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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을 강요하는 사회

기사승인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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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칼럼]

우리 사회는 성범죄 여부를 판가름할 때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핵심 요소로 두고 판단한다.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선 피해자는 진심이 아니더라도 행위 당시 성적 수치심을 느꼈음을 재판장에게 호소해야 한다. 그러나 성적 수치심을 모든 성폭력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으로 볼 수 있을까?

최근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밑바탕에는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이 있다. 통신 기술의 발달과 범죄 수법의 고도화로 디지털 성범죄의 비중이 커졌다. 그 때문에 관련 법률에 명시된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가 판결문과 언론을 통해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든 것이다.

현재 시행 중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협박, 강요 등으로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킨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은 분노와 짜증, 공포, 우울감과 같은 여러 감정을 느낀다. 복합적인 감정을 수치심으로만 획일화하여 단정 짓는 것은 매우 모순적인 일이다. 수치심으로 범죄 여부를 논하는 일은 성폭력 피해자라면 당연히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는 잘못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위축시킨다. 법률로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왜 자신의 피해 사실을 결점으로 여겨야 하며,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하는가. ‘수치’의 사전적 의미인 ‘낯부끄러운 감정’은 오롯이 가해자의 몫이 되어야 함에도 아직도 우리 사회는 피해자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우고 비난의 화살을 겨눈다.

이제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범죄 근절을 향한 대중의 목소리가 거세짐에 따라 국회도 변화의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국회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가할 수 있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와 사법기관을 시작으로 우리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워 인식 변화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관행적으로 쓰여 온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의식적으로 경각심을 가지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한 걸음 더 나아간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법 17 이유진, 법 18 박지은, 법 18 박혜경, 법 19 강민지, 법 19 이지윤

숙대신보 smnews@sm.ac.kr

<저작권자 © 숙대신보 모바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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