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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본 서양사 여행

기사승인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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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 친구는 매일 악기를 만지고 연주했다. 미대 친구는 자신만의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4학년이 될 동안 학교와 집을 벗어난 적이 없는 내가 역사를 전공했다고 할 수 있나? A4용지 위에 인쇄된 유적들만 본 내가 정말 그걸 배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회의감과 함께 야심 찬 여행이 시작됐다. 여정은 이스탄불-카이로-아테네-예루살렘으로 정했고, 걱정 많은 부모님이 붙잡으실까 봐 항공권과 숙소를 모두 결제한 뒤 출발 2주 전에 말씀드렸다. 모두 ‘거기 위험하지 않아?’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는 명제는 참이었다.

이스탄불의 꽃은 아야소피아 성당과 술탄 아흐멧 모스크였다. 비잔틴제국의 걸작 아야소피아 성당은 오스만제국에 의해 모스크가 됐고 중앙에 어마어마하게 큰 돔이 있다. 바로 맞은편의 술탄 아흐멧 모스크는 족히 20개가 넘어 보일 정도로 많은 돔을 가지고 있다. ‘성당 돔이 크기로 승부한다면 우린 양으로 승부한다!’는 외침이 들리는 듯했다. 카이로의 피라미드는 보는 순간 말문이 막힌다. 그 압도적인 크기가 고대 이집트의 위세를 단박에 실감 나게 해줬다. 피라미드 내부는 습도, 온도가 높고 산소가 부족했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로 들어갔다가 내가 그 무덤의 두 번째 주인이 될 뻔했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책으로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언덕이었다.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과연 신께 바칠 만했다. 소크라테스의 감옥은 동굴이라 아테네의 쨍한 더위에 비해 시원했다. 그는 밖이 너무 더워서 감옥에 계속 있고 싶어 한 게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상상을 했다. 예루살렘에서는 낯선 유대문화를 접했다. 유대 휴일 ‘샤밧(Shabbat)’에는 상점, 관공서, 대중교통이 하루 동안 정지되어 아무것도 못 한다. 내가 24시 신속 정확 문화에 젖은 영락없는 한국인임을 실감했다. 올드시티는 유대, 크리스찬, 아랍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통곡의 벽 앞에서는 모두 똑같이 간절한 모습으로 기도하기에 누가 어떤 믿음을 가졌는지 구분할 수 없다.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로 마음속 곳간이 풍족해진 기분이 든다. 여행하지 않고 살기에는 이번 생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역사문화 15 한성주

   
 

숙대신보 smplsr96@sm.ac.kr

<저작권자 © 숙대신보 모바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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