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필름에 담긴 여성의 목소리

기사승인 2018.11.12  

공유
default_news_ad1
 
   
 
 
 

이지원 감독이 제작한 <미쓰백>의 관람객 수가 지난 3일(토)을 기점으로 손익분기점 70만 명을 넘어섰다. 여성 감독의 작품으로써는 드문 일이다. 미쓰백과 같이 남성의 언어와 가부장적 관념을 거부하고 여성의 목소리와 시각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여성영화라고 한다. 페미니즘(Feminism)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여성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I-독립영화 여성감독전’이 개최됐다. I-독립영화 여성감독전은 지난 7일(수)부터 11일(일)까지 서울특별시 종로3가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Indiespace)’에서 진행됐다. 여성영화를 찾아보기 힘든 사회에서 여성감독전이 개최된 것은 큰 의미가 아닐 수 없다. I-독립영화 여성감독전을 통해 지워지고 묻혀 있던 영화 속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흥행 실패, 정말 여성 때문인가요?

국내 여성영화는 양적으로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총 73편의 영화 중 최근 5년간 여성 제작자가 참여한 상업 영화는 평균 22.2%(16.2편), 여성 작가가 참여한 상업 영화는 평균 30.1%(22편), 여성 감독이 제작한 상업 영화는 평균 6.8%(5편)이다. 이러한 실정은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기준에 따른 상반기 전체 흥행작 상위 10위 중 여성 감독이 제작한 영화는 이언희 감독의 <탐정: 리턴즈>로 1편뿐이다. 마찬가지로 영화진흥위원회의 기준에 따른 상반기 전체 흥행작 상위 10위 중 여성이 출연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영화는 <코코(CoCo)>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총 2편에 불과하다.

여성영화의 흥행률 또한 낮다. (사)여성영화인모임·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집계에 따르면 2016년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24개의 영화 중 여성 주연 영화는 단 29.2%(7편)이며 여성 감독이 제작한 영화는 단 8.3%(2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제작비가 10억 원 이상이거나 최대 스크린 수가 100개 이상인 영화 중 여성 감독의 상업 영화는 평균 6.8%(5편)뿐이었다.

여성영화의 저조한 실적은 여성 제작자와 여성영화에 대한 편견과 관련이 있다. I-독립영화 여성감독전에서 영화 <구르는 돌처럼>을 선보인 박소현 감독은 “능력에 의심을 받거나 근거 없이 작품이 평가 절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본교 김경옥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여성영화는 작품의 구성과 주제의식이 단편적이며 상업적인 면에서도 부족하다’는 인식이 만연하다”고 전했다.

여성영화 제작자는 이러한 편견으로 인해 제작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박 감독은 “여성영화 제작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시선도 있다”며 여성영화 제작자로서 겪는 차별을 말했다. 봇물 터지듯 시작된 영화계 내 성폭력 고발, ‘미투 운동(The #MeToo Campaign)’은 이러한 영화계 내의 성적 대상화를 고발한다.

여성영화를 원하는 관객들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진솔(정치외교 17) 학우는 “남성 감독과 남성 배우 위주의 영화만 상영되면서 여성의 다양한 모습은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남성중심 영화의 문제점을 말했다. 김가연(미디어 13) 학우는 “비슷한 주제의 영화여도 남성중심 영화와 여성영화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며 “남성중심 영화와 달리 여성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감독과 배우가 여성이라는 것을 흥행 실패의 이유로 삼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 “영화계의 차별적인 문화에 대해 관객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관심을 보여줌으로써 성평등한 관계를 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성영화, 이렇게 찾아보세요

