화목한 가정의 모습으로 ‘신문 읽는 아빠’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엄마’가 제시된다면 그에 따른 성 역할 고정관념이 생긴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여성 혐오의 문제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있다”고 말했다. 남자들은 앞으로 가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게 작용하지만, 여자들은 그런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 교수는 “어려서는 부모님한테, 커서는 남편한테, 늙어서는 자식한테 기대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여성 스스로 의존적 성향을 버릴 것을 명시했다.

성차별을 포함한 모든 불평등한 법제도는 2005년 이전에 모두 바뀌었다. 그러나 앞서간 제도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이 따라오지 못해 오히려 말만 많아졌다.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 사회현상도 개선된다. 법은 당장 내일이라도 바뀔 수 있다. 이제는 관습 탈피와 사회적 인식의 맹추격이 필요한 시기다.

<참고문헌>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우에노 치즈코 저. 은행나무

구민경 기자 smpkmk85@sookmyung.ac.kr

<저작권자 © 숙대신보 모바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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