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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경제주체, 쉬코노미 시대

기사승인 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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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 ‘여성맞춤’ 등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소비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성이 단순한 소비주체를 넘어서 경제를 이끄는 경제주체로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등장한 쉬코노미(SHEconomy)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불러오고 있을까.


경제활동의 새로운 주체, 여성에게 주목하다
쉬코노미는 여성을 지칭하는 ‘그녀(She)’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여성이 경제활동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쉬코노미는 여성의 교육수준이 향상되고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대두됐다. 여성의 소득수준이 향상돼 시장경제참여율이 높아짐에 따라 등장하게 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중 여성의 수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과거 여성이 소비주체로서 이미지가 강했다면, 성불평등한 사회구조가 개선되며 경제주체로서 여성의 역할이 커졌다”며 “기업이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주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쉬코노미의 등장에 발맞춰 기업은 여성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여성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리치푸드(Richfood)의 치르치르 치킨전문점은 ‘퓨전 치킨 팩토리’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메뉴를 개발했다. 박명선 리치푸드 마케팅 차장은 “여성고객이 좋아할 만한 치즈, 스파게티, 코코넛 소스 등을 곁들인 메뉴를 개발했다”며 “메뉴뿐만 아니라 매장의 인테리어도 카페 형식으로 운영해 여심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소비자를 겨냥한 음료도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음료는 일반음료과 비교했을 때 주로 밝은 색으로 포장되고 특별한 성분이 첨가된 경우가 많다. 동아제약의 ‘모닝케어 레이디’는 블루베리농축액을 첨가하고 용기포장지를 분홍계열의 색으로 선정해 여성소비자들의 선호를 고려한 숙최해소 음료다. 일반 숙취해소음료와 비교했을 때 열량과 나트륨이 낮고 콜라겐이 함유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여성만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업체도 여성의 편리성을 고려해 운영하고 있다. 아메리카요가 숙대점은 여성만 이용 가능한 요가원이다. 요가원의 강사는 “몸매가 드러나는 요가 복을 입고 운동할 때 남성의 시선이 불쾌할 수 있다”며 “여성만 있는 공간에서는 요가에만 집중할 수 있어 운동효과를 높인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요가 숙대점을 이용 중인 이슬(교육 14) 학우는 “‘여성전용’이란 문구를 보고 요가원을 선택했다”며 “실제로도 탈의실을 이용할 때 불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희숙 충북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이 주요 마케팅 대상을 고를 때 구매력이 큰 여성 집단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드는 추세다”며 “여성소비자도 자신이 필요한 제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업은 여성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고 여성은 맞춤형 제품으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숙명인이 말하는 쉬코노미
본지는 숙명인들이 여성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23일(수)과 24일(목) 이틀간 숙명인 5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신뢰도 95.0%, 오차범위 ±1.8%p)

여성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숙명인은 응답자 517명 중 51.3%(265명)였다. 여성 맞춤형 제품 중 하나인 월경주기측정앱 ‘핑크 다이어리’를 이용해 본 박산(체육교육 15) 학우는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학우는 “월경 주기가 불안정하거나 월경혈량이 과다하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곤 한다”며 “월경주기측정앱으로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쉬코노미의 사회적 영향을 묻는 질문에 답한 응답자 517명 중 96.3%(498명)에 달하는 대부분의 학우들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그중 81.0%(416명)는 ‘여성을 고려한 제품이 늘어난다’를, 44.5%(230명)은 ‘여성이 독립적인 경제주체로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를 쉬코노미의 긍정적 효과로 꼽았다. 쉬코노미의 긍정적인 영향과 관련해 안 박사는 “여성의 건강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펨테크(Femtech)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며 “쉬코노미의 등장은 여성의 관점을 반영하거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제품의 증가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반면, 쉬코노미의 단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존재했다. 응답자 517명 중 50.5%(261명)은 ‘제품의 이미지로 인해 여성에 대한 잘못된 성 편견을 야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박수빈(한국어문 17) 학우는 “여성을 위한 제품은 주로 분홍색으로 포장되거나 식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양이 적다”며 “이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반영된 결과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기업이 여성을 바라보는 방식이 기존의 성역할에 따른 고정관념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업의 제품 홍보에 있어 우려를 표했다.