여성영화의 양적 결핍 가운데 개최된 I-독립영화 여성감독전은 많은 여성 감독과 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해준다.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사무국장은 “‘여성’ 감독이라는 말이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독립영화의 정신인 소수성과 실험 정신을 동시대 여성 감독들에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이어 안 사무국장은 “여성 감독이라는 이름이 지닌 사회적인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기획전이 끝난 후 “동료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서 상영됐다는 것이 서로에게 용기와 위로를 줬다”며 상영 소감을 전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페미니즘과 함께 여성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 학우는 “페미니즘을 인식하면서 남성중심의 영화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미쓰백 영혼 보내기’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여성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거웠다. ‘영혼 보내기’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실제로 관람을 하지 않으면서 예매를 하는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이렇듯 관객들이 주체적으로 영화를 수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는 것을 통해 관객들의 페미니즘적 의식이 다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쏟아지는 남성중심 영화 사이에서 여성영화 관람을 원하는 관객에게 유용한 검사 척도가 두 가지 있다. 먼저 가장 대중적인 검사 척도는 ‘벡델 테스트(Bechdel-Test)’다. 벡델 테스트는 미국의 만화가 엘리슨 벡델에 의해 만들어진 검사 척도로, 영화가 어느 정도의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벡델 테스트는 남성중심 영화계 속에서 비교적 여성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벡델 테스트는 영화 내용이 세 가지 조건을 통과하는지 검사한다. 첫째 조건은 영화에서 이름을 가진 여성 등장인물이 두 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조건은 이름을 가진 두 명 이상의 여성 등장인물이 서로 한 번이라도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조건은 여성 등장인물의 대화 속에 남자 주인공이 아닌 다른 주제의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벡델 테스트는 여성 등장인물의 양적 빈도만을 평가 척도로 삼아 여성 등장인물의 성적 대상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벡델 테스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테스트가 ‘마코모리 테스트(Mako-Mori-Test)’다. 마코모리 테스트는 벡델 테스트와 달리 여성 등장인물의 여부를 넘어 전체적인 서사가 여성 중심적인지를 살핀다. 마코모리 테스트 역시 영화 내용이 세 가지 조건을 통과하는지 따진다. 첫째 조건은 여성 등장인물이 한 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조건은 여성 등장인물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조건은 여성 등장인물이 남성의 이야기를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벡델 테스트는 성평등을 위한 낮은 조건을 내 걸고 있지만 지난해 3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영화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 한 편 뿐이다. 안 사무국장은 “이러한 검사 척도의 존재 자체가 여성 감독의 낮은 지위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스크린 속 여성 주인공, 사회를 변화시키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표현하는 문화적 수단인 영화는 다양한 인간의 삶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성영화 또한 다양한 여성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서사를 표현하는 영화에서 여성은 단편적이고 획일적으로 그려진다. 정 학우는 “남성중심 영화에서 여성은 흔히 이분법적으로 그려지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며 “여성이 가진 다양한 정체성을 영화에서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 또한 “단순히 수동적이고 폭력의 희생자로만 그려지는 여성이 아닌 복합적 감정의 소유자로서 새로운 여성상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여성상이 영화에서 표현되기 위해선 여성영화의 수적 증가가 중요하다. 여성영화가 많아질수록 더욱 다양하고 입체적인 여성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안 사무국장은 “여성에 대한 다양한 캐릭터가 그려지고 여성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선 무조건 수적으로 여성영화가 증가해야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이 제작에 참여하고, 여성 인물이 등장하고, 여성에 대한 서사를 다루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만 우리 사회 속의 다양한 인물이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사회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사회에 영향을 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영화가 등장하지 않고 기존의 남성중심 서사를 반복할 경우, 관객의 선택권은 줄어들고 영화 밖의 현실 사회에서 페미니즘 실천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여성영화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여성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 지위 향상에 관심을 갖고 성차별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영화를 다루는 기사에서 ‘여풍’이라는 말이 흔히 보인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역할을 맡는 여성 출연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묻혀있던 여성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인 동시에 그동안 영화계가 남성 중심적이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단어다. 그동안 남성중심 영화는 여성 등장인물을 ‘냉장고 속의 여자’로만 소비했다. ‘냉장고 속의 여자’란 남자 주인공을 각성시키기 위해 악당에 의해 희생되는 남자 주인공의 연인이나 어머니, 여동생을 말한다. 여성 등장인물에 대한 고정관념은 잔존하며 고정관념을 답습한 영화는 그런 고정관념을 재생산한다. 관객들은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제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로서 ‘여풍’이 ‘여풍’이라 불리지 않을 때까지 여성영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본지 기자는 ‘여성영화’라는 단어가 차별적 용어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으나, 남성 중심적인 영화과 구분하고자 해당 단어를 사용했음을 알립니다.

   
 

 

임세은·한가람 기자 smplse96@sm.ac.kr

<저작권자 © 숙대신보 모바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