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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부터의 정보혁명, 블록체인

기사승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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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비트코인(Bitcoin) 투자 열풍과 함께 ‘*존버’, ‘**떡상’, 그리고 ‘***가즈아’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다. 세 단어의 등장 뒤편에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와, 암호화폐를 가능케 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은 기존 컴퓨터와 달리 여러 컴퓨터가 하나의 컴퓨터처럼 연결돼 동작하는 ‘글로벌(Global) 신뢰 컴퓨터’다”고 설명했다. 제4차 산업 혁명을 견인할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에 대해 알아보자.

블록체인이 내 정보를 지켜줄까?
기업이 당신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고 믿는가? 지금의 중앙 집중형 네트워크에선 이메일을 주고받는 행위도, 계좌에 입출금하는 행위도 중앙 컴퓨터를 거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다. 이로 인해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발생하고, 이와 관련한 문제도 지속해서 발생해왔다. 지난 2011년 현대캐피탈(Hyundai Capital)의 해킹 피해로 175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때 페이스북(Facebook)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정치 컨설팅 업체에 제공하기도 했다.
기존의 중앙 집중형 네트워크의 대안으로 등장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광범위한 개인 간의 연결로 신뢰성을 담보한다. 장항배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기존의 보안 체계에선 환경, 보호 대상, 위험 요소를 상황에 따라 매번 식별해야 했다”며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플랫폼 전체에 공통의 보호 체계를 적용하는 ‘신뢰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의 ‘블록’엔 일정한 시간 동안 발생한 모든 거래 내역이 저장된다. 거래 내역이 많든 적든 하나의 블록엔 일정한 시간 동안 이뤄진 거래만이 저장된다. 거래가 성사될 때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모든 컴퓨터에게 거래 내역이 암호 형태로 공유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한 컴퓨터들은 새로운 블록을 만들기 위해 경쟁한다. 새로운 블록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는 높은 난도의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 정답은 ‘해시값’이라고 불린다. 컴퓨터의 성능이 좋을수록 해시값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비트코인(Bitcoin)’ 열풍이 불면서 컴퓨터 그래픽 처리 장치(Graphics Processing Unit, GPU)와 중앙 처리 장치(Central Processing Unit, CPU) 가격이 급등한 이유다.
해시값을 가장 먼저 찾은 컴퓨터는 새로운 블록을 만들고, 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다른 컴퓨터에 전송한다. 다른 컴퓨터는 블록의 내용이 조작되지 않았을 경우에만 블록 생성을 승인하는데, 전체 컴퓨터 중 과반수가 승인해야 새로운 블록이 블록체인에 연결될 수 있다. 새 블록이 추가되면 이는 네트워크의 모든 컴퓨터에게 알려지고, 다시 새로운 블록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 간의 경쟁이 반복되는 식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선 ‘루트 해시(Root Hash)’를 이용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익명성을 보장한다. 블록의 유효성을 검증할 때마다 과거의 모든 거래 내역을 조회해야 한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단 한 건의 거래 내역이라도 조작되면 루트해시가 달라지기 때문에 루트해시만 확인하면 블록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다.
지난 10월 구글(Google)이 기존의 컴퓨터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계산을 수행하는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밝히면서, 블록체인의 암호가 해독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장 교수는 “블록체인이 안전한 정도나 취약한 정도에 대한 측정도 아직 잘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며, 이는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며 “양자컴퓨터 기술이 실제로 블록체인에 위협이 될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검증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무법지대’
암호화폐 시장은 블록체인에 기반한 대표적 산업이다.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 그 거래 내역은 암호화돼 블록체인 형태로 저장된다. 이 때 거래의 모든 내역을 기록한 블록체인을 원장이라 부른다. 암호화폐 거래에 참여하는 이들은 원장을 나눠 갖고 원장의 동일성 여부로 서로를 식별한다. 거래자의 신원을 보증하는 현실의 은행 같은 기관이 없는 암호화폐 거래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필수적이다.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는 용납할 수 없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발전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018년 1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를 악용한 범죄의 대응 방침으로 거래소 폐쇄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7월 중소벤처기업부는 부산시를 블록체인 규제 자유 특구로 선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블록체인 특구 부산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블록체인 활용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게 될 것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암호화폐를 배제하고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발달시키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블록체인 서비스와 암호화폐 경제는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네트워크 없는 컴퓨터를 상상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암호화폐가 없는 블록체인을 생각한다는 것은 네트워크 없는 컴퓨터를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런 규제가 없는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합법도 불법도 아닌 무법지대다”며 “암호화폐 시장이 건전하게 육성될 수 있도록 정부의 안내 지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가온 미래, 블록체인
장 교수는 블록체인 시스템에 적합한 서비스를 세 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첫 단계는 사실의 기록을 확인하고 증명하는 단순한 인증 서비스다. 공공기록물을 공개 및 활용하거나, 의료 정보의 무결성을 확보하는 데 블록체인이 사용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공유되는 공통의 기록을 만들어 정보의 유통 및 추적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세 번째 단계는 개인 간의 양방향 고빈도 거래 서비스다. 장 교수는 “단순한 인증 서비스는 1억짜리 서비스를 놓고 천 원짜리 용도에 쓰는 수준이다”며 “제3 기관의 인증 없이도 거래가 가능한 블록체인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는 양방향 고빈도 거래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학도 블록체인 분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본교에선 소프트웨어학부가 지난 9월 23일부터 시작해 오는 11월 18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총 5회차에 걸쳐 특강을 진행했다. 서강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블록체인 관련 전공을 개설했다.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 전공은 지난 2018년 1학기부터 운영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고려대에서 경영학과 석사과정으로 ‘비지니스 애널리스틱(Business Analytics, 이하 BA)’을 신설했다.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을 포함하는 BA 과정은 2020년 1학기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블록체인과 관련한 활동을 진행 중인 대학생들도 있다. 이지후(이화여대·융합콘텐츠) 씨는 대학생 블록체인 연합동아리 ‘SoUX’의 운영자다. 동시에 블록체인 회사들을 대상으로 프리랜서 ****UX/UI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이 씨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활동하며 기업들이 제공하는 UX/UI 디자인 서비스의 질이 낮다고 느꼈다”며 “많은 UX 디자이너들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두도록 하기 위해 UX 디자이너만을 위한 블록체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고 SoUX의 운영 계기를 설명했다.
블록체인을 통해 개인들이 정보 생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박 센터장은 정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사람들을 디지털 자산을 생성하는 이들이라고 정의한다. 디지털 자산은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말한다. 이어 “블록체인은 디지털 자산의 생성자에게 그에 상응한 보상을 주기 위한 기술이다”며 “블록체인은 데이터 생성자로 살아갈 젊은 세대를 위한 기술이기도 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제4차 혁명의 핵심 기술로 여겨지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라고 말한다. 박 센터장은 “블록체인을 모르는 사람은 지금 스마트폰을 모르는 사람과 같이 여겨지는 시대가 5년 안에는 온다”며 “지금의 대학생들은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시대에 태어났으니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존버: 강조를 의미하는 특정 비속어와 동사 ‘버티자’를 줄여 부르는 말임.
**떡상: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의미하는 말임.
***가즈아: ‘가자’를 길게 발음해 투자 결과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말임.
****UX/UI 디자인: UX디자인은 User Experience의 약자로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의 경험을 설계하는 분야임. UI디자인은 User Interface의 약자로 사용자와 콘텐츠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계하는 분야임.

   
 

송인아·김지선 기자 smpsia9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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