쉬코노미의 또 다른 단점으로 숙명인 517명 중 45.6%(236명)는 ‘여성 맞춤형 제품의 가격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를 꼽았다. 실제로 동일한 기능의 제품이지만 여성용이 일반 제품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현상인 ‘핑크택스(Pink-Tax)’가 존재한다. 이에 안 박사는 “남성용 면도기에서 색깔과 디자인만 바꾼 면도기를 여성용이라 칭하며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며 “이처럼 여성을 기업의 수익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신을 가두는 여성 맞춤형 제품
쉬코노미는 여성을 고려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성차별적 관고는 성 고착화와 불필요한 소비를 야기하기도 한다. 여성 맞춤형 제품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낀 학우도 있었다. 여성숙취해소음료를 접해보고 일반숙취해소음료와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는 박수빈 학우는 “열량과 나트륨함유량이 낮은 음료지만 여성은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다는 편견을 심는 것이라 생각됐다”며 “여성성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렇듯 여성 전용 제품은 정형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사용하며 여성에 관한 성 편견을 야기할 수 있다. 여성향 게임이라 불리는 카카오게임의 레드로터스(RedLotus)는 ‘여성 공감 프리미엄 모바일 RPG’라는 홍보문구를 쓴다. 여성이 좋아하는 게임의 형식을 기업에서 정하고 여성에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2013년 롯데그룹의 ‘mom 편한’ 사회공헌 브랜드는 육아기의 여성을 고려한 브랜드를 개발했으나, 육아는 여성의 책임이라는 편견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난을 받았다. 안 박사는 “mom 편한과 같이 육아와 관련된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가 대부분 여성임을 전제로 광고를 한다면 아이를 보살피고 돌보는 사람이 여성임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제품에 투영해 홍보를 해 비난을 받은 업체도 있다. 작년 4월 대학 단체복 제작업체 ‘과잠팩토리’는 홍보 글에 성차별 단어를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흰색 여성 롱 돕바에 대한 홍보문구로 ‘그녀의 순수함에 때 묻히고 싶다’와 ‘새하얀 순수함에 때 묻히고 싶다’ 등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수현(역사문화 17) 학우는 “광고에서 종종 성편견적 요소가 담긴 경우를 본다”며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제품에 투영한 광고를 보면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성 맞춤형 제품은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금 학우는 “사이즈를 세분화한 속옷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 사이즈를 세분화한 브래지어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금수현(역사문화 17) 학우는 “사용하는 속옷이 있지만, 세분화된 제품을 보고 불필요하게 소비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해 “여성 맞춤이라는 광고에 현혹돼 당장 필요한 제품이 아님에도 불필요한 소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업의 일반화된 고정관념이 여성 소비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소비자의 입장에서 노력해야할 점은 무엇일까. 안 박사는 “여성친화적인 기업전략을 효과적으로 세우기 위해서는 기업이 성평등의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제품을 홍보하는 데 성차별과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또한 ‘여성용’이라는 문구에 현혹돼 불필요한 소비를 하거나 기능상 차이가 크게 없음에도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하는 것을 피해야할 것이다.



‘여성은 분홍색을 좋아한다’ ‘여성은 과일 농축액이 첨가된 음료를 좋아한다’는 기업의 일반화된 고정관념이 오히려 여성 소비자의 발걸음을 끊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고정된 성 역할을 주입하는 제품은 진정한 의미의 여성을 위한 제품이라 할 수 없다. 여성이 진정한 의미의 경제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선,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고정관념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지수 기자 smpljs94@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